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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로 본 금융사 브랜드 전략]우리금융, 아이유가 '위비프렌즈' 키링을 가방에 단 까닭은②2010년대 중반 주력 캐릭터, 행장 교체 후 폐기…6년 만에 부활, 계파보다 '효율성' 중시

최필우 기자공개 2024-06-28 12:40:09

[편집자주]

'피겨퀸' 김연아, '국가대표' 손흥민, '국민여동생' 아이유까지. 금융회사는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을 자사 브랜드 대표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전 국민 대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연령·성별 불문 호감도가 높아야 하고 그룹 지향점과도 일맥상통해야 한다. 금융 서비스별 모델 면면에는 경쟁사와 차별화를 위한 디테일한 전략도 숨어있다. 일류 모델들의 각축장이 된 금융권의 사별 브랜드 전략을 해부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6일 0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사옥 외벽에 그룹 대표 모델인 가수 아이유 이미지를 래핑(Wrapping)하는 옥외광고를 시작했다. 이 광고가 이목을 끄는 건 아이유와 함께 우리은행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2010년대 중반 우리은행 간판으로 활약하다 뒤안길로 사라졌던 캐릭터 '위비프렌즈'가 그 주인공이다.

위비프렌즈는 우리은행의 모바일뱅크 '위비뱅크'와 메신저 서비스 '위비톡'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위비프렌즈 탄생을 주도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불명예 퇴진하고 프로젝트가 좌초하면서 폐기 수순을 밟았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체제에서 계파보다 업무 효율성을 중시하는 의사결정 체계가 자리 잡자 위비프렌즈를 다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 아성 도전했지만 역사 뒤안길로

우리금융은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본점 사옥 외벽을 활용한 옥외광고를 시작했다. 광고에는 위비프렌즈 키링을 가방에 달고 있는 그룹 대표 모델 아이유가 자리한다. 모델 아이유와 캐릭터 위비프렌즈를 동시에 활용하는 전략이다.


위비프렌즈는 2015년 첫선을 보인 캐릭터다. 꿀벌 위비와 나비, 원숭이 등을 의인화해 우리은행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만들었다. 캐릭터 저작권 라이센싱 부수업무 신고를 마치고 브랜드 마케팅 전면에 내세운 건 금융권 최초의 시도였다.

위비프렌즈는 위비톡과 위비뱅크를 알리는 데 활용됐다. 이 전 행장은 카카오 주도로 인터넷은행 설립 논의가 진행되던 시기 우리은행은 반대로 플랫폼 비즈니스에 진출하기로 하고 위비톡, 위비뱅크를 역점 사업으로 삼았다. 위비톡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로 국내 최다 이용자를 보유한 카카오톡을 벤치마킹해 만들었다. 모바일뱅크 위비뱅크도 인터넷은행 도입에 대응하는 차원이었다.

우리은행은 카카오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한 것을 참고해 위비프렌즈 중심 마케팅을 진행했다. 2016년 MC 유재석, 2017년 가수 겸 배우 박형식을 광고 모델로 선정하고 우리은행 브랜드가 아닌 위비톡과 위비플랫폼을 알리게 했다.

위비프렌즈를 내세운 마케팅은 플랫폼 사업자가 은행의 경쟁 상대가 될 것으로 예견하고 진행된 프로젝트로 최근 재평가되고 있다. 다만 의도한대로 신규 서비스를 안착시키진 못했다. 위비톡 서비스는 카카오의 벽을 넘지 못하고 폐지됐고 위비뱅크는 우리WON뱅킹으로 전환됐다. 모델 선정 전략도 위비 서비스가 아닌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됐다.


◇불필요한 '전임자 지우기' 없다

위비프렌즈는 올해 초 우리은행 경영전략회의에서 캐릭터를 내세운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공개하면서 다시 등장했다. 관련 서비스 폐지로 자취를 감춘 지 6년 만이다. 2024년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 필요성이 제기됐고 새로 제작하기보다 기존 캐릭터인 위비프렌즈를 다시 쓰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우리은행이 그간 위비프렌즈를 선뜻 활용하기 어려웠던 건 이 전 행장의 업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위비프렌즈는 이 전 행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플랫폼 서비스 강화 사업의 일환이었다. 이 전 행장이 불명예 퇴진해 동력을 잃은 서비스와 캐릭터를 후임 행장대에서 브랜드 전략 중심에 놓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우리은행의 뿌리 깊은 계파 갈등도 전임자 주도로 개발한 캐릭터 활용을 제한한 요인으로 꼽힌다. 상업은행 출신인 이 전 행장 퇴임 이후 한일은행 출신이 행장과 회장으로 잇따라 취임했다. 한일은행 출신 CEO 입장에서는 브랜드 마케팅 새 판을 짜면서 다른 계파 행장의 전략을 계승할 필요성이 적었던 것이다.

임 회장 취임 후 브랜드 전략은 불필요한 전임자 지우기를 지양하는 기조다. 아이유는 전임자인 손태승 전 회장 시절 발탁된 모델로 임 회장 임기 중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 또 임 회장은 올해 아이유와 함께 위비프렌즈를 브랜드 전략 핵심 자원으로 쓰면서 이 전 행장의 유산을 활용하고 있다. 외부 출신인 임 회장이 취임하면서 계파보다 효율성을 중시한 브랜드 전략이 수립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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