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시큐리티 컴퍼니 리포트]파수, 글로벌 진출 의지 불구 '북미 성과가 없다'②12년간 적자, 무상증자로 재무구조 간신히 개선…동남아·중동 진출로 만회

이상원 기자공개 2024-07-17 07:29:44

[편집자주]

해킹의 고도화로 개인정보를 비롯해 기업, 정부의 기밀 유출 위협이 커진 시절이다. 특히 이들 정보는 개인뿐 아니라 우리 경제, 안보와 직결된다. 사이버보안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다만 국내 보안시장의 성장은 여전히 더디다. 과거 벤처 열풍을 타고 탄생한 보안기업 경우 실적이 주춤하거나 주가가 저평가된 곳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마다의 기술력 강화뿐만 아니라 신사업에도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국내 주요 보안기업들의 현실과 미래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0일 09: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파수는 1999년 회사 설립과 동시에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했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솔루션이 글로벌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가장 먼저 두드린 건 미국 시장이다.

성장성을 주목했다. 2024년 글로벌 DRM 시장 규모는 54억달러(약 7조원)로 추산된다. 2031년까지 143억달러(약 20조원)대로 성장이 기대된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바로 미국 시장이다.

파수는 2012년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전문가를 주축으로 경영진을 구성했다. 꾸준히 고객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12년 동안 눈에 띄는 성과가 아직이다. 매출은 20억 남짓에 불과하고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뒤늦게 진출한 동남아시아보다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적극적인 현지 전문가 영입, 네트워크 활용 고객 확보 전략

파수는 회사 설립 초기부터 DRM을 들고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클라우드 확산으로 해당 서비스에 대한 보안 위협이 대두되는 상황이었다.

클라우드 상에서 공유되는 문서에 DRM을 적용해 지속적인 보안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디지털퀵’을 현지에 선보였다. 이를 통해 비교적 수월하게 미국에서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진출 초기에는 현지 파트너사를 통해 제품을 유통하는 형태로 미국을 공략해 왔다. 인지도를 키우기 위해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보안박람회 'RSAC'에도 꾸준히 참가했다. 10년간 노력으로 2012년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며 처음으로 거점을 마련했다. 코스닥 상장을 약 1년 앞둔 시점으로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파수는 미국에서 국내 경쟁사들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대부분 기업들이 국내 임원에게 해외법인 운영을 맡기는 데 반해 파수는 그동안 현지 전문가에게 경영과 영업을 맡겨왔다. 이들의 미국 내 네트워크를 활용해 영업력을 높이는 한편 미국 고객의 요구에 맞는 현지화 제품을 선보이기 위한 결정이었다.

2013년 5월 IT 전문가 빌 M. 블레이크 전 '이다큐먼트 사이언시스' 설립자를 북미법인 대표로 영입했다. 이다큐먼트 사이언시스는 미국 내 파수의 전략적 파트너사 중 하나였다. 현지에서 파수의 솔루션을 유통해 온 만큼 제품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됐다.

2017년 1월 부임한 후임자 역시 현지 IT 분야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존 헤링 대표다. 블레이크 전 대표가 사업 기반을 다졌다면 헤링 대표는 영업력을 강화해 고객수를 늘리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2년 후 가트너 애널리스트 출신인 데보라 키시를 부사장으로 영입해 잇따라 조직을 강화했다. 시장 조사부터 마케팅, 세일즈, 컨설팅, 기술지원 등 업무를 맡으며 헤링 대표를 지원하고 있다.

키시 부사장이 합류한 2019년을 기점으로 파수는 고객수를 빠르게 늘려왔다. 비밀유지계약(NDA)으로 고객사명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지만 글로벌 유수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해 뒀다는 후문이다. 뉴욕 소재 글로벌 금융기업, 글로벌 완성차 부품사, 글로벌 에너지 기업, 대형 로펌, 국제기구 등이 포함된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란 시장은 상징성이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성과를 내면 다른 국가 진출은 쉬워질 수 밖에 없다“며 ”글로벌 보안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미국내 레퍼런스를 확보한다는 것은 기술력과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이게 힘들어 대부분 대안으로 일본이나 동남아시아를 우선적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서 교두보 마련, 4년간 수출 비중 2배 증가

다만 알맹이는 아직이다. 설립 13년 차에 접어들며 외형성장은 이뤘지만 여전히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미국법인 매출은 17억원 수준이다. 이 기간 10억원대 순손실을 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지출이 매출보다 많았던 영향이다. 작년에는 미국 법인 재무개선을 위한 무상감자를 진행했다.

해외 성장을 위한 돌파구로 삼은 건 동남아다. 미국 시장에서 성장세는 더딘 반면 동남아 쪽에서는 최근 단기간에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4년간 전체 매출에서 수출판매가 차지한 비중은 2.7%에서 5.9%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작년 수출판매는 25억원이다. 미국법인 매출을 제외한 나머지 8억원은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했다.

파수가 동남아 지역으로 확장을 추진한 건 2018년이다. 그 해 말레이시아 정부 문서 보안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교두보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베트남에서도 솔루션을 공급하며 해당 지역에서 차츰 고객을 늘려가고 있다. 8년간 해외 사업을 이끌어온 이강만 전 부사장의 사임으로 현재는 송중곤 상무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아랍에미레이트(UAE) 보안기업 '사이버나이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중동 진출도 본격화했다. 중동은 북아프리카와 하나의 시장으로 묶여 있다. 중동을 발판 삼아 북아프리카로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국내 보안기업 대부분이 사우디아라비아와 협력을 확대하는 반면 파수는 UAE를 중심으로 중동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