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보험사 적자탈출 미션]오너 디지털 의지 담긴 교보라이프, 후계자 '시험대' 역할도③설립 이후 3690억 증자…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차남 디지털전략 역할 확대
강용규 기자공개 2024-06-17 12:41:13
[편집자주]
보험업계 역시 디지털 전환이 화두다. 디지털 보험사의 태동은 10년이 넘었지만 준비상황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가입의 편의성 등 강점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보험사의 실적은 말 그대로 처참하다. 국내 5개사 중 단 한 곳도 순수 영업으로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지상과제는 하나같이 적자탈출이다. 디지털 보험사가 처한 상황과 성과 창출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3일 15: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교보라이프)은 적자를 누적하는 동안 모회사 교보생명의 흡수합병을 통해 사라질 것이라는 설이 심심치 않게 제기돼 왔다. 그러나 정작 교보생명 측에서는 합병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고 있다.이는 교보라이프가 교보생명그룹 오너 신창재 회장의 ‘디지털 의지’를 상징하는 회사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교보생명도 자금수혈을 통해 교보라이프를 위기 때마다 조력하고 있다. 여기에 신 회장의 둘째아들이 교보라이프에서 디지털 전략을 담당하면서 교보라이프는 후계자 경영능력 시험대로서의 역할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합작투자 종료에도 3690억 단독 지원
교보라이프는 2013년 9월 교보생명과 일본 온라인 보험사 라이프넷생명의 합작을 통해 설립됐다. 당시 지분율은 교보생명이 74.5%, 라이프넷생명이 25.5%였다. 이후 교보생명은 교보라이프의 지분율을 점차 늘려갔고 2018년 3월 라이프넷생명의 교보라이프 잔여지분 8.08%까지 사들이면서 교보라이프를 100% 자회사로 삼았다.
일본 온라인보험 시장이 침체되면서 라이프넷생명은 교보라이프가 2013~2016년 4년 동안 해마다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유상증자는 교보라이프 설립 당시 금융당국의 인가 조건으로 약속된 투자였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교보생명은 교보라이프 투자 자금을 홀로 댔다. 4년간의 지원금액은 총 1090억원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교보라이프 설립 당시 5년 내 흑자전환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교보라이프는 교보생명의 100% 자회사가 된 이후로도 적자를 지속하며 신 회장의 기대에 부응하지는 못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2015년 현대해상이 자회사 현대하이카다이렉트를 실적 부진 끝에 흡수합병한 사례를 들며 교보생명의 교보라이프 흡수합병 가능성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후 교보라이프의 연간 적자가 발표된 뒤 업계에서 흡수합병 가능성이 거론되고 교보생명이 이를 부인하는 모습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 사이 교보생명은 유상증자를 통해 2019년 350억원, 2020년 1000억원을 추가로 수혈했다.
2023년 교보라이프는 순손실 214억원을 내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교보생명은 흡수합병은커녕 올해 2월 1250억원 규모의 추가 증자계획을 내놓으며 교보라이프 사업 지속의지가 굳건함을 보였다. 최초 출자금이나 지분 매수대금 등을 제외하고도 설립 이후 총 3690억원을 지원한 것이다.
◇꾸준한 지원의 이유 '오너 디지털 의지'
신창재 회장은 보수적 경영이 일반적인 보험업계에서 디지털 기술 도입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는 경영자로 꼽힌다. 2022년 신년사를 통해 교보생명의 경영 방침을 디지털 시대 성공기반 구축과 도전 가속화로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며 전사 경영전략회의에서도 여러 차례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측에서는 1인가구의 증가와 디지털 환경의 확산 등 추세를 고려할 때 비대면 개인계약에 특화된 디지털 보험사의 성장 기대치가 높다고 설명한다.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을 뿐 향후 시장 선점효과가 클 것이라는 말이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그룹의 후계자 경영수업 역시 디지털 보험업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장남인 신중하씨는 교보생명에서 그룹데이터팀장으로 일하다 올해 인사를 통해 그룹경영전략담당 그룹데이터TF장으로 발탁됐다. 차남 신중현씨는 교보라이프플래닛 디지털전략팀장에서 올해 조직개편과 맞물린 인사를 통해 디지털전략실장으로 역할이 확대됐다.
교보생명그룹은 신 회장이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교보생명의 지분 33.78%를 보유하고 있으며 두 아들은 교보생명 및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즉 그룹 경영의 본격적 승계는 아직 가까운 미래의 일이 아니며 후계자들이 디지털 보험업 성과를 통해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먼저라는 말이다.
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그룹 오너 3세들이 모두 디지털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디지털 보험업을 향한 신 회장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라며 "교보라이프는 신 회장의 디지털 전환 의지를 상징하는 사업인 만큼 교보생명의 지원 의지 역시 강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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