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그룹 시총 리뷰]저력 입증한 현대차그룹, 그 중심엔 '방산·자동차'②현대로템 53%↑, 증가율 1위…돌파구 안 보이는 현대제철
이호준 기자공개 2024-07-15 08:19:33
[편집자주]
올 상반기 그룹별 시가총액 순위는 산업 변화에 따라 요동쳤다. 삼성전자를 보유한 삼성그룹은 부동의 1위를 지켰지만 반도체 업황 회복과 이차전지 캐즘,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확장 등 대내외 요인으로 SK그룹, LG그룹, 현대차그룹의 순위가 뒤바뀌기도 했다. 그룹을 떠받치는 핵심 계열사의 등락이 이러한 변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룹 기업가치 상승에 함께 노력한 여러 계열사의 역할을 무시할 순 없다. 더벨이 그룹별 계열사의 상반기 기업가치 변화를 살펴보고 그 배경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1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은 현대차그룹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판매량 기준 글로벌 3위를 굳힌 현대차·기아와 안보 환경 영향으로 위상이 높아진 현대로템를 포함해 그룹 내 12개 상장사의 시가총액 합계(164조원)는 LG그룹(154조원)을 제치고 그룹별 순위 3위에 올랐다.투자자들이 호응한 회사들을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름값만큼 실력을 보인 경우이거나 주주환원 정책이라는 당근을 동원해 주가 상승의 계기를 스스로 만들기도 했다. 물론 현대제철이나 현대건설 같은 기업들은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웃을 수가 없었던 상반기였다.
◇저력 입증한 현대차·기아…현대로템은 시총 증가율 1위
현대차그룹이 원래 위치를 되찾았다. 현대차그룹 시총은 작년 말(12월28일) 133조208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6월28일) 164조4579억원으로 23% 상승하며 2021년 말 이후 2년 반 만에 다시 그룹별 시총 순위 3위에 섰다.
자동차 대장주로서의 저력을 제대로 입증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5조원대를 올린 현대차는 작년 말과 비교했을 때 시총이 43% 오른 61조7777억원으로 그룹사 시총 1위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률 11.6%로 빛나는 수익성을 증명한 기아 역시 28% 오르며 51조7016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는 안팎의 전망이 기대를 더해준다. 현대차와 기아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아직도 1배 미만일 만큼 저평가된 종목들로 여겨진다. 인도법인 기업공개(IPO), 인베스터 데이 등 사업적으로나 재무적으로나 주목할 만한 이벤트도 여럿 남아있어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총 증가율로 살펴본 그룹 내 정상은 현대로템(53%)이 차지했다. 상승의 동력은 단연 '수주'였다. 올해 3월 말 기준 수주잔고는 18조5887억원으로 전년 동기(14조3139억원)와 견줘 30% 늘었다. 2분기에도 차륜형 장갑차 페루 수출(820억원), 고속철 우즈베키스탄 수출(2700억원) 등의 '잭팟'을 터트렸다.
하반기에 거는 바람도 크다. 현재 현대로템은 폴란드에 K2 전차 820대를 추가로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장에서는 현대로템이 오는 9월 폴란드 국제방위산업 전시회(MSPO)를 계기로 추가 납품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도 거침없이 진격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25조6831억원, 영업이익 1조5540억원의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이 회사는 합산 시총도 8조2125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도 매출 27조원, 영업이익 1조7000억원을 실적 가이던스로 제시하며 준수한 실적 전망을 내놓은 상태다.
주주환원 정책도 시장의 지속적인 반응을 끌기에 충분하다. 현대글로비스는 상반기 마지막 거래일인 28일에 인베스터데이를 열고 '무상증자 실시, 배당성향 최소 25% 이상' 등의 신규 배당정책을 공개했다.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다음 거래일에 8% 가까이 오르며 주가 상승의 계기가 만들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돌파구 안 보이는 현대제철…현대오토에버는 가장 큰 하락폭
이에 반해 철강·건설 쪽 계열사들은 경기 악화의 영향으로 박한 평가를 적용받았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제철이다. 현대제철의 상반기 말 시총은 3조8766억원으로 작년 말(4조8407억원)보다 21% 가까이 하락했다.
문제는 하방을 막아줄 요인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영업적자를 겪고 있는 그룹 내 스테인리스강 생산업체 현대비앤지스틸은 국내 유일 영구자석 생산 자회사인 성림첨단산업의 수주 행진으로 올들어 시총이 18% 상승했다. 현대제철의 경우 당장 업황이 살아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주환원 정책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건설도 마찬가지다. 현대건설의 올해 상반기 주택 분양실적은 5600세대로 연간 가이던스(2만600세대)의 27% 수준에 그쳤다. 주택 시장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계속돼 시총(3조5689억원)은 올들어 지금까지 8% 가까이 하락했다.
그룹의 IT 서비스와 차량·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현대오토에버의 시총 하락도 주목할 만하다. 현대오토에버의 상반기 말 시총은 4조5085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22% 하락했다. 그룹 내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현대오토에버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증가했지만 전체 매출의 90%가 여전히 현대차·기아에서 창출되고 있다. 안정적인 매출처에 기대 편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뚜렷한 색깔을 내기 위해 비그룹 물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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