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thebell note]'중학교 3학년' 신약개발

임정요 기자공개 2024-06-28 09:43:56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7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학교 3학년. 앳된 나이지만 이쯤되면 아이의 진로에 대한 견적이 대강 나온다. 공부에 뜻이 있는지, 필요하다면 특수목적고등학교에 보낼지, 어떤 대학을 목표로 입시준비를 할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국내 신약개발 산업이 어느새 중학교 3학년 수준에 이렀다고 평가하는 한 바이오텍 대표를 만났다. 국내 과학기술이 해외에 견줘 뒤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엔 힘이 실렸다.

산업의 나이를 가늠하는 것은 어느정도 주관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국내 신약개발 역사를 언제부터 봐야하는가의 문제가 있다. 한명의 천재가 선진시장에 진입한 것으로 따지면 2003년이다. LG가 개발한 팩티브가 국산신약 최초로 미국 FDA 허가를 받은 해다.

시장이 규모를 갖춘 시점으로 따지면 2015년이다. 한미약품이 빅파마 네 곳에 기술이전을 이룬 해다. 이후 바이오벤처가 급증했다. 기념비적인 두 사건을 살펴볼때 신약산업 나이는 10년에서 20년 사이로 볼 수 있다. 초등학교 3학년에서 대학교 1학년 사이다. 중 3은 후하게 쳐준 중간값 정도다.

다수의 바이오텍 대표, VC 바이오심사역, 신약 RA(규제·허가) 현업에 있는 이들에게 산업 나이를 중 3으로 보는게 타당한지 물었다. 의견은 갈린다. 아직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신약개발 전주기에서 세부영역에 따라 역량차이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내 물질발굴(Discovery) 역량만큼은 미국에 절대 뒤쳐지지 않는다는데 의견이 모였다. 이달에만 지놈앤컴퍼니, 에이프릴바이오, 아이엠바이오로직스, 이수앱지스가 글로벌 기술이전을 이뤄 물질발굴 역량을 입증했다.

다만 임상개발, 임상설계, 후기임상과 같은 역량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다. 일례로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와 건물을 짓는 노동자의 간극이다. 새로운 물질을 신약으로 개발해내기 위해선 철저한 설계역량이 필요하고 국내에 임상 2상 이상을 설계할 수 있는 전문가 풀은 굉장히 적다고 평가된다.

국내 바이오산업은 기초과학 능력이 뛰어나지만 후기임상 경험과 자본이 부족한 상태다. 임상 2상이나 3상을 제대로 하려면 수천억원이 필요한데 이만한 자본을 쏟기에 시장의 여유가 없다. 매출 없는 신약개발사에 대한 IPO 장벽도 높아졌고 투자회수가 불투명해지자 VC 투자도 경색됐다.

아직 중학생에게 '너 얼마 벌거니'라고 따질 수 없는 일이다. 성숙기에 진입하지 않은, 성장하는 산업이다. 잘 키워줘야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