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DL그룹 미국 계열사 크레이튼, 산은 보증채 전략 통했다산은 '발행시장실' 조달 조력자 역할…차환 필요한 '모회사' DL케미칼서 전방위 지원
이정완 기자공개 2024-07-12 07:29:06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9일 15:3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L그룹의 미국 석유화학 계열사인 크레이튼(Kraton)이 10억달러 규모 글로벌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KDB산업은행이 보증해 AA급 글로벌 신용도를 바탕으로 조달할 수 있었다. 발행시장실이 크레이튼의 조력자로서 딜을 이끌었다.보증채였지만 크레이튼도 산업은행만 바라보고 있던 것은 아니다. 크레이튼을 비롯해 인수금융 차환이 필요한 모회사 DL케미칼까지 전방위 지원에 나선 덕에 투심을 끌어낼 수 있었다. 발행에 앞서 실시한 IR(Investor Relations)에서도 크레이튼과 DL그룹에 대한 관심이 컸다는 후문이다.
◇역대 산은 보증채 중 최대 규모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크레이튼은 지난 8일부터 글로벌본드(144A/RegS) 수요예측에 돌입했다. 만기구조는 3년 단일물로 구성했다.
크레이튼은 원활한 조달을 위해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기로 했다. 보증채 형식으로 발행하면 산업은행과 동일한 신용도로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대한민국 정부와 같은 AA급 신용등급을 인정받고 있다.
발행 조건도 만족스러웠다. 최초제시금리는 동일 만기 미국 국채(T)에 110bp를 더한 수준으로 정했는데 대규모 수요가 확인되면서 10억달러를 T+85bp로 조달할 수 있었다.
산업은행이 보증한 발행 중 최대 규모 조달이다. 지난해에도 보증채 형태로 국내 기업의 조달을 도운 적이 있다. 지난해 7월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중공업에서 사명 변경 후 처음으로 공모 외화채 시장의 문을 두드렸는데 3년물로 3억달러를 조달하게끔 만들었다. 2022년 HD현대중공업도 산업은행 보증을 받아 5년 만기로 3억달러를 마련한 바 있다.
외화 보증채는 발행시장실에서 담당하고 있다. 자체 신용도로는 발행이 어렵지만 안정적인 실적을 갖춘 대기업 계열사가 주요 보증채 고객이다. 발행시장실 산하 글로벌DCM팀은 국내 공기업이나 민간기업이 외화 조달에 나설 때 주관사 역할을 한다. 글로벌IB와 함께 북러너(Book Runner)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발행의 경우 크레이튼이 DL그룹 산하 계열사인 만큼 산업은행 내 DL그룹 담당 RM(Relationship Manager)이 함께했다.
크레이튼의 보증채 발행을 계기로 산업은행과 DL그룹 간 인연도 주목을 받는다. DL케미칼이 미국 크레이튼 인수를 발표한 뒤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DL그룹은 고부가 스페셜티(Specialty) 화학사업 강화를 위해 2021년 9월 16억달러(당시 1조9000억원)을 들여 크레이튼 M&A(인수·합병)를 결정했는데 같은 해 11월 산업은행·수출입은행과 8억5000만달러 대출 약정을 체결했다.
◇인수 후 첫 대규모 조달에 '공들인' IR
크레이튼을 비롯한 DL그룹도 전방위적 지원에 나섰다고 전해진다. 크레이튼과 산업은행은 이번 발행을 앞두고 미국과 홍콩·싱가포르 등에서 IR을 실시했다. 물론 산업은행의 탄탄한 신용도를 바탕으로 일찌감치 투자 결정을 한 기관투자자도 있었지만 DL그룹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도 많았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지 IR에서 DL그룹과 크레이튼에 대해 물어보는 투자자가 많았다"며 "DL그룹 차원에서 발행을 적극 지원했다"고 말했다.
DL그룹에서 전방위적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던 이유도 있다. 크레이튼을 인수할 때 조달한 자금을 위한 리파이낸싱(Refinancing)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DL케미칼이 크레이튼을 사들일 때 국책은행과 맺은 대출 약정과 별개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9억5000만달러를 텀론B(Term Loan B)를 통해 확보했다.
텀론B 금융은 미국 M&A 시장에서 주로 활용되는 방식으로 신속한 인출과 유연한 조건이 장점이지만 이자율이 높다. DL케미칼이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텀론 최대 이자율은 연 8.84%에 달한다. 이번에 조달한 10억달러로 차환해 이자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모회사 지원은 물론 산업은행 보증 형태를 띄기는 했으나 지난해 크레이튼에 합류한 김은미 최고재무책임자(CFO·사진)에게도 기분 좋은 성과다. 김 CFO는 지난해 10월 입사해 재무 조직을 이끌고 있다. 김 CFO는 DL그룹 출신이 아닌 듀폰(DuPont)에서 영입된 인물이다. 글로벌 화학기업인 듀폰에서도 재무와 사업운영 조직에서 오랜 기간 몸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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