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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바이오는 지금]은밀하지만 분주한 움직임, 분명한 대세 'ADC·CGT' 낙점⑤협업·조직개편 통해 의지 간접 피력, 인투셀·리가켐 등 ADC서 협업

차지현 기자공개 2024-07-25 14:19:49

[편집자주]

삼성그룹이 바이오제약을 신수종사업으로 선정한 지 14년여가 흐른 지금 그간 이룩한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통해 연간 매출 3조원을 올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글로벌 톱티어로 거듭나려면 '신약'은 필수다. 성공 확률이 0.001%도 안 될 정도로 희박한 꿈이지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신약개발 사업을 할 수 있을까. 더벨이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4일 14: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은 단 한 번도 신약개발과 관련해 속 시원하게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다. 역대 수장들이 비공식 석상에서 방향성을 언급했다는 얘기만 회자될 뿐 시점이나 전략 등은 함구한다. 하지만 꽤 오랜 기간 고심해 온 신약 사업을 현실화하기 위해 물밑에서는 분주하게 움직인다.

어떤 신약을 개발할지는 그간의 행보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투자, 협업 그리고 조직개편 등 여러 정보를 놓고 볼 때 유력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플랫폼은 항체-약물 접합체(ADC)와 세포유전자치료제(CGT)다. 모두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꼽히는 기술이다.

◇분명한 관심과 의지 그러나 여전히 이어지는 '침묵의 시간'

신규사업을 위한 삼성그룹의 움직임은 늘 조용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바이오제약 사업에 관심을 뒀지만 실제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건 그로부터 10년 뒤인 2010년 들어서였다. 침묵의 기간 동안 '삼성이 바이오 사업 진출 계획을 접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신약개발로 저변을 넓히려는 현재 상황도 비슷하다. 각 바이오 계열 수장이 비공식 석상에서 신약개발의 중요성과 그룹의 방향성을 언급한 사례가 회자되면서 여전히 관심은 신약에 쏠려있다는 점 정도를 알 수 있을 뿐이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의 경우 지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CPhI 2023에서 기자들에게 "위탁개발생산(CDMO), 바이오시밀러 사업엔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매출 20조~30조원 회사가 되려면 언젠가는 신약을 해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계열사 수장의 사견일 뿐 공식입장이 될 순 없다. CMO와 바이오시밀러로 바이오 사업에 첫 발을 뗀 지 14년여가 흘렀음에도 신약개발에 대해 구체적인 진출 여부나 시점, 비전, 전략 등이 외부로 알려진 바가 없다.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신약개발사로 도약하기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는 데 주목된다. 투자부터 협업, 인재 영입 및 조직개편 등 다방면에서 신약개발 관련 움직임이 감지된다. 오랜 기간 그려온 밑그림을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좁혀진 신약개발 전략, 업계 대세 'ADC와 CGT' 눈길

그간 행보로 미뤄볼 때 삼성그룹이 개발하려는 신약 플랫폼은 ADC와 CGT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두 플랫폼은 바이오 업계서 가장 각광받는 기술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투자 관점에서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의 총 7개 투자처 가운데 2곳이 ADC, 4곳이 CGT와 관련이 있다. 아라리스바이오테크·에임드바이오가 ADC 개발사고 재규어진테라피·센다바이오사이언스·브릭바이오·라투스바이오가 CGT 전달체 기술 또는 치료제를 보유한 업체다. 물론 해당 펀드는 재무적투자자(FI) 성격이 짙어 당장 협업으로 이어질 확률은 낮다.


인사나 협업 등 실질적인 성과로 따지면 ADC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모두 눈에 띄는 진척을 보이는 영역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ADC 전문 국내 바이오텍 인투셀과 R&D 협업 계약을 맺었다. 리가켐바이오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박태교 대표가 설립한 업체로 링커에 특화한 기술을 보유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최대 5개 표적에 대한 ADC 물질을 제조하는 데 있어 인투셀의 링커와 약물 기술을 활용하는 게 계약의 골자다. 협업 정도로만 표현했을 뿐 구체적인 계약 사항이나 규모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마일스톤 등이 있는 기술이전 계약으로 파악된다. 추후 계약이 확대될 여지도 존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연말 준공을 목표로 ADC 전용 생산 시설을 건설 중이다. 2월 국내 ADC 강자 리가켐바이오와 ADC 치료제 개발에 필수적인 항체를 공동개발하는 내용의 CDO 계약을 맺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ADC 치료제 개발에 필수적인 항체 개발에 참여하는 내용이다.

이에 앞서 1월엔 ADC개발팀을 신설하고 외부서 영입한 정형남 전무를 ADC개발팀장에 앉히기도 했다. 특히 정 전무는 리가켐바이오 바이오센터장, 큐라티스 연구소장, 유틸렉스 CTO를 역임하며 ADC 신약개발을 이끈 경험이 있다.

CGT는 ADC보다 한층 진보한 차세대 기술이다. 무르익지 않은 초기 기술이라는 점이 극복 과제지만 후발주자로선 충분히 고려할 만한 선택지다. 출시 제품군도 많지 않은 데다 아직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플레이어가 없기 때문이다.


ADC와 달리 CGT의 경우 뚜렷한 진척은 없는 상태다. 우선순위에 두고 진출 여부를 저울질 중인 영역으로 파악된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가 유독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기술이라고 전해진다. 림 대표도 올 초 열린 JPM 컨퍼런스 메인트랙 발표에서 AAV 시장의 성장을 언급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GT CDMO 사업 진출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약 2년 전 CGT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 멀티모달리티플랜트(MMP) 건설을 추진하다가 계획을 접은 경험이 있다. 규모의 경제를 내세우는 CDMO 업체로써 희귀의약품 중심인 CGT 시장에서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신약개발에 있어서도 맞춤형으로 개발되는 만큼 범용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삼성그룹이 현재 ADC보다 CGT 분야에서 느린 행보를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이유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도 보인다.

삼성그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신약개발에 뛰어들었다는 건 업계선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ADC CGT 기술을 중심으로 여러 기술을 검토 중인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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