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글로벌로 진격하는 K-스타트업]"호패, 파리 스타시옹F 입주…글로벌 '디지털 지갑' 구축"②심재훈 대표 "비자 같은 기업 목표"…미국·유럽 공략 본격화, 현지 파트너 물색
이영아 기자공개 2024-07-30 09:50:49
[편집자주]
K-팝, K-드라마, K-푸드에 이어 K-스타트업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까. K-스타트업이 탄탄한 기술력과 섬세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미국, 일본 등 기존 해외시장뿐만 아니라 중동, 동남아, 남미 등 신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한국산 '글로벌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지휘봉을 잡았고, 주요 LP 및 벤처캐피탈도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더벨은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스타트업의 미래 청사진과 향후 성장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5일 14: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가트너'에서 호패를 분산신원인증 분야 글로벌 대표 기업으로 선정했다. 호패는 태생부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탄생했다. 해외 어디서든 신원 인증이 가능한 신분증을 담은 '디지털 지갑'을 만들겠다."심재훈 호패 대표(사진)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마루360에서 진행한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호패는 코로나19 기간 46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사용한 쿠브(COOV) 개발팀이 의기투합해 지난 2022년 창업했다. 분산신원인증(DID) 분야 기술력을 갖췄다.
올해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확장 고삐를 쥐고 있다. 호패는 프랑스 파리 13구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 창업 지원센터 '스타시옹F' 입주 기업으로 선정되며 사업 확장 거점을 마련했다. 글로벌 벤처캐피탈(VC)을 중심으로 투자 러브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일상의 혁신', 분산신원인증 시장 도전장
1992년생 심 대표는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했다. 그는 일찍부터 신원증명 시장의 미래를 봤다. 미국 유학생이었던 그는 여러 기관에서 신분을 증명해야할 일이 많았다. 증명서를 발급받고 제출하는 일은 꽤 번거로웠다.
심 대표는 "집을 계약하고,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취직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유럽, 한국의 인증체계가 많이 다르다는 점을 몸소 느꼈다"며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졸업증명서를 발급받는 일조차 까다로운 절차를 거쳤다"고 했다.
2018년 말 심 대표가 취업을 준비하던 때는 신분증과 신용카드, 증명서를 비롯한 인증 체계가 모바일(온라인)로 넘어오던 시기였다. 미국과 유럽, 한국 어디서나 쉽고 빠르게 신원인증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일상의 혁신이 빨라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2019년 1월 LG CNS에 입사하면서 한국으로 왔다.
LG CNS에서 사내벤처로 관련 아이디어를 구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심 대표가 신원인증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하면서 '팀호패'가 탄생했다. 2021년 팀호패는 설립 6개월만에 사업 및 기술 검증을 마무리한 뒤 DID 로그인 서비스를 론칭했다.
호패라는 이름은 조선시대의 신분증에서 따 왔다. 디지털 영역에서 대표적인 신원인증의 수단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심 대표는 "위조 불가능한 인증서를 개인 디바이스에 담고, 전세계 어디에서든 쉽게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 서비스"라며 "신분증이나 운전면허증, 사원증을 담은 일종의 '디지털 지갑'을 구축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종의 아이디테크(ID Tech)를 구현한 셈"이라고 했다.
LG CNS 고객사였던 '블록체인랩스'가 실증사업(Poc) 진행을 제안했다. 2021년 디지털 증명 솔루션 분야 최소기능제품(MVP)을 개발했고, 이 과정에서 쿠브가 탄생했다. 전국민의 백신 접종 일시와 백신 종류 등을 개인 디바이스에 담아 모바일로 인증할 수 있게 했다.
심 대표는 "2022년 4월 별도법인 '호패'로 스핀오프(분사)하며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면서 "사용자의 로그인 정보를 모니터링해 실시간으로 이상행동을 탐지하고, 사용자의 디지털 신원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인증하는 인프라 구축에 주력했다"고 언급했다.
◇실리콘밸리 VC 투자 유치, 현지 사업 고삐
출범과 동시에 호패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2023년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참여하는 오픈웰렛재단의 첫 아시아 창립회원으로 합류해 활발한 오픈소스 활동을 진행 중이다. 같은해 미국 실리콘밸리 VC 500글로벌로부터 프리시드 투자를 받았다.
심 대표는 "미국 VC 문화를 먼저 이해하고, 시장 분석을 철저히 했던 점이 큰 도움이 됐다"며 "한국 스타트업은 미국 VC 투자를 받는 것을 글로벌 VC 투자를 받는 것이라고 착각하는데, 실제 미국 VC는 '글로벌'이 아닌 '로컬' 투자사라고 스스로를 정의한다"고 했다.
미국 현지 오피스와 인력을 꾸리는 것이 중요한 배경이다. 미국 VC는 기업을 심사할 때 미국 시장에서 상주하며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는 '로컬 회사'인지를 중요한 투자 포인트로 인식한다는 의미다. 호패가 출범부터 미국 오피스를 세팅하고, 인력을 채용한 이유다.
심 대표는 "호패 임직원은 글로벌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면서 "미국과 유럽, 한국 직원이 각각 3분의 1 비율로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에 현지 오피스가 있고, 저 또한 미국과 유럽, 한국을 비슷한 주기로 오가며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산나눔재단의 실리콘밸리 진출 프로그램 '보이저'에 참여하며 선배 창업가와 해외 진출 관련 고민을 나누고 있다. 심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해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한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가 멘토로서 글로벌 노하우를 전해주셨다"라고 언급했다.
올해 미국과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 확장에 고삐를 쥔다. 글로벌 파트너와 10개 Poc를 진행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유럽 시장은 프랑스 파리 13구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 창업 지원센터 스타시옹 F에 입주하게 되면서 사업 확장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스타시옹 F는 프랑스 이동통신사 '프리(FREE)' 대표 그자비에 니엘이 2억5000만유로(약 3700억원)의 사재를 털어 만든 민간 창업지원센터다. 민간 기관이지만 지난 2017년 6월 이곳이 문을 열 때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글로벌 기업과 투자사, 정부 센터가 한자리에 모여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밸류업을 돕고 있다.
정책적인 변화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 올해 5월 발의된 법안은 2026년까지 모든 EU회원국이 시민에게 디지털 신원 지갑을 제공하도록 강제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100%의 시민들이 디지털 신원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심 대표는 "글로벌 디지털 신원인증 인프라를 구축해 '비자'와 같은 회사를 만들 것"이라며 "비자 마크가 써 있는 카드는 해외 결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호패 마크가 있으면 해외에서 인증이 가능한 신분증이 되도록 일상의 혁신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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