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사피온-리벨리온 합병 이후 상장밸류 놓고 IB '제각각'기존 밸류 2조~3조원대 수준 유지 vs 사피온 미래가치 반영 3조~5조 밸류업 전망
손현지 기자공개 2024-06-21 07:30:02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8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국내 AI반도체 회사 리벨리온이 사피온과 합병을 결정한 가운데 향후 기업가치 변화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합병 소식이 알려지기 전, IB업계가 내다본 리벨리온의 기업가치는 2조~3조원대로 거론된 바 있다.IB업계에선 상장밸류에 대해 의견이 다양하게 갈리고 있다. 일부 하우스는 사피온의 미래 실적 추정치를 반영한 상장 밸류까지 더해 최대 3조~5조원이 예상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일각에선 합병 만으로 두 배의 밸류업 시너지를 내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사피온의 개별의 상장 기업가치가 더해지기 보단, 현재 논의되고 있는 리벨리온의 몸값에 확신을 더할 수 있는 효과를 내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B업계 밸류 재조정 고민…사피온 상장밸류 반영할까, 말까
18일 IB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은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하우스들에게 PT일정이 지연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한 상태다. 당초 6월 말께 PT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런 합병 발표로 내달로 넘긴 것이다.
이후 아직 추가 공지는 하지 않은 상황이다. 리벨리온에 주관 제안서를 제출한 하우스는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사를 포함해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으로 알려진다.
IB업계에선 밸류 재산정법을 고심하고 있다. 대부분의 하우스들은 사피온 CFO 등 관계자를 만나지 않은 상황이라 합병 이후 달라질 상장 밸류에 대해 명확한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피온의 경우 그동안 미국 증시 상장을 고려해온 만큼 국내 IB들이 상장 밸류를 추산해본 적이 없다.
일각에선 사피온의 미래 실적 추정치까지 반영해 향후 밸류 수준이 눈에 띄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상장 밸류에 대해선 측정해보지 않았지만, 작년 시리즈A 투자유치 과정에서 몸값 5000억원(스톡옵션 포함)을 인정받은 바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서 추산하긴 어렵지만 현재 몸값을 기반으로 향후 상장 밸류 1~2조가 고스란히 추가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눈에 띄게 밸류를 재조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지닌 하우스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합병만 잘 되면 시가총액이 이전보다 올라갈 수 있겠지만, 여러 변수들을 고려했을 때 딜 클로징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IPO담당 임원은 "합병 이후 밸류는 특히나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이라며 "물론 전 보다 조단위 밸류에 대한 확신이 생길 수는 요소이긴 하나, 양사 곱하기 2의 밸류업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컨대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상장 밸류가 각각 3조원으로 추산된다고 가정한다면, 양사의 합병으로 밸류가 6조원이 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현재 논의 되고 있는 밸류 수준에서 확신을 얻을 수 있을 정도의 효과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시장에서 내다보는 리벨리온의 상장 밸류는 2조~3조원대로 알려진다. 올해 1월 이뤄진 시리즈B 투자에서 인정받았던 기업가치(8800억원)를 고려한 수준이다.
이를 토대로 하우스들 마다 합병을 감안해 리벨리온의 상장 밸류를 재측정 하더라도 2조~3조원대 수준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합병비율은 2대 1 혹은 1.9대 1가량으로 예상된다.
리벨리온과 사피온 모두 기술성 평가를 통해 상장해야 하는 기업이다. AI반도체 산업이 아직 초기인 만큼 아직 의미있는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리벨리온은 작년 연간 158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미래 실적 추정치를 끌어와 할인율을 책정해서 상장 밸류를 책정해야 하기에 밸류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였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성에 무게를 둔다면 3조원 넘는 시총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파두 사태 이후 기술성평가 상장 심사 허들이 높아졌는데 리벨리온은 이런 상황에서 사피온과의 합병으로 밸류 안정성을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합병으로 AI반도체 시장 경쟁력 '굳건'…IPO는 변수 산적
글로벌 AI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AI반도체 3사(퓨리오사AI, 리벨리온, 사피온)가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 중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합병은 경쟁력 제고에는 긍정적이란 의견이 지배적인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SKT, KT가 모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만큼 사업 시너지는 무궁무진 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IPO에 플러스 요인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많다. 양사에 다양한 주주들의 이해관게에 따라 합병이 중도에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합병을 성공하더라도 양사간 공급망 조정 문제도 남아있다. 리벨리온은 그동안 삼성전자의 HBM3E를 기반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통해 차세대 칩을 개발해왔다. 이에 반해 사피온은 SK하이닉스의 HBM3E를 사용한 제품을 준비 중이다.
향후 국내 증시 상황도 장담할 수는 없다. 금리 인하가 예고된 만큼 하반기에는 긍정적인 시그널이 작용하긴 하나, 올들어 국내 증시에 상장한 회사 중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은 곳은 HD현대마린솔루션, 에이피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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