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7월 25일 07: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과거 우리가 가상자산시장에서 겪은 혼란을 생각해보면 현재 정책은 시장 육성보다 투자자 보호에 좀 더 우선 순위를 두고 가야 한다. 법인이나 기관에 대한 거래 허용이 과연 이에 맞을지 생각해봐야 한다."얼마 전 국회 정무위 인사청문회에 오른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가 한 말이다. 글로벌 각국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이 잇따르고 있음에도 '허용 불가'를 외치고 있는 김주현 현 금융위원장과 다를 게 없는 견지다.
투자자 보호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말은 백번 공감하나 철옹성처럼 '안돼' 소신만 외치는 당국 관료들의 행보가 구태의연하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연구와 그에 근거한 판단인지 가늠이 안된다.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허용을 마치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각종 사태로 야기됐던 '바다이야기' 수준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도박성 게임머니 정도로 보는 모양이다.
국가 대 국가로 보면 일단 일본의 변화가 가장 놀랍다. IT 하면 '구닥다리' 생각이 먼저 드는 나라인데 블록체인 분야를 키우려는 정부 차원의 드라이브가 거세다. 디지털 시대를 한 단계 더 뛰어넘어 탈중앙화 웹3까지 단번에 치고 나섰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시절에도 나무 인장(印章) 결제를 하고 플로피 디스크를 쓰며 비웃음을 받았던 일본이 가상자산 분야에서는 IT 강국 우리보다 몇 단계 앞설 분위기다.
이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정치인과 관료들이다. 2023년 7월 25일 일본 암호화폐 미디어 그룹 코인포스트가 도쿄 국제 포럼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웹3 컨퍼런스 ‘웹엑스(WebX)’ 행사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섰다. 그는 이용자 보호를 외치면서도 웹3를 위해 일본 정부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설파했다.
미국도 마찬가지. 유력 대선 후보 트럼프는 이달 내슈빌에서 열릴 '비트코인 2024'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과거 한 때는 가상자산을 '사기'라고 외쳤지만 "공생할 것"이라고 생각을 뒤집었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대선에서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 영향도 있지만 시장의 육성 가치를 보다 높게 본 결과다.
앞서 사례들은 국내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금융위원장의 발언에 빗대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당국에선 가상자산의 산업 진흥과 관련된 논의가 아직이다. 해외 다수 국가가 규제를 하면서도 부흥을 위해 길을 터주는 작업도 병행 중이지만 우리는 요지부동이다. 가상자산 관련 규제가 존재하는 166개국 중 유일하게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불가'를 고수할 정도다.
인재와 투자금의 해외 유출 부작용이 일고 있다. 일본부터 아부다비 등 가상자산 투자에 관대한 나라에서 사업을 하겠다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실례로 국내 한 블록체인 VC는 3호 결성 펀드부터 국내 기업에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 창업자는 포르투갈로 이민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또 다른 유망 블록체인 기업은 본사를 아예 일본에 세웠다. 고용도 납세도 일본 정부에만 득이다. 젊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넘치는 블록체인 인재들이 '헬조선'을 외치며 탈출 중이다. 훗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이 올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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