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스타트업 견문록/thebell interview] 에임트 "고성능 단열재 기술력, 유럽서 관심 점증"③갈승훈 대표 "터키 진출 가시권, 글로벌 톱티어 소재 기업될 것"
유가(대구)=이기정 기자공개 2024-06-26 09:21:42
[편집자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가운데 67%가량이 수도권에 거점을 두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불균형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않다. 과거 섬유 등 제조 산업이 크게 발달했던 대구·경북(TK) 지역은 전통 산업이 힘을 잃으면서 위기 의식이 커지고 있다. 지자체는 수년 전부터 지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 육성에 공을 들였다. 최근 인공지능, 소재부품장비,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 받는 기업이 등장했다. 더벨이 지역 벤처 생태계 발전에 힘쓰고 있는 투자사와 함께 유망 스타트업을 찾아가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4일 14: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에너지 규제가 강화되면 고성능 친환경 단열재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에임트는 이에 대비해 더 새롭고 친환경적인 제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가전 제품의 성능 및 효율을 최대화하는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지난 12일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읍에 위치한 에임트 본사에서 더벨과 만난 갈승훈 대표(사진)는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으로 인정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를 위해 연내 터키 법인 설립을 마무리하고 유럽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스핀오프 기업인 에임트는 친환경 단열재를 개발하고 있다. 우수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손꼽히는 성능의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갈 대표는 지금은 저렴한 단열재가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고성능의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에임트의 기술력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서 스핀오프…대구시·인라이트벤처스 지원에 성장 기반 마련
1976년생인 갈 대표는 고려대 화학과 학사와 석사를 졸업하고 2004년 LG이노텍에 입사해 소재연구부품연구소에서 근무했다. 이후 2008년 삼성전자로 이직해 DMC연구소에서 냉장고용 진공단열재를 연구했다. 그러던 중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Lab(Creative Lab)'을 알게 됐고 동료들과 함께 지원했다.
사내벤처팀에서 연구를 하다가 대구시 투자사들과 인연을 맺게 됐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삼성전자 C-Lab 노하우를 이식해 만든 '대구 C-Lab'에 참여할 기회를 얻어 2016년 에임트를 설립했다.
갈 대표는 "5명의 동료들과 사내벤처팀을 만들어 단열재 기술을 연구했고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어냈다"며 "이후 대구 C-Lab을 통해 성서산업단지에 생산 공장을 확보하면서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시의 배려로 테크노폴리스에 입주해 약 2000평 규모의 제조 공장을 신설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성장 과정에서도 대구시와 투자사들의 도움이 이어졌다. 그는 "지방에는 기술력을 갖추고도 투자사를 찾지 못해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면서 "에임트는 지자체가 주도해 조성한 펀드로부터 투자를 여러번 받을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케일업펀드 등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지원을 받았고 대구시가 마련한 연구개발(R&D) 및 창업사업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며 "인라이트벤처스가 꾸준하게 팔로우온 투자에 나서며 네트워크를 제공해 펀딩도 비교적 수월하게 마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계기로 급성장, 잇단 악재로 경영 악화…글로벌 고객사 확보로 위기 극복
갈 대표는 지금까지의 성장 과정이 희로애락의 연속이었다고 돌아봤다. 먼저 스핀오프 후 정수기와 방화문 진공단열재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또 2020년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주문배송이 급증하면서 급성장의 기회를 맞이했다. 에임트는 당시 쿠팡에 보냉백을 납품했다.
그는 "2018년 쿠팡과 친환경적이면서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물류 유통백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며 "이후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납품을 시작해 매년 최대 80만개의 제품을 팔아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고 설명했다.
항상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았다. 주 고객사였던 대유위니아가 지난해 파산하면서 위기를 맞이했다. 설상가상으로 백신 운송을 위해 이미 제작을 완료했던 보냉백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갈 곳을 잃었다. 해당 재고들은 아직도 에임트 공장 한 편에 머물고 있다.
그는 "대유위니아의 파산이나 식약처 가이드라인 개정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였기 때문에 많이 당황스러웠다"며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 등 허리띠를 조이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갈 대표는 솟아날 구멍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유럽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향으로 에너지 규제가 엄격해지고 있어 현지 가전 기업들의 에너지 효율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갈 대표는 "유럽 현지 가전 회사들이 에임트의 기술력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실제 터키 법인을 설립하고 자회사로 현지 공장을 착공하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을 시작으로 향후에는 중동과 베트남 등으로도 영토를 넓혀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BEP 달성 후 기업공개 추진, 기술특례방식 활용…"정부, 기술 기업 지원 늘려야"
갈 대표는 성장 과정에서 많은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빠르게 기업공개(IPO)에 나서겠다는 생각이다. 시기는 유럽에서 고객사를 확보하고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는 시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장 방식은 기술특례로 가닥을 잡았다.
그는 "단열재는 글로벌 전 지역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군 중 하나다"라며 "에임트는 글로벌 시장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 등 선진국 진출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 회사는 기술보증보험에서 시행한 기술성 검증에서 T2급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덧붙였다. 기술성 검증은 총 10단계로 구분되는데 T2는 T1과 함께 '최상위 기술 기업'으로 구분된다.
갈 대표는 경기 침체로 에임트와 같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많다고 진단했다. 또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책자금이 스타트업들에게 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벤처 생태계 유동성 악화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소부장 업체들이 이전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그만큼 매출이 없어 위기에 직면한 비상장기업들이 많은데 정부가 나서서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많은 기술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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