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텍 유증·메자닌 승부수]에이비엘바이오의 버전2 '이중항체 ADC' 기반 대규모 조달주요 FI 통해 1400억 조달, 이상훈 대표 "시나펙스 플랫폼 활용해 블루오션서 승부"
최은수 기자공개 2024-07-03 08:33:11
[편집자주]
투자 유치는 곧 기업의 능력이다. 특히 뚜렷한 매출원 없이 막대한 자금을 연구개발(R&D)에 쏟는 바이오 기업에 있어 자금 확보는 '생명줄'과도 같다. 다만 투자금 규모에 따라 기업의 지배구조는 물론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자금 조달 목적 및 투자 조건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펀딩난 속 자금을 조달한 기업과 이들의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2일 1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항암명가로 도약을 선언한 에이비엘바이오가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400억원을 조달한다. 조달자금 목적도 '항암 임상'으로 명시하면서 확실한 사업화 방향을 공개했다.에이비엘바이오가 선언한 넥스트는 이중항체 ADC다. 국내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고 글로벌에서도 개발과 비용 부담으로 개발 기업이 소수에 그친다. 그러나 경쟁이 적고 전망도 밝은 신 시장인만큼 순조롭게 재무적투자자(FI)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원래 항암명가" 1400억 마중물 활용
에이비엘바이오는 2일 장마감 이후 별도 공시를 진행해 총 1400억원 규모의 3자배정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전환우선주 신주 577만8196주를 발행한다. KDB산업은행,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하나벤처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 FI들이 증자에 참여한다.
이번 CPS 신주는 그간 에이비엘바이오 발행주식의 10.73%에 해당한다. 통상적인 바이오텍을 기준으로 볼 때 상당한 규모다. 최대주주 이상훈 대표의 개인은 26.52%,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30%의 안정적인 지분율을 보이는 점을 고려해 대규모 딜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CPS엔 1년의 보호예수(락업)를 걸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 1분기 500억원의 유동성을 보유 중이다. 2022년 1월 대표적인 중추신경계(CNS)질환인 파킨슨병 치료제 'ABL301'을 사노피(Sanofi)에 기술이전(L/O)하는 등 중대한 상업화 이벤트를 만들어낸 영향이다. 특히 앞서 사노피와의 빅딜로 선급금(업프론트)만 900억원을 받아 흑자전환에 성공한 바이오텍이란 명성도 얻었다.
항암신약은 당초 에이비엘바이오가 지향했던 중요 사업화 영역이다. 다만 사노피의 빅딜의 임팩트가 워낙 크다보니 다소 후위에 밀린 면이 있었다. 이번 대규모 자금조달로 다시금 시장에 항암신약 개발기업으로의 입지를 다질 전망이다.
◇업프론트만 1조 빅딜 터진 이중항체 ADC서 승부수
에이비엘바이오는 세부적으로 '이중항체 ADC' 모달리티 개발을 겨냥했다. 이중항체 ADC는 두 개의 다른 특성을 지닌 항원을 표적해 암세포에 정확히 결합하는 기전이다. 특성이 다른 기전을 활용해 암세포 내부로 약물이 침투하는 속도도 빠르다는 평가다.
이중한체 ADC를 두고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결단'이 눈길을 끈다. BMS는 2023년 말 미국에 소재한 중국계 바이오벤처 시스트이뮨의 미국 1상 단계의 이중항체 ADC에 대한 글로벌 권리(중국 제외)에 대해 최대 11조원의 기술이전(L/O) 계약을 맺었다. 업프론트로만 8억 달러(한화 1조원)을 썼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최근 바이오텍을 둘러싼 펀딩난 속에서도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문제는 임상과 허들을 넘는 데 있다. ADC만 해도 항체와 페이로드를 결합해 원하는 수준의 임상물질을 생산하는 데 상당한 비용을 소요한다. 안 그래도 비싼 약물인데 여기서 항체에 최소 두 가지 페이로드를 탑재하면 비용은 곱절로 커진다. 이 비싼 약물의 안전성까지 입증해야 하다보니 전 세계에서도 임상 단계를 끌어올린 기업이 손에 꼽는다.
더불어 바이오의약품을 포함한 대부분의 의약품은 물질의 크기가 클수록 개발과 양산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앞서 안전성과 유효성 그리고 생산 즉 CMC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전세계 이중항체 ADC의 개발 이력은 여전히 초기에 해당한다.
국내에서 이중항체 등 다중항체를 활용한 ADC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에 들어선 약물조차 전무하다. 여러 장애물이 있지만 이번 에이비엘바이오가 겨냥한 이중항체 ADC는 경쟁이 심화하지 않은 블루오션 중 하나로 꼽힌다. 이제 대규모 자금을 들여 이중항체 ADC의 개발 단계를 끌어올려도 충분히 시장의 구미를 끌 수 있단 판단이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더벨과의 통화에서 "에이비엘바이오가 도입한 ADC 기술은 글로벌에서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는 시나픽스(Synaffix)의 플랫폼"이라며 "국내에선 아직 시도한 기업이 없고 해외로 눈을 넓혀도 보유 프로그램을 후기임상까지 끌어올린 곳은 전무하니 충분히 글로벌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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