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글로벌 기업과 기술경쟁하는 '딥테크' 기업“김진현 이에이트 대표
이종현 기자공개 2024-07-10 07:53:13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4일 1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딥테크 기업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사업 경쟁에서 국내 기업과 맞붙은 적 없고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중이다. ”디지털 트윈 기업 이에이트의 김진현 대표(사진)는 자사의 기술 경쟁력에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멘스나 다쏘시스템, 아비바 등 이에이트보다 큰 규모의 기업 제품을 개념증명(PoC), 벤치마크테스트(BMT)에서 누른 것이 자신감의 원천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세계를 모방한 디지털 가상공간을 조성하는 기술이다. 제조 등의 영역에서 활용되는 시뮬레이션과 유사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규모다. 자동차와 같은 하나의 특정 프로세스를 연구하는 것은 시뮬레이션으로 지칭된다. 반면 빌딩, 공장, 도시 등 규모로 확대될 경우 시뮬레이션에서 한발 나아간 디지털 트윈 기술이 요구된다.
실시간 데이터의 반영 여부도 디지털 트윈과 시뮬레이션을 구분 짓는 요소다. 김 대표는 "디지털 트윈은 가상공간을 조성한 뒤 각종 데이터를 반영해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기 위한 기술"이라며 "센서 등을 통해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시뮬레이션해 현실세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거나 품질을 향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전했다.
기반은 시뮬레이션 기술이다. 독일의 지멘스와 프랑스의 다쏘시스템, 영국의 아비바, 미국의 알테어, 매스웍스 등이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이 이 분야 선두 주자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한국은 글로벌 기업들에게도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이들 기업은 이에이트가 설립한 2012년보다 훨씬 전부터 한국 시장을 공략해 왔다.
이에이트는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은 후발주자다. 스스로를 '차세대 디지털 트윈 기업'이라고 자칭한다. 더 오랜 업력을 지닌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과거 개발한 제품을 발전시켜 온 만큼 SW의 아키텍처가 낡은 반면 이에이트는 후발주자로서 최신 아키텍처를 적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디지털 트윈은 기존 시뮬레이션에 비해 수집하거나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이 수백배 이상이다. 한 번에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아키텍처가 중요하다"며 "이에이트는 제품 개발 초창기부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해 데이터 처리 성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제품 경쟁에서도 우위를 지닐 수 있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높은 성능은 비용 절감으로도 이어진다. 한 번에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한다는 것은 컴퓨팅 인프라의 사용 시간이 단축되고,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글로벌 기업의 제품 대비 적게는 5배, 많을 때는 200배 이상 빠른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SW를 직접 설치해 이용하는 구축형(온프레미스) 방식에 집중하는 것도 특이점이다. 최근 글로벌 SW 시장에서는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사용량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SaaS의 특성과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은 궁합이 나쁘다는 것이 이에이트의 판단이다. 글로벌 기업들 상당수는 SaaS 제품을 강화하며 온프레미스를 지원하지 않는 추세인데, 이에이트는 이를 노려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에이트는 국가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LG CNS 컨소시엄에 참여, 세종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사업과 부산에코델타시티에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공급한다. 각각 100억원의 대규모 사업이다. 다만 김 대표는 "국가사업은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것으로, 우리가 주력하는 것은 민간 기업 대상의 디지털 트윈"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타깃은 스마트팩토리와 스마트빌딩이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에너지 관리 효율화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디지털 기술의 활용 방안이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디지털 트윈은 그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제조 설며 수율 향상을 위해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이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이에이트는 보다 적극적인 시장 공략을 위해 설계·조달·시공(EPC)로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섰다. EPC는 제품 설계부터 부품과 소재의 조달, 공사와 운영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턴키 사업을 지칭한다. 도면, 3D 모델링, 일정, 실시간 데이터 등을 이에이트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에 수집하고 이를 시각화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디지털 트윈 기술이 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일이 아니다. 많은 기대에 비해 산업 성장은 더뎠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성장이 기대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디지털 트윈이 도입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스마트팩토리다. 10여년 전쯤부터 스마트팩토리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효과를 본 사례는 많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디지털 트윈 산업도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디지털 트윈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구체적인 사례, 데이터가 나오면서 국내 대기업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에이트는 현재 다수 국내 대기업과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수주잔고액은 약 100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의 약 2배 수준이다. 기밀유지협약(NDA)으로 인해 구체적인 대상자와 사업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대표는 "최근 스위스의 이미지 기반 데이터 후처리 기업 PIX4D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한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이다. 우즈베키스탄 디지털기술부 장관이 사무실을 찾아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며 "그간의 기술 투자가 빛을 발할 때가 됐다.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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