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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 TK 스타트업 견문록] 마일포스트 "헴프 시장 성장 확신, 규제 완화 절실"③김주희 대표 "헴프우유 출시 임박, 대마 이미지 개선 적극 기여할 것"

안동(경북)=이기정 기자공개 2024-07-11 09:21:47

[편집자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가운데 67%가량이 수도권에 거점을 두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불균형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않다. 과거 섬유 등 제조 산업이 크게 발달했던 대구·경북(TK) 지역은 전통 산업이 힘을 잃으면서 위기 의식이 커지고 있다. 지자체는 수년 전부터 지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 육성에 공을 들였다. 최근 인공지능, 소재부품장비,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 받는 기업이 등장했다. 더벨이 지역 벤처 생태계 발전에 힘쓰고 있는 투자사와 함께 유망 스타트업을 찾아가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5일 16: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에 있는 대마(헴프) 관련 기업들이 규제 때문에 해외로 나가고 있다. 안동시에 자유규제특구가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여러 제약이 남아 있다. 정부가 헴프 규제 완화에 보다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지난달 경상북도 안동시에 위치한 마일포스트 생산공장에서 더벨과 만난 김주희 대표(사진)는 규제 영향으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는 국내 헴프 기업들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글로벌 시장에서 헴프 시장이 급속하게 커지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규제 발목에 유망 기업들이 오히려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2021년 설립된 마일포스트는 헴프 씨드(씨앗)를 활용해 식음료를 만드는 기업이다. 콤부차와 에너지드링크 등 제품을 이미 판매하고 있고 조만간 헴프 씨드로 만든 우유를 출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규제가 완화되면 마일포스트의 성장도 더 탄력이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동서 사업 기회 포착, 지역 투자사·지자체 도움으로 성장

1995년생인 김 대표는 아주대 전자공학과를 나왔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헴프 씨드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안동으로 내려왔다. 국내에서 안동은 유일하게 대마 재배가 합법적으로 가능한 지역이다.


김 대표는 "2018년부터 오스트리아에서 약 2년 동안 살았던 적이 있는데, 대마가 자유롭게 유통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일반 자판기에서 헴프 씨드로 만든 에너지드링크를 판매하는 것을 보고 대마 사업이 향후 주목을 받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런 연고 없이 처음 안동에서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소외감을 많이 느꼈다"며 "다만 지역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자연스럽게 융화됐고 이제는 처음 본 사람들이 현지 출생으로 오해할 만큼 능숙하게 지역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김 대표는 안동 대마규제자유특구 사업단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싶었다. 다만 사업단에는 대마를 활용한 약용작물재배, 유통, 의약품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만 입주가 가능했다. 김 대표는 사업단 밖에서도 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고민하다가 헴프 씨드를 활용해 식음료를 만들어보기로 결정했다.

그는 "대마와 관련이 있는 사업 중에서 어떤 것이 소비자들에게 가장 친근하게 접근이 가능한지 고심했고 가장 쉬운 것은 음료라고 판단했다"며 "헴프 원두를 시작으로 여러 제품을 만들었고 실제 판매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 과정에서는 지역 기관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김 대표는 "현재 안동대 석사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도교수의 도움으로 대마부산물 과제를 수주했다"며 "와이앤아처와 대경지역대학기술지주 등의 도움으로 최근 팁스(TIPS)에 선정됐다"고 말했다.


◇'기술력' 최대 강점, 가공 설비 모두 보유…글로벌 선두주자 도약 목표

김 대표가 생각하는 마일포스트의 강점은 '기술력'이다. 헴프 씨드를 자체적으로 가공할 수 있는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원두, 우유, 콤부차 등 다양한 식음료를 생산하고 있다. 향후에는 건강기능식품까지 영토를 확장한다는 목표다.

마일포스트는 기술력을 구현하기 위한 설비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부에서 마일포스트 설비를 활용하기 위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마일포스트는 50종 이상의 설비를 운영하고 있는데 최소주문수량(MOQ)을 맞추기 어려워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사업자들이 OEM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조만간 마일포스트 성장에 중요한 분기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고있다. 오랜시간 공들인 헴프우유가 본격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재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를 중심으로 우유 공급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만큼 기대가 상당히 크다.

그는 "일부 카페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했다"며 "마일포스트의 헴프우유는 기존 우유와 비슷한 맛을 가지고 있으면서 가격이 저렴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도 우유 본연의 맛을 키우기 위해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일포스트는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시리즈A 라운드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최근 비하이인베스트먼트에서 시드 브릿지 투자로 5억원을 투자받으며 운영자금을 확보했다"며 "헴프우유 판매를 기반으로 회사 가치를 키워 추가 펀딩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으로 헴프를 원료로 세계 최고 수준의 식음료를 만드는 글로벌 리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기술력과 우수한 제품 품질을 기반으로 헴프업계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상업 목적 길 열어줘야…대마 '잎·줄기' 활용도 무궁무진

김 대표는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과 달리 국내 헴프 산업은 규제가 너무 엄격하다고 토로했다. 안동 지역에서 헴프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건 가능하지만 상업 목적으로 연구 결과물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같은 규제들이 헴프 산업 성장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규제자유특구가 생기면서 헴프 연구개발이 시작됐는데 정작 연구 결과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직 헴프 씨드를 활용해서만 식음료 개발이 가능한데, 사실 헴프의 줄기나 잎이 더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일포스트도 줄기나 잎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규제에 막혀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며 "만약 규제가 완화된다면 뇌졸증 치료에 효과가 있는 헴프에 많은 바이오 기업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고 국내에서도 관련 시장이 크게 조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그는 아직 국내에서 헴프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해외 헴프 식음료 시장은 연평균 13.4%의 성장이 예상된다"며 "이미 시장 규모가 2조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참전하지 않는 것은 큰 국가적 손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국내에서는 '헴프'라는 단어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알아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마일포스트는 헴프우유 출시와 함께 헴프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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