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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산신탁, 대출채권 유동화 1000억 유동성 확보 금융기관 신용보강으로 이자비용 줄여, 한도대 소진 없어 추가 조달도 가능

이재빈 기자공개 2024-06-21 08:10:37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0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자산신탁이 대출채권 유동화를 통해 1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금융기관 신용보강을 통해 이자비용을 줄이고 향후 신탁방식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한도대를 보전한 상태로 유동성을 조달한 만큼 추가적인 자금수요에도 대응 가능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자산신탁은 이날 대출채권 유동화를 통해 1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다. 대주단이 설립한 유동화법인(SPC) 등이 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해 확보한 자금을 한국자산신탁에 대출해주는 구조다. ABSTB의 기초자산은 한국자산신탁이 SPC 등에 제공하는 대출채권이다.

조달 과정에서 추가 담보도 제공됐다. 담보물은 한국자산신탁이 사업대행자로 지정된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5A구역 재개발사업과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지인 충청남도 아산시 배방읍 오피스텔 개발사업 관련 비용상환청구권이다.

대출만기는 2025년 8월로 설정됐다. 2~3개월 단위로 총 5회차에 걸쳐 차환 발행되는 구조다. 차환발행 시점 중 2025년 5월말에 한해 기한 전 조기상환이 가능하다.

신탁사가 대출채권 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보통 개발사업을 시행하는 디벨로퍼가 부동산 PF를 일으킬 때 사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는 2017년 대한토지신탁이 신한은행 등의 신용보강으로 자금을 조달한 이력 정도다.

한국자산신탁이 생소한 자금조달 방식을 선택한 까닭은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조달된 1000억원 중 300억원의 경우 한국투자증권이 자금보충 및 사모사채 인수확약을 제공해 신용을 보강했다. 신용이 보강된 덕분에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에 맞춰 이자율을 책정할 수 있었다.

한국투자증권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A'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한국자산신탁은 회사채 신용등급 'A'에 그친다. 전날 기준 5개 자산평가사의 채권시가평가수익률은 'AA'가 3.617%, 'A'가 4.099%로 약 48bp(1bp=0.01%p)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자산신탁이 이번에 조달한 1000억원에 단순 대입할 경우 신용보강 효과로 약 4억8000만원의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신용보강으로 조달 성공 가능성도 제고했다. 앞서 한국자산신탁은 지난 4월 2년물 600억원, 3년물 400억원 등 총 1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수요예측 진행 결과 2년물 주문액이 90억원에 그치며 미매각 사태가 발생했다. 다행히 발행 주관사와 총액인수 계약이 체결돼 있어 자금조달에는 이상이 없었다.

금융기관과의 시너지 효과 창출도 기대 가능하다. 부동산 신탁사 매출의 상당 부분이 토지개발신탁에서 기인하는 만큼 주요 대주인 금융기관들과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

향후 추가 유동성 확보 여지를 남겨둔 점도 이번 조달의 성과다. 한국자산신탁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한도대를 소진하지 않고 유동성을 조달한 만큼 추가 자금 수요에 대응이 가능하다. 한국자산신탁은 1분기 말 기준으로 1358억원의 미사용 대출약정을 보유하고 있다. 캐피탈콜을 포함한 약정액은 총 1449억원이다.

한국자산신탁이 연달아 대규모 유동성을 조달한 배경에는 신탁계정대 관련 자금 수요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탁사가 자금조달 책임을 가지게 되는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지와 책임준공 이행 의무가 있는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지 투입에 필요한 신탁계정대를 확보하기 위한 조달이라는 해석이다.

2020년대 들어 감소하고 있던 한국자산신탁의 신탁계정대 규모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연도별 신탁계정대 규모는 2020년 4476억원, 2021년 2615억원, 2022년 2240억원이었으나 지난해 말 4688억원으로 급증했다. 1분기 말 기준 신탁계정대는 5520억원으로 확인됐다.

2020년 말 724억원에서 2022년 말 368억원으로 감소했던 신탁계정대 대손충당금 규모도 지난해 말에는 523억원을 기록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다만 1분기 말 기준 신탁계정대 대손충당금은 521억원으로 전년 말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고정이하 자산비중은 2020년대 들어 최고 수준을 보이는 중이다. 2020년 31.9%에서 2022년 9%로 떨어졌던 고정이하 자산비중은 지난해 말 31%로 상승했고 1분기 말에는 36%를 기록했다. 신탁사 고정이하 비중은 공정률과 분양률을 기준으로 산출된다. 고정이하 비중이 높다는 것은 공정률과 분양률에 문제가 있는 사업장에 제공된 대출채권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김규철 한국자산신탁 대표는 "이번에 조달된 자금의 사용처는 아직 미정"이라며 "금융기관 신용보강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이자비용을 줄이면서도 한도대를 소진하지 않고 유동성 확보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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