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이사회 평가]기아 '역량구성표'에 내재된 핵심가치 '지속경영·세계화'[BSM]③6대 키워드 맞춰 분류…'ESG' 9인 전원 충족, '글로벌'도 대부분 부합
박동우 기자공개 2024-09-12 08:18:10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5일 14:1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사회는 기업의 최고위 의사결정 조직인 만큼 이사진은 각종 안건에 대한 고도의 이해력을 발휘해야 한다. 습득한 지식과 인식체계 안에서 입장을 정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이사회 일원으로 선임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다수 기업들이 '이사회 역량 구성표'로 불리는 BSM(Board Skills Matrix)을 공개하면서 이사회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어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기아 역시 재계 트렌드에 부응해 BSM을 제정했는데 6대 키워드에 맞춰 전문역량을 분류했다.
기아 BSM에 내재된 핵심 가치는 '지속경영'과 '세계화'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는 이사회 멤버 9인 전원이 충족했다. 글로벌 역량 역시 대부분이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투자 트렌드, 사업비중 고려한 역량선정
THE CFO는 올 5월에 공시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등을 토대로 주요 기업 이사회를 평가했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의 6대 지표를 수립해 기아의 이사회 운영 실태와 활동 내역을 살펴본 결과 255점 만점에 199점을 시현했다.
구성 부문에서는 기업이 자체 설계한 BSM도 함께 살피는데 기아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 BSM을 공개했다. 홈페이지에 바로 도표를 노출하지 않고 일반인들이 투자자 소통(Investor Relations) 웹페이지의 이사회 항목에서 '이사회 역량 구성표'를 클릭하면 PDF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조처했다. 올 7월 발간한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도 BSM을 수록했다.
기아가 BSM에서 제시한 이사진의 핵심 역량은 △리더십 △회계·재무·경영 △산업·기술 △법률·정책 △글로벌 역량 △ESG 등 6개 키워드로 이뤄졌다. 사내이사 4인과 사외이사 5인 등 이사회 구성원 9인 전원이 보유한 가치가 ESG다. 글로벌 역량은 사내이사 최준영 대표이사 부사장을 제외한 8명(88.9%)이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최 대표에게만 유일하게 글로벌 역량을 적시하지 않은 건 국내 완성차 생산을 총괄하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이사회에 포진한 인물들의 전문성으로 ESG를 눈여겨보는 건 국내외 기관들의 투자 트렌드에 부합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주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이 주주권을 행사하면서 환경 친화적 경영, 사회 공헌, 지배구조 선진화 등을 둘러싼 기업 노력을 살피는 만큼 이에 충실히 대응하는 취지다. 기아는 일찌감치 2021년에 중장기 전략 '플랜 S(Plan S)'를 공개하면서 ESG 중심의 경영 추진을 공식 표명했다.
글로벌 역량에 힘을 싣는 대목도 사업 현황과 방향을 고려하면 당연한 귀결이다. 기아가 속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올 상반기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361만5915대를 판매하는 결실을 맺었다. 516만여대를 기록한 도요타그룹, 434만여대를 시현한 폭스바겐그룹의 뒤를 잇는 성과를 구현했다.
2024년 1~6월 기아가 실현한 연결기준 매출액 53조7808억원 가운데 북중미(23조2737억원)와 유럽(12조2222억원)에서 확보한 수익이 35조4959억원으로 전체 대비 66% 규모를 차지한다. 생산 거점 역시 미국, 슬로바키아, 멕시코, 인도 등 세계 각지에 포진했다. 자연스레 세계 자동차업계 동향에 밝거나 국외 금융 상황, 시장 특성, 환경 규제, 법규 등에 해박한 인물들을 이사진으로 구축하는 게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주우정 CFO, BSM 전문역량 '100%' 충족
이사진 9명을 통틀어 전문역량 충족 비율이 단연 높은 인물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주우정 사내이사다. 주우정 재경본부장(부사장)만 유일하게 리더십, 회계·재무·경영 등 6대 핵심 가치를 모두 지닌 것으로 분류됐다. 1964년생인 주 부사장은 2008년 KME재무실장을 맡으며 임원에 오른 이래 기아 재무관리실장, 현대제철 원가관리실장 등을 역임했다. 2019년 재경본부장으로 취임한 이래 올해까지 5년째 CFO 역할을 수행해 왔다.
사외이사 가운데는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인경 MBK파트너스 CFO, 전찬혁 세스코 회장 등 3인의 역량 확보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6대 역량 가운데 4개 가치(66.7%)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 교수는 리더십·법률·글로벌·ESG 항목에 부합했고 이 CFO와 전 회장은 리더십·회계·글로벌·ESG로 분류됐다.
산업·기술 역량은 사내이사와 사외이사간 보유 수준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송호성·최준영 대표, 주우정 재경본부장 등 사내이사 4인은 모두 산업 전문성을 지녔다. 하지만 사외이사 면면을 살피면 신현정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만 유일하게 산업 역량을 충족했다.
회사가 자체 수립한 BSM과 견줘 THE CFO 기준에 따른 전문역량 구성은 다른 양상을 드러낸다. 사업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명시된 이사의 전문분야를 토대로 △기업경영 △금융·재무 △법률·규제 △산업·기술 △국제경영·통상 △ESG 등 6개 키워드로 나열해봤다.
'기업경영'을 충족하는 이사진이 9인 가운데 4인(44.4%)으로 분류됐다. 정의선 회장(그룹 총괄), 송호성 대표(당사 총괄), 최준영 대표(국내 생산 담당), 전찬혁 회장(경영)이 여기에 해당했다. 반면 ESG로 분류된 인물은 조화순 교수 단 한 명으로 나타났다. 기아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조 교수의 전문 분야를 '미래 거버넌스'로 적시했다. 이인경 사외이사는 전략투자, 신재용 교수는 회계, 신현정 교수는 기계공학으로 기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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