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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하는 가족신탁]15%룰에 가로막힌 가업승계신탁, 활성화는 언제쯤③중소기업 오너 세대교체 시점…일본 사례 참고해야

황원지 기자공개 2024-06-20 07:44:21

[편집자주]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 되면서 가족신탁이 주목받고 있다. 1년에 1조원이 넘는 속도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신규 진출을 선언한 금융기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 동안 발목을 잡고 있던 법안 개정이 이뤄지면 성장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벨은 국내 가족신탁 시장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법안 개정에 따른 방향성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7일 15:48 theWM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나온 신탁업 혁신방안 중 자산관리(WM) 업계에서 주목한 건 가업승계신탁이다. 국내 중소기업 CEO의 평균연령이 50대 후반에 가까워지면서 가업승계가 상속의 핵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법개정으로 중견기업 가업승계 자체는 혜택이 커졌으나 아직 신탁제도를 활용하기엔 제약이 많다.

업계에서는 개정안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생전에 신탁을 통해 상속을 끝내둔다면 현재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유류분 청구 소송, 형제 간 경영권 분쟁 등의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탁을 통한 가업승계가 활성화된 일본의 사례도 참고 대상이다.

◇신탁 주식은 의결권 행사 15% 제한, 가업상속공제 혜택도 못 누려

가업승계신탁이란 기업의 오너가 자녀에게 지분을 상속할 때 활용하는 신탁을 말한다. 기업 지분을 미리 신탁사에 넘겨 관리하다가 사망 후 원하는 이에게 상속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사망 전에 미리 신탁을 통해 상속을 설계한다는 점에서 유언대용신탁의 형식을 취한다.

이 제도는 경영권 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속을 유언장으로만 진행한다면 법적 분쟁 가능성이 커진다. 어떤 유언장이 마지막 유언장인지에 대해 자식들 간 의견이 갈린다면 법원이 개입하고 절차가 지연된다. 반면 가업승계신탁은 이미 지분의 소유권을 신탁사에 넘긴 상태라 사전에 위탁자가 지시한 대로 집행이 수월하다. 경영권 공백 기간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간 활성화되지 못했다. 지난 2013년 유언대용신탁이 허용됐지만 가업승계와 관련해서는 제약이 많았기 때문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신탁된 주식은 의결권 행사를 최대 15%까지만 할 수 있다. 오너가 회사의 지분 70%를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유언대용신탁에 맡기는 순간 의결권 행사가 크게 제한되는 것이다.

또한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상속받는 이가 40% 이상의 지분을 10년 이상 보유해야 하는 조건도 문제가 됐다. 신탁사가 대신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기간도 보유기간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법령해석이 명확하지 않아서다. 불명확한 제도로 인해 실무에서는 가업승계신탁의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가업승계 혜택을 키웠지만, 신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2023년 세법개정안에서는 가업상속공제 기준을 낮췄다. 대상기업 매출액을 4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높였고, 가업상속공제 금액을 5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확대하는 등 더 많은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은 유언대용신탁을 이용할 경우 모두 사라진다. 소유권이 신탁업자에게 이전돼 절세 혜택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이다.

◇고령화로 성장 가능성 높아…의결권 유보형 등 일본 사례 참고 목소리도

신탁업 혁신방안에 따라 자본시장법이 개정된다면 시장 성장성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가업승계신탁이 가족신탁 중에서도 탄력적으로 성장할 분야로 꼽고 있다.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CEO의 평균연령은 2021년 약 55세였다. 60세 이상 CEO의 비중은 31.6%로 세대교체 니즈는 커지고 있다.

고령화를 먼저 맞이한 일본에서는 가업승계신탁 제도가 활성화돼 있다. 일본 중소기업청은 2025년까지 경영자의 은퇴시기(70세 이상)가 도래한 중소, 중견기업이 전체의 6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대비해 2008년부터 ‘중소기업 경영승계 원활화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가업승계가 문제없이 이뤄지도록 독려해 왔다.

일본에서 활용하고 있는 가업승계신탁 제도를 참고해볼 만하다. 배정식 법무법인 가온 패밀리오피스 본부장은 "국내 신탁업 법안 개정의 방향성은 일본을 참고하고 있다"며 "인구구조의 변화도 우리와 비슷한 만큼 일본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츠호 신탁은행 등 일본의 은행에서는 의결권을 떼어낸 의결권 유보형 가업승계신탁을 제공하고 있다. 일반적인 유언대용형 가업승계신탁은 오너 사망 시 지분의 재산권과 의결권이 모두 상속된다. 반면 의결권 유보형은 재산권은 생전에 후계자에게 넘기되, 의결권은 사후에 상속하는 구조다. 상속을 미리 진행하면서도 경영에서 물러나고 싶지 않은 오너들이 많이 활용한다.

수익자 연속 신탁과의 연계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SMBC 신탁은행은 손자녀의 상속까지 미리 결정하는 수익자 연속 신탁을 제공중이다. 국내에서도 2013년 이미 수익자 연속 신탁이 허용된 만큼 가업승계신탁이 활성화되면 다방면의 활용이 예상된다. 오너가 손자녀에 대한 상속 지분까지 미리 결정해 상속과 관련한 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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