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심사조직 집중해부]'거래소의 꽃' 상장심사부, 자본시장 '권력의 정점'①비상장 기업 증시입성 '좌지우지'…"회계·로펌에서 러브콜 쇄도, 내부 직원들도 선호 부서"
손현지 기자공개 2024-06-20 13:33:38
[편집자주]
'거래소의 꽃'으로도 불리는 상장심사부. 때론 모험자본 상장촉진을 위한 개척자가 되기도 했다가, 자격 미달 기업들의 시장 입성을 엄격히 제한하는 포청천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IPO 허들을 넘으려는 자들에겐 그야말로 절대적인 존재다.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은 상장심사 키맨 변화, 심사 트렌드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더벨은 거래소의 상장심사 조직의 대내외 위상 변화 양상을 짚어보고, 조직 변천사, 주요 키맨 이동 현황 등을 다각도에서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9일 11: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 상장심사 라인 30명은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에겐 절대적인 존재다. 기업의 증시입성 여부가 이들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매년 40여곳의 기업들이 상장예비심사 청구후 최종 상장 허들을 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IPO 최고 권력자로도 볼 수 있다.상장심사 조직은 코스닥 시장이 신설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해나갔다. 2000년 초 코스닥-유가증권 합쳐 총 3개팀에 불과했던 조직은 현재 7개팀, 30명 규모로 불어났다.
다양한 산업군을 경험할 수 있고,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보니 내부에서 인기도 좋다. 업계 엘리트 인력들이 모이는 한국거래소 내에서 최선호하는 조직으로 거듭났다. 더벨은 거래소 심사 조직의 변천사, 주요 키맨들의 면면 등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최근 IB업계 내 위상·역할 변화 등도 파악해본다.
◇매년 30%는 탈락의 고배…심사팀 손에 달린 IPO 운명
매해 100곳이 채 안되는 기업들이 겨우 증시 입성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 2015년은 이례적으로 100건이 넘기도 했다. 최경수 전 거래소 이사장의 적극적인 모험자본 유치의 기조하에 꽤 많은 기업들에게 증시 입성 기회가 열렸던 해다. 그러나 이를 제외하고선 평균 70~90곳의 기업들이 신규상장에 성공한다.
증시 문을 못 여는 기업도 30% 정도다. 한국거래소 KIND에 따르면 작년 한해 신규 상장사는 163건에 달한다. 이 중에서 스팩상장, 이전상장, 재상장 등의 경우를 빼면 93건의 기업들이 새롭게 상장사 대열에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작년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스팩, 재상장, 이전상장 제외)은 133건, 이 중에서 심사철회나 미승인, 공모철회 등으로 심사허들을 넘지 못한 기업은 39곳이다. 즉 증시입성에 성공할 확률은 대략 70%, 실패할 확률은 30% 라는 뜻이다.
IPO 시장에서 거래소 심사팀의 무게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데이터다. 사실상 외부기관에서 기술성평가를 받고, 주관사와 상장 밸류에이션을 완료해 예심을 청구하더라도 상장승인 전까지는 상장심사팀의 판단에 의해 자격 여부가 판가름 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매번 거래소 심사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떨 수밖에 없다"며 "심사팀에서 한번 미승인 조치를 내리면 뒤바꾸기 쉽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심사 성향, 기조를 충분히 파악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파두사태 이후 거래소 심사팀의 무게감이 더해졌다. 미래실적추정치를 끌어와 밸류에이션을 하는 기술성평가에 대한 잣대가 특히나 까다로워진 탓이다. 가뜩이나 4월 인사로 새롭게 바뀐 심사조직의 성향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책을 세우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평가다. 기술성평가 전형이 아닌 경우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대외 스카웃 러브콜…"내부에서도 인기조직, 다양한 산업군 경험 가능"
거래소 상장심사부는 내부적으로도 '인기 조직'으로 분류되는 편이다. 심사를 하면서 다양한 AI, 반도체, 로봇에 이르기까지 산업군의 기업을 접하고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거래소 관계자는 "물론 업무량은 많고 업무 강도도 빡센 편"이라면서 "하지만 법, 산업동향, 회계지식 등 다방면의 지식을 필요로 하는 업무인 만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양한 산업에 대한 혜안을 넓힐 수 있는 점도 재밌게 여겨질 수 있다"며 "무엇보다 예비상장기업, 주관업무를 맡은 증권사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로 고속 확장…역할 구분은 희미, 기술특례 무용론 대두
1996년 코스닥 시장이 생겨났을 때만 해도 등록심사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코스닥 등록기업들이 한국증권거래소 시장으로 이전하기 위해 상장심사부의 심사를 받는 형식이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IPO 시장은 회복과 침체를 반복하며 성장해왔다.
그러다 2010년부터 IPO 공모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서며 'IPO 르네상스' 시기를 맞았다. 삼성생명 등 빅딜들이 줄줄이 입성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자 거래소 심사 조직의 존재감도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2000년 초 코스닥 시장과 유가증권 시장 합쳐서 3개 조직에 불과했던 조직은 현재 유가증권(2팀), 코스닥(5팀) 등 30명 가까운 인력이 배치된 상태다.
유가증권시장본부 내에는 상장부(제도팀, 심사팀)만 구성돼 있다. 최근 이원일 상장부장이 핵심 키맨으로 신규 선임됐다. 정창규 팀장, 도종숙 팀장, 강승주 팀장 체제는 그대로 유지됐다.
코스닥시장본부는 비교적 세분화돼 있다. 상장부, 기술기업상장부, 상장관리부 이렇게 크게 3개로 나뉘어져 있다. 코스닥엔 상장 기업이 많다보니까 상장 심사를 담당하는 조직을 2개(상장, 기술기업상장)로 쪼개서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상장관리부는 상장폐지실질심사만 담당한다.
다만 최근에는 기술기업상장부와 상장부의 역할 구분이 희미해졌다는 평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많아지다 보니 상장부에서도 기술평가 전형을 함께 심사하고 있다"며 "최근 심사특례 간소화는 물론이고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무용론이 대두되는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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