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스타트업 견문록]대구가 키운 에임트, 위기상황에 강한 면모 '빛났다'①삼성전자 스핀오프 '진공 단열재' 기업…어려움 딛고 유럽 진출 '초읽기'
유가(대구)=이기정 기자공개 2024-06-24 09:26:57
[편집자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가운데 67%가량이 수도권에 거점을 두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불균형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않다. 과거 섬유 등 제조 산업이 크게 발달했던 대구·경북(TK) 지역은 전통 산업이 힘을 잃으면서 위기 의식이 커지고 있다. 지자체는 수년 전부터 지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 육성에 공을 들였다. 최근 인공지능, 소재부품장비,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 받는 기업이 등장했다. 더벨이 지역 벤처 생태계 발전에 힘쓰고 있는 투자사와 함께 유망 스타트업을 찾아가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0일 14: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성능 진공단열 포장재 제조업체 '에임트'의 본사는 대구광역시 최남단인 유가읍에 조성된 '대구테크노폴리스 일반산업단지'에 자리하고 있다. 높게 솟은 아파트 단지가 즐비한 계획도시 '대구테크노벨리'를 지나면 약 2000평 규모의 에임트 공장을 만날 수 있다.삼성전자가 2012년 도입한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C-Lab(Creative Lab)'의 스핀오프 기업인 에임트는 대구가 육성한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다. 2016년 대구에서 설립 후 성장을 위한 자금 지원부터 신공장 부지 등 시에서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에임트는 우수한 기술력과 환경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앞세워 차근차근 성장을 하던 중 국가 정책 변화와 고객사의 파산 등으로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면서 기대를 받고 있다. 특히 딥테크 기술력을 알아본 해외 고객사들이 에임트를 주시하고 있다.
◇고객사 파산·정부 정책 변화에 주춤…글로벌 시장서 인지도 확대
지난 12일 에임트 본사를 찾았다. 밖에서 바라본 에임트는 공장 건물에 회사 로고만 하나 박힌 투박한 이미지였다. 에임트를 함께 방문한 조영호 인라이트벤처스 수석심사역은 화려한 겉치레에 집중하기 보다는 솔직하고 정직하게 정도경영의 길을 걷겠다는 갈승훈 에임트 대표(사진)의 철학이 여실히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내부로 들어서자 넓은 공간에 쌓여 있는 다량의 재고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코로나19 백신 수송을 위해 만든 제품인데 올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수요처가 사라졌다.
이뿐 아니라 법정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대유위니아에 납품 예정이었던 제품들도 쌓여있었다. 대유위니아는 에임트의 주요 고객사 중 한 곳인데 지난해 10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부도가 났다. 대유위니아가 다시 정상 가동될 때까지 에임트에 쌓은 제고도 갈 곳을 잃은 상황이다.
갈 대표는 예상치 못했던 변수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실제 회사는 최근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포기는 없었다. 재고를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고 다른 고객사를 찾았다. 그 결과 새로운 고객사와 글로벌 시장에서 에임트의 기술력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갈 대표는 "백신 수송 가이드라인이 바뀌고 대유위니아가 파산하는 등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이 생겨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무엇보다 회사에서 잘못한 것이 없기에 이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마음고생이 더 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제는 새로운 고객사 확보와 글로벌 진출 등 재도약을 위한 환경이 갖춰지고 있다"며 "특히 고강도 에너지 규제가 이뤄지고 있는 유럽 진출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강조했다.
◇단열재 사용처 무궁무진…사업 영토 확장, 고객사 다양화 목표
공장 깊숙히 들어가자 에임트의 기술력을 구현하는 다양한 장비를 만나볼 수 있었다. △진공챔버 △흡착제 소성로 △쾌속 검사기 △레이저 재단기 등이 주인공이다. 이 장비 가운데 대부분은 에임트가 직접 주문 제작한 것이다. 이를 통해 회사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손꼽히는 고성능의 단열재를 만들어내고 있다.
에임트가 제작하는 다양한 형태의 단열재도 눈에 띄었다. 단열재는 냉장고와 정수기, 보일러, 컨테이너, 보냉백 등에 활용된다. 압도적인 성능을 바탕으로 에너지 효율 개선을 이끌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회사에 따르면 타사 제품 대비 30~40% 수준의 에너지 효율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에임트 공장 부지는 아직 활용 가능한 공간이 많다. 향후 캐파(생산능력)를 늘리는 과정에서 추가 자금조달을 최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회사는 현재 일부 대기업과 해당 공간을 활용한 제품 생산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만약 계획대로 캐파를 늘리게 되면 매출 성장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갈 대표는 "에너지 규제가 강해지는 것은 시대의 흐름으로 에임트의 기술력을 찾는 고객사는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기존 냉장고, 보일러 외에도 선박 컨테이너와 TV 등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다양한 고객사와의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라이트벤처스 5차례 투자 '눈길'…CEO 역량 높은 점수
에임트는 인라이트벤처스와 대구시, 삼성전자가 육성한 기업으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 먼저 인라이트벤처스가 회사의 창업부터 펀딩, 성장 등 모든 과정을 지원했다. 구체적으로 김용민 인라이트벤처스 대표파트너가 삼성벤처투자 시절 삼성전자 관계자들에게 에임트의 스핀오프를 적극 추천했다.
설립 후에는 총 6번의 펀딩 가운데 5번을 책임졌다. 초기 에임트 투자에 비히클로 활용한 펀드들이 삼성전자와 대구시가 출자한 펀드였다. 이외에도 인라이트벤처스는 에임트가 신공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대구시와 가교 역할을 했다. 대구시는 에임트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보고 성서산업단지에 들어서는 것을 허가했다.
에임트에 대한 대구시의 애정이 드러나는 대표적인 사례는 시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재야의 타종행사'였다. 2019년 갈 대표가 스타트업 대표로 재야의 타종행사에 참여했다. 삼성전자 역시 에임트가 스핀오프에 나서기 이전에 스핀인을 유력하게 검토할 정도로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민 대표파트너는 "에임트의 신소재 기술을 적용하면 제품의 부피 등 규모가 줄어 다양한 제품에 적용이 가능하다"며 "갈 대표가 보유한 개발 역량과 국내외 네트워크는 앞으로 회사를 성장시키는데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조 수석팀장은 "어려움이 닥치면 이를 극복하기보다는 포기하려는 스타트업이 생각보다 많다"며 "항상 투자사들과 가감없이 소통하며 책임감이 높은 갈 대표라면 어려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지속적으로 믿음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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