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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바이오는 지금]삼성도 빅파마가 될 수 있을까, 관건은 '계열사 역량 결집'⑥톱티어 임상 사이트 있지만 활용 전무, 컨트롤타워 부재 탓…투자·인사 교류 주목

차지현 기자공개 2024-07-29 09:25:47

[편집자주]

삼성그룹이 바이오제약을 신수종사업으로 선정한 지 14년여가 흐른 지금 그간 이룩한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통해 연간 매출 3조원을 올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글로벌 톱티어로 거듭나려면 '신약'은 필수다. 성공 확률이 0.001%도 안 될 정도로 희박한 꿈이지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신약개발 사업을 할 수 있을까. 더벨이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6일 14: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식적으로 삼성그룹에는 현재 컨트롤타워가 없다. 과거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계열사 간 소통을 이끄는 조직은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가 핵심 창구 역할을 하는 듯 보이지만 드러나진 않는다. 바이오제약 및 의료사업 전주기 밸류체인을 갖추고도 각 계열사가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앵글을 바꿔 달리보자면 그룹 내 계열사들이 서로를 파트너사로 맞이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 누구보다 가장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들어 투자나 인사 등 영역에서 조금씩 교류가 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각 계열사 세계 수준 인프라·기술 있어도 시너지 '미미'

대한민국 서울은 전 세계서 임상시험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도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서울은 2017년 도시별 임상시험 점유율 1위를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수준 높은 임상 사이트, 소위 '빅5' 병원이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의료원이라는 세계 각국이 탐내는 인프라를 보유했지만 정작 신약개발과 관련해선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운영하는 삼성서울병원이 교원창업으로 꾸준히 바이오텍을 배출하고 있음에도 그룹 차원에서 뚜렷한 연결고리를 찾긴 어렵다.

삼성그룹은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등 삼성의료원이라는 종합병원 네트워크를 갖췄다.

일본 메이요 클리닉이나 국내 현대중공업그룹이 각자가 보유한 병원의 지적재산을 사업화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것과 대조적이다. 양사는 각각 메이요 클리닉 벤처, 암크바이오를 통해 병원에서 생산된 자산을 기반으로 의료기기 및 바이오 기술을 개발하고 상업화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삼성전자 역시 헬스케어 사업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데다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과 데이터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DNA 분석 장비 업체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에 투자한다고 발표한 지 10일이 채 되지 않아 자회사 뉴로로지카의 이동형 컴퓨터 단층 촬영(CT) 제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이 나왔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바이오제약 사업을 영위하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손을 잡지는 않는다. 오히려 해외 빅파마 등과 협업을 맺고 있다.

독일 바이엘과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6월 폐경기 수면 장애 공동 연구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바이엘의 제약 기술 개발 역량에 삼성전자가 '갤럭시워치', '갤럭시링' 등 웨어러블 기기로 수집한 풍부한 데이터를 접목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룹 차원의 의료사업 관련 전주기 밸류체인을 갖추고도 각 계열사가 시너지를 일으키지 못하는 셈이다. 컨트롤타워 부재하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전실 해체 이후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미니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으나 그룹 전체의 전략 방향 설정 및 계열사별 역할을 조율하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L/S펀드 중심 계열 간 교류 증가, 그룹 내 인사이동도 꾸준

성공 확률이 0.001%에 불과한 신약개발에 있어 오픈이노베이션은 거의 필수로 여겨진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다른 역량을 가진 계열사가 하나로 뜻을 모으지 못하는 건 아쉬운 지점이다.

하지만 최근 조금씩 계열 간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달라진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건 라이프사이언스펀드다. 핵심은 그룹 4개 계열사 삼성물산과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 그리고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삼성벤처투자가 '공동'으로 운용한다는 점이다.

1호 펀드 조성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별도로 자금을 운용하면서 독자적인 길을 가는 듯했으나 함께 운용되고 있다. 2호 펀드를 만들 땐 아예 하나의 펀드에 자금을 동시에 투자했다. 그룹 차원에서 어떤 연구개발(R&D)에 주력할지는 펀드 운용 계열사 간 소통에 기반해 결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서울병원에서 탄생한 업체에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가 투자하면서 간접적으로 역량을 섞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는 지난해 9월 국내 항체-약물 접합체(ADC) 업체 에임드바이오를 4번째 투자처로 낙점했다. 에임드바이오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스핀오프해 2018년 설립된 곳으로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당장 업무협업은 없지만 인사 교류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특히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간 인사 이동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전자 삼성종합기술원(SAIT)에서 시작됐다는 점이 인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보인다.

올해 임원 인사에서 선임된 백상현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사장의 경우 삼성바이오에피스 커머셜본부 담당임원으로 근무하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 SAIT 등을 거쳐 다시 삼성바이오에피스로 돌아온 케이스다. 삼성전자 출신 유승호 부사장과 이규호 부사장을 각각 경영관리담당과 People센터장에 배치하기도 했다.

삼성그룹 내부 사정에 능통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신약개발을 하고 빅파마 반열에 오르기 위해선 계열사 역량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의약품 개발에 있어서 삼성의료원에서 일부 임상을 진행하긴 하지만 시너지를 낼 정도의 돈독한 협업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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