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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바이오텍 in market]오름테라퓨틱, 정체성 바꾸고 미국임상까지…역경을 기술로 반전혁신신약 뚝심 결실, 세계 최초 ADC와 TPD 결합한 'TPD²' 개발

차지현 기자공개 2024-06-14 09:31:17

[편집자주]

스포츠에서 신인을 뜻하는 루키(Rookie)의 어원은 체스에서 퀸 다음으로 가치 있는 기물인 룩(Rook) 또는 떼까마귀(Rook)다. 전후좌우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점이 신인의 잠재력과 행보와 닮았단 해석, 속임수에 능하고 영악한 떼까마귀같다는 부정 의미도 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유동성 공급을 앞둔 '루키 바이오텍'에도 이런 양면성이 내재해 있다. 더벨이 주식시장 입성을 앞둔 이들 기업의 진면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3일 0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약개발은 험난한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평균 10년 이상의 기간과 1조원가량의 비용이 들지만 최종 출시 성공률은 0.01%에 불과하다. 이 어려운 길을 기꺼이 택한 곳이 있다. 창업 9년차 오름테라퓨틱. 산을 오르듯 힘든 신약개발의 긴 여정을 극복하겠다는 뜻을 사명에 담았다.

실제로 오름테라퓨틱은 많은 부침을 겪은 곳으로 유명하다. 메인 기술을 피보팅한 경험이 있고 상당한 자금이 투입되는 미국 임상에 힘을 싣느라 재정상황이 어려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말 글로벌 빅파마에 자체 개발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하며 저력을 뽐냈고 이후 승승장구 하는 분위기다.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만 1억달러(약 1300억원)에 달하는 '빅딜'의 여세를 몰아 상장까지 내달리고 있다.

◇탄탄한 맨파워 핵심 경쟁력, 대형 VC 가세로 누적 펀딩 1296억

오름테라퓨틱은 2016년 이승주 대표와 김용성 아주대 공대 교수가 공동 창업했다. 1974년생 이 대표는 국내는 물론 해외 제약사를 두루 경험한 신약개발 전문가다. 연세대 생화학과 학사를 마친 후 미국 UC버클리에서 생물리학 박사를, 스탠포드대에서 화학과 포닥을 수료했다.

이후 LG생명과학에 입사해 5년간 연구원 생활을 하다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로 자리를 옮겼다. 사노피 아시아연구소장에 오른 그는 간암, 위암 등 아시아인에게 잦은 질환을 연구했다. 빅파마에 다니던 그가 창업을 결심한 건 혁신신약 개발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다.


설립 초창기부터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출범 1년 만에 9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인터베스트, KB인베스트먼트,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KTB네트워크, 스타셋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KDB 산업은행, DS자산운용 등 내로라하는 벤처캐피탈(VC)과 기관투자자가 회사에 베팅했다. 누적 펀딩액은 1296억원에 달한다.

경쟁력은 단연 맨파워다. 바이오 업종은 인력 관리가 특히 중요한 만큼 무엇보다 사람을 최우선 가치에 뒀다. 2019년 미국 보스턴에 지사를 설립한 것도 인재 영입을 위해서였다.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조직 문화도 탄탄한 인력 유지의 비결로 꼽힌다. 직책이 없어 직원들은 영어 호징으로 서로를 부른다.

현재 임상을 총괄하는 이는 올라프 크리스텐센 최고의학책임자(CMO·Chief Medical Officer)다. 의학박사(MD)로 의료 현장에서 암환자를 5년간 경험하고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바이엘·머크 등 빅파마에서 15년을 근무한 임상 전문가다. 2021년 합류해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 전 과정을 감독하고 규제기관과 소통하는 업무까지 맡고 있다.

또 다른 핵심 인력으로 사업개발(BD)과 연구(리서치)를 각각 이끌고 있는 이뮤노젠 출신 그레그 드와이어와 노바티스 출신 제임스 팔라치노 박사가 있다. 기존 최고과학책임자(CSO) 역할을 담당했던 피터 박 박사는 작년 4월께 직을 내려놓고 지금은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뮤노젠에서 5년 넘게 근무하며 주요 항체 신약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인물이다.

◇BMS 빅딜은 끝없는 도전 결과…세계 최초 TPD·ADC 결합

손꼽히는 연구진들은 한데 모여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오름테라퓨틱이 지난해 BMS와 1억8000만달러(약 2446억원) 규모로 맺은 'ORM-6151' 기술수출 계약은 국내 바이오 업계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급금 규모가 총 계약의 56%를 차지해 단숨에 130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이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맺은 결실이다. 아무리 뛰어난 연구진이 모였다지만 신약개발은 쉽지 않은 분야다. 온 힘을 다한 후보물질이 기대에 못 미치는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경우도 다반사다. 오름테라퓨틱 역시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회사 정체성을 항체 플랫폼 개발사에서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사로 옮기는 큰 변혁도 있었다.

창업 당시 주력 기술은 세포침투 항체 플랫폼 '오로맙'이었다. 기존의 패러다임으로 접근할 수 없었던 세포와 조직에 정확하게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그러나 해당 영역서 경쟁사 대비 나은 효능을 확인하지 못하면서 과감한 피보팅(Pivoting)을 결정했다.

오로맙 개발 잠정 중단이라는 결단을 내린 뒤 2019년부터 본격 ADC 개발에 뛰어들었다. 기존 ADC보다 독성은 줄이는 동시에 약효를 높인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 때 떠올린 아이디어가 표적단백질분해제(TPD)다. TPD는 표적 단백질 자체를 분해해 질병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주목받았지만 암세포를 잘 투과하지 못하는 게 한계로 지적됐다.


오름테라퓨틱은 항체에 페이로드를 붙이는 ADC처럼 항체에 TPD를 붙이는 기술을 고안해냈다. 이로써 암세포에서 과발현하는 특정 표적만을 효과적으로 분해해 질병을 치료하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일명 'TPD²'다. BMS 빅딜의 주인공 ORM-6151이 TPD²를 적용한 후보물질이다. ADC에 TPD를 결합해 임상 단계에 진입한 건 전 세계를 통틀어 ORM-6151이 처음이다.

메인 파이프라인으로 부상한 HER2·HER3 타깃 유방암 치료제 후보물질 'ORM-5029'도 TPD²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시장에 많은 정보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외에도 다수 후보물질을 연구개발 중인 걸로 파악된다. 세계 최초로 단백질 분해에 핵심 역할을 하는 E3 리가아제 저해 물질을 PD-1 표적 항체에 결합한 'TPS²' 플랫폼을 활용한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도 기대주로 거론된다.

오름테라퓨틱 관계자는 "창업 이후 환자의 미충족 수요가 큰 질환에 집중해왔다"며 "치료 현장에 도입해 유의미한 치료 결과가 있을 혁신신약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글로벌 바이오텍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본기에 충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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