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 가리기 시작된 AI]M&A로 몸집 키운 라온피플, 수익성 개선 과제'티디지' 자회사 편입, 1분기 외형 1150% 성장 '영업적자 지속'
이종현 기자공개 2024-07-08 09:31:47
[편집자주]
"인공지능(AI)의 역사는 '챗GPT'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생성형 AI가 처음 등장했던 시절 나왔던 말이다. '챗GPT' 이후 시대는 AI 일상화를 곧 앞둔 것처럼 여전히 분주하다. 산업군의 변화가 무쌍하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산업이 보조를 맞추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국내는 어떨까. 전통의 반도체가 여전히 주목받고 있는 반면, 소프트웨어 산업군은 저평가 속에 머무르고 있다. 실질적인 수요찾기에 시간이 걸린 탓에 매출 발생이 지연되는 모양새다. 더벨이 AI 소프트웨어 기업의 실체와 과제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5일 14: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미지·영상을 분석하는 인공지능(AI) 기술 기업 라온피플이 올해 전환점을 맞이했다. 올해 1분기부터 지난해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파트너사 '티디지(TDG)'가 연결 재무제표에 편입된 덕에 몸집을 대폭 키웠다. 지난해 매출이 반토막 났던 라온피플이 회복에 성공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라온피플은 2010년 설립된 영상 AI 기업이다. 스마트폰, 폐쇄회로(CC) TV 등에 사용되는 카메라 모듈을 검사하고 영상을 PC로 전송해 주는 카메라 모듈 검사 솔루션이 본래 사업이다. 2019년 10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전후 이미지·영상 처리 기술에 집중하며 '비전 AI 기업'으로 거듭났다.
라온피플의 핵심 제품은 'AI 머신비전'과 'AI 스마트비전', '카메라 모듈 검사'로 구분된다. 적용 타깃에 따라 제품군이 구분되는데, AI 머신비전의 경우 스마트팩토리를 위한 제품들로, AI 스마트비전은 교통이나 의료 등 기타 산업군에 특화된 제품으로 각각 구성됐다.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AI 스마트비전이다. 지난해 매출의 47.01%가 스마트비전에서 발생했다. 특히 힘을 싣고 있는 것은 교통과 의료다. 라온로드와 라온메디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시장을 공략 중이다. AI가 탑재된 교통 영상 카메라로 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혼잡도를 줄이거나, 치과 의사들을 위한 3D 구강 스캐너를 개발하는 등 전문 영역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중이다.
라온피플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12억원, 영업손실 11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7.5%나 줄었고 적자로 전환했다. 주력 사업인 AI 스마트비전의 수요 감소가 영향을 끼쳤는데, AI 스마트비전 매출은 2022년 182억원에서 2023년 52억원으로 떨어졌다. 실적 부진 와중에도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면서 수익률은 후퇴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라온피플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지난해 MS의 SW·클라우드 파트너사인 티디지를 인수하고 신규 솔루션을 대거 출시했다.
티디지는 1998년 설립한 테크데이타가 2017년 MS SW 유통 사업을 인적분할하며 설립된 법인이다. 2021년 테크데이타글로벌에서 티디지로 사명을 변경했다.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36%를 180억원에 사들였다. 재무적투자자(FI)로 '아주좋은제3호사모투자'가 120억원(24%), 'SBI피오 데이터혁신 벤처투자조합'이 100억원(20%)을 투자했다.
티디지는 지난해 매출액 1613억원을 기록한 기업이다. 연간 매출 규모는 라온피플의 14배 이상이다. 올해 1분기부터 티디지의 실적이 연결 재무제표에 편입된 덕분에 라온피플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50% 늘었다.
다만 티디지 편입에도 라온피플의 수익성 개선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티디지 자체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티디지는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4억원, 7억원에 불과했다. SW 유통과 클라우드 관리·서비스(MSP) 모두 공급사에게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한 뒤 마진을 받는 유형의 사업인지라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편이다. 대다수 국내 클라우드 MSP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라온피플의 영업손실은 1분기 49억원을 나타냈다.
클라우드 업계에서는 두 기업 간 기존 사업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라온피플은 특수한 영역의 SW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이라며 ”티디지의 노하우를 통해 라온피플의 솔루션을 클라우드향으로 전환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그 반대는 뚜렷한 효과를 보기 힘들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라온피플 관계자는 "AI 솔루션을 플랫폼화하고 클라우드와 접목하는 것은 라온피플의 주요 과제 중 하나"라며 "티디지와의 협력으로 다양한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티디지가 보유한 MS 확장성을 라온피플에도 연계한다는 전략이다.
향후 신규사업에선 어느 정도 시너지가 점쳐진다. 라온피플은 카메라 모듈 검사 솔루션 기업에서 AI 이미지·영상 분석 기업으로 이미 한차례 변화에 성공했다. 보유한 기술을 응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라온피플은 올해 생성형 AI를 이용한 영상관제 솔루션 '라온센티널'과 AI 챗봇 기반 '라온어시스턴트'를 출시한 바 있다. AI 개발 전과정을 돕는 '이지 플래닛'도 베타 서비스 중이다.
티디지 관계자는 "티디지가 연결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라온피플 실적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자회사간 시너지를 통해 매출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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