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 Blue]'2차전지 믹싱' 제일엠앤에스, 소재섹터 외연 확장미국 대선 이후 대비, 중장기 매출 다변화 베팅
조영갑 기자공개 2024-07-24 08:55:21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2일 15:0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지난 4월 코스닥에 안착한 제일엠앤에스의 주가가 주춤한 분위기입니다. 여타 2차전지 관련주들과 마찬가지로 캐즘의 파고를 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있는데요.
출발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4월 중순 수요예측을 거친 제일엠앤에스는 국내 최고의 믹싱 장비, 설비 설계능력을 높게 평가 받았습니다. 주당 1만5000∼1만8000원의 공모가 밴드를 넘어 2만2000원에 공모가를 확정지었죠. 공모금액은 약 528억원, 상장 시총은 약 453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상장 첫 날 장중 87.27% 가량 상승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공모가 대비 22.73% 상승한 2만7000원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중요한 건 이후의 흐름입니다. 아직 3개월 가량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부침이 큰 편이죠. 공모가 대비 1만원 가량 빠지면서 시총 역시 4500억원에서 2600억원(22일 기준)으로 2000억원 가량 줄어들었습니다. 반등이 절실한 시기라고 보여집니다.
출회 대기 물량이 누적돼 있어 반등 신호탄을 쏘기 만만찮은 환경입니다. SKS(SKS한국투자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와 한국투자증권(한국투자2022사모투자합자회사) 등 주요 FI(재무적 투자자)가 일부 보유 주식을 매각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감이 가중된 측면이 있습니다.
12.45%를 쥐고 있는 SKS와 12.23%를 보유한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1개월, 3개월의 보호예수가 걸려 있습니다. 일부 물량은 장중에서 소화가 됐습니다. 와이지펀더멘탈신기술투자조합(3.57%), KB증권(1.62%) 등은 6개월의 락업이 걸려 있습니다. 주요 기관 투자자들의 락업 물량이 연쇄적으로 해제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투심을 얻기 힘든 측면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Industry & Event
수급 문제와 별개로 업계에서 바라보는 제일엠앤에스의 비전은 밝습니다. 제일엠앤에스는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믹싱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2차전지 부문의 비중이 가장 높지만 소재, 화학, 식품, 제약, 바이오, 방산/우주항공 등 포트폴리오가 다양합니다. 전방 업황에 따라서 업사이드를 보탤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의미죠.
제일엠앤에스는 창업주 이효원 회장 1981년 성수동에서 창업한 '제일기공'이 모태입니다. 1986년 2월 법인으로 전환, 40년 이상 기술력과 공급 레퍼런스를 쌓아온 국내 최초 믹싱 장비 전문 기업입니다. 2010년대부터 2차전지 고객사향 믹싱 장비 공급을 늘리면서 배터리 업계에서 영향력을 다지고 있죠. 제조와 엔지니어링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설비 능력도 갖췄습니다.
2014년 회사에 입사한 이영진 대표가 2021년부터 부친 이 회장과 함께 각자대표 체제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사업 및 경영기획, IR 등을 총괄하고 이 회장이 믹싱 관련 매뉴팩쳐링을 총괄하는 구도입니다. 이 대표는 상장 전 부친의 지분을 사전 증여 받아 제일엠앤에스의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증권신고서 제출 시기인 4월 말 기준 29.2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네요. 소폭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일엠앤에스는 매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회사의 명운을 걸고 있습니다. 올 4월 이영진 대표와의 인터뷰 당시 이 대표는 "고객사 다변화가 제일엠앤에스의 첫 승부수였다면, 이후 성장 동력은 사업 섹터의 다변화를 통해 마련할 것"이라는 취지로 목표를 이야기했습니다.
실제 제일엠앤에스는 국내 주요 배터리 메이커 외에 북유럽 노스볼트(Northvolt)를 신규 고객사로 유치하면서 비상의 날개를 달았죠. 이 대표가 혼자 스웨덴으로 날아가 핵심 경영진을 설득한 결과입니다. 국내 고객사향 종속구조를 탈피하는 데 결정적 동력이 됐습니다.
특기할 만한 점은 2차전지 사업부문의 비중이 줄고, 다양한 섹터의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 상반기 신규 수주액 1600억원 중 2차전지 87% 외에 소재 8%, 방산 5% 등 유의미한 업사이드가 발생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해당 섹터 대표기업인 LIG넥스원, 풍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의 발주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든 소재를 균질하게 믹싱할 수 있는 기술력이 높게 평가받고 있죠.
제일엠앤에스 관계자는 "회사가 개발한 초고점도 믹싱이 가능한 장비는 타사 대비 10배 이상 우수해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한다"고 설명했습니다. 1200만cPs 수준의 초고점도 물질의 믹싱이 가능하다는 전언입니다. cPs(centi poise)는 믹싱 장비를 가동했을 때 최대 대응 점도 단위로, 높을수록 점도가 높아 섞기 힘들다는 의미입니다.
◇Market View
가장 최근 발행된 증권사 리포트는 한국투자증권에서 6월 초 발표한 '만만치 않은 시장이지만, 난 괜찮아' 제목의 리포트입니다. 구체적인 목표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도희 연구원이 썼네요.
이 연구원은 이 리포트에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실적 성장의 가시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면서 "올해 말 매출액 2790억원, 영업이익 217억원"을 전망했습니다. 예상치를 달성한다면, 지난해 대비 매출액은 94.9%, 영업이익은 1130.3% 성장한 수치입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최근 2차전지 시장의 캐즘 현상으로 인해 장비 업체의 경우 제품 인도, 설치가 지연됨에 따라 매출 인식이 지연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제일엠앤에스의 수주 잔고는 PO(구매주문) 기반으로 확정된 상태"라면서 "이미 몇 분기 전부터 발주가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제일엠앤에스의 수주잔고는 3032억원 수준입니다. 올 1분기 742억원의 매출액이 발생했고, 상반기 약 1600억원의 신규 수주가 추가 발생한 걸 감안하면 상당한 물량이 확보돼 있는 셈입니다. 고객사 발주가 취소되지 않는 한 당분간 매출 걱정은 없어 보이네요.
◇Keyman & Comment
제일엠앤에스를 견인하고 있는 키맨은 이영진 대표입니다. 1985년생인 이영진 대표는 2004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게임 제작 기획, 홍보대행업, 공연기획, 엔터 등을 두루 경험하면서 나름의 경영 이력을 갈고 닦은 인물이죠. 스스로 "가업과 상관 없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맨땅에 헤딩'한 캐릭터"라고 칭했습니다.
이른바 '모범생'의 길을 걸으면서 경영승계를 준비한 2세들과는 완연히 다른 인물입니다. 복싱으로 따지면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인파이터' 같은 캐릭터인거죠. 2018년 홀로 스웨덴으로 넘어가 노스볼트 COO와 예정 없던 미팅을 하고, 약 1년 뒤 정식 공급계약으로 성사시킨 이력은 인파이터의 면모를 연상케 합니다.
IR·경영기획의 실무는 옥용재 상무가 키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옥 상무는 디스플레이, 중공업, 건설, 바이오 등 굵직한 상장사를 두루 거친 경영, 전략기획 부문의 전문가입니다. 필드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죠. LG디스플레이 경영기획팀장, 효성중공업 전략기획팀장, 대림산업 해외사업담당 상무, 이노시스 CFO 등을 거쳐 올 4월 제일엠앤에스에 합류했습니다.
옥 상무는 "향후 미국 대선의 여파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한다고 전제하면) 셀 메이커향 보조금 정책에도 영향이 올 가능성이 큰데, 기집행된 투자는 진행되겠지만, 그 이후 투자는 분명히 위축될 수 있고, 이 여파가 우리 회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주도한 친환경 에너지 진흥책이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깁니다.
그러면서 "아직 이야기하기는 이른 단계이지만, 소재 섹터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2차전지 의존도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타 섹터의 비중을 끌어올리는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수주 흐름이 좋은 방산 섹터 역시 주요 매출처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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