['위기vs성장' 기로에 선 제약사]명문제약, 매각서 정상화로…'오너 리스크'도 축소[명문제약]①CSO 전환해 흑자전환, 우석민 회장 주담대 상환
한태희 기자공개 2024-05-29 08:50:32
[편집자주]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제약사들은 '제네릭·상품유통·리베이트'라는 틀 안에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약가규제, 불공정 관행 철퇴 등 과거와는 다른 규제환경에서 새로운 살 길을 모색할 필요가 생겼다. 이에 더해 오너십이 바뀌는 과도기까지 겹치면서 가지각색 '생존전략'이 등장했다. '위기냐 성장이냐'를 놓고 각각 다른 전략을 펼치는 제약사들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8일 08: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우선협상 대상자까지 선정하며 최대주주 지분 매각을 논의하던 명문제약이 확 달라졌다. 적자 기조를 탈피하기 위해 경영 정상화에 총력을 다했고 최근 흑자전환에 성공했다.CSO(영업대행조직) 전환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판관비를 줄인 게 주효했다. 불안정했던 경영도 안정권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최대주주가 최근 68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 전액을 상환하면서 주가 하락에 따른 반대매매 위험에서도 벗어났다는 점도 주목된다.
◇달라진 사업전략…CSO 체제 전환, 판관비 감축
명문제약은 조경일 하나제약 명예회장이 1983년 9월 명문제약공업사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게 전신이다. 2년 뒤인 1985년 멀미약 키미테 패치를 개발했고 이듬해 명문제약주식회사로 사명을 바꿨다.
경영권의 변화를 맞은 건 2001년이다. 당시 최대주주였던 조 회장은 우석민 현 명문제약 회장에 지분을 넘겼다. 고(故) 우동일 반도제약 창업주의 외아들인 우 회장은 반도제약이 부도를 맞은 2001년 명문제약을 인수했다.
2010년 대표이사직에 오른 우 회장은 고(故) 이규혁 전 회장과 함께 명문제약을 이끌었다. 2007년 명지약품을 인수하며 외형을 키웠고 2008년 코스피에 상장했다.
2009년에는 자회사 명문투자개발을 설립했다. 경기 이천시 소재 9홀 골프장 더반GC를 운영하는 계열사다. 작년 매출은 76억원, 당기순손실 19억원이다. 명문제약이 보유한 명문투자개발 지분은 81.2%다.
이 같은 사세확장 전략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9년부터 시작된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면서다. 2018년까지만 해도 4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던 수익성이 1년 만인 2019년 143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이후 3년간 영업적자가 지속되며 재무사정이 악화됐다.
최대주주인 우 회장이 지분 매각을 검토하게 된 것도 이 즈음이다. 먼저 명문투자개발 소유 골프장 매각을 추진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2020년 11월에는 명문제약의 최대주주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음을 공시했다. 2021년에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신라젠 최대주주인 엠투엔을 선정했다. 그러나 협상이 일주일 만에 일단락되며 우협이 해지됐다.
매각도 여의치 않자 우 회장은 다시 경영정상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후 명문제약은 CSO 체제 전환 등 체질개선을 꾀했다. 종합병원과 도매 영업을 제외한 모든 자체 영업인력을 없애 판관비를 줄이는 데 힘썼다. 2020년 내부 검토를 통해 전체 영업인력 260여명 중 80여명을 제외한 모든 인력을 내보내기로 했다.
그 결과 2019년 말 534명에 달했던 전체 직원 수는 2021년 말 316명으로 200명 넘게 줄었다. 연간 급여총액은 326억원에서 178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판관비가 줄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2022년 1521억원 매출로 영업이익 6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2023년 매출은 전년대비 11.5% 증가한 1696억원을 벌어들였고 10억원의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49억원으로 다시 손실구간으로 전환하긴 했지만 영업흑자로 전환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긴축경영 기조에도 우 회장의 급여는 매년 늘고 있다는 점은 우려가 제기된다. 명문제약이 공시한 작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총보수 5억원을 넘긴 임원은 우 회장 단 한 명이다.
그는 작년 9억180만원의 급여를 수령했다. 2019년 5억5044만원과 비교해 4년 간 63.83% 증가했다. 2020년엔 5억3892만원, 2021년엔 5억5966만원, 2022년엔 7억200만원을 수령했다.
◇주담대 상환, 자사주 매입…주주가치 제고 의지
명문제약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율은 21.05%다. 이 중 최대주주인 우 회장의 지분율은 18.72%로 그리 높지 않다. 그마저도 96.5%에 달하는 613만3693주를 대출에 맡기면서 불안정한 경영권 상태가 지속됐다.
그러나 우 회장은 최근 주식을 담보로 빌린 대출금 67억5000만원을 전액상환했다. 주가 하락에 따른 담보유지비율 충당 및 반대매매 리스크를 차단했다. 2022년에는 약 2억원을 투입해 자사주 6만2688주를 장내에서 매입하며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표하기도 했다.
물론 명문제약의 재무사정 등 불확실성이 모두 해소된 건 아니다. 명문제약은 2022년부터 EBITDA가 흑자로 전환했지만 올해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57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반해 총차입금은 577억원에 달한다.
높은 단기차입금 비중도 고민이다. 1분기 기준 단기차입금은 486억원으로 총차입금의 84.2%에 해당한다. 평균 5~6%대 고금리로 이자비용만 해도 만만치 않다. 명문제약은 작년에 이자비용으로 51억원을 지출했다.
명문제약 관계자는 "3월에 기존 주식담보대출을 모두 상환했다"며 "반대매매와 관련해 주주들의 걱정이 많았는데 이를 안심시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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