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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바이오는 지금]'간접투자'로 시작, 방향성은 빅딜…다가오는 결단의 시간③'신약과 리스크' 모순적 문제 여전한 고민, 라이프사이언스펀드 유망 후보군 물색

차지현 기자공개 2024-07-25 08:59:19

[편집자주]

삼성그룹이 바이오제약을 신수종사업으로 선정한 지 14년여가 흐른 지금 그간 이룩한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통해 연간 매출 3조원을 올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글로벌 톱티어로 거듭나려면 '신약'은 필수다. 성공 확률이 0.001%도 안 될 정도로 희박한 꿈이지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신약개발 사업을 할 수 있을까. 더벨이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3일 08: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이 바이오 사업을 진출하는 데 있어 가장 빠르게 해낼 수 있는 일을 한 지 벌써 10년이 흘렀다. 의약품 제조공장 그리고 바이오 시밀러라는 이름으로 삼성그룹의 존재감을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 알리는데까진 성공했다.

수조원을 벌어들이는 성장엔진이 된 지금, 이제는 자체 신약개발에 나서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공감대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과제로 남는 '신약개발 리스크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까'에 쏠린다.

아직까지는 큰 움직임이 감지되진 않는다. 그룹 4개 계열사가 공동 조성한 바이오펀드를 활용해 후보군을 물색하는 정도의 작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엔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수밖에 없는 결단의 시간이 다가온다.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해 인수합병(M&A)을 통한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힘을 얻는다.

◇자체 개과 M&A 사이 저울질, '빅딜' 탄생 기대감도

신약개발을 하는 건 보통 두가지 방법에서 이뤄진다. 후보물질 발굴 등 주도적으로 신약개발에 나서는 것 그리고 M&A 등을 통해 신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방식 정도다. 기술도입 및 기술수출 등을 통한 것 역시 외부역량을 활용하는 후자에 속한다. 제약바이오 업계서는 이를 일컬어 오픈이노베이션이라고 부른다.

신약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는 상황이지만 삼성그룹은 여전히 두가지 방법 중 그 어느 것도 가시화 되거나 공식화 한 적이 없다. 내부적으로도 둘 중 어느 방식을 택할지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만 들려온다.

그룹 전체를 통틀어 유일하게 공개된 신약 파이프라인은 단 하나다. 그룹 바이오신약 연구개발(R&D) 거점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보유한 'SB26'이다.

하지만 핵심 파이프라인이 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일본 다케다제약과 공동개발한 급성췌장염 치료제 후보물질로 2020년 임상 1상을 마무리했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 진척이 없다. 시장 환경을 지켜보면서 후속 임상을 진행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아직 뚜렷한 파이프라인이 보이지 않는 만큼 M&A 등 오픈이노베이션을 활용할 가능성에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내부적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을 연구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아무리 삼성이라고 해도 극복할 재간이 없다.

사실 업계에선 삼성그룹이 당장 신약 파이프라인을 사들여도 무리가 없다고 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각자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연간 8600억원가량의 순이익을 벌어들이고 있어 곳간은 충분하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계열사 현금동원력까지 고려하면 수십조원의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빅파마를 인수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금력을 갖췄다.

무엇보다 삼성그룹 내 대형 M&A가 나올 때가 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하만 인수 이후 꽤 오랜 기간 대형 딜은 종적을 감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이슈가 종결되면 본격적으로 M&A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

M&A 빅딜이 나온다면 그 대상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분야가 바이오다. 반도체가 위기를 맞으면서 바이오제약 사업을 등 새로운 분야서 활로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내노라하는 글로벌 바이오 업체 수장을 만나면서 바이오 사업을 직접 챙기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행보도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탠다. J&J, BMS, 바이오젠, 오가논 등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파트너십을 다지고 있다.

최근 바이오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타 계열사까지 관련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투자 기회를 찾고 나선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삼성그룹의 바이오 투자 및 사업 행보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DNA 분석 장비 기업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의 시리즈 D 투자 라운드에 참여하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삼성그룹을 둘러싼 M&A 가능성은 여러 설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작년 바이오젠의 시밀러 사업부 영업망을 인수한다는 얘기가 돌았던 것부터 현재 유럽지역서 의약품 영업마케팅 조직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들까지, 삼성그룹의 바이오 분야에 대한 M&A 의지에 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는 일화로 의미있게 회자된다.

◇K-바이오 큰 손 라이프사이언스펀드…빨라진 투자시계

시기야 어떻든 바이오 분야에서의 대규모 투자는 필연적인 수순이라는게 내외부적인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습이다. 위탁생산(CMO)과 시밀러 사업으로 바이오 사업에 처음 진출했을 때와 비슷하게 신약개발로 사업 영토를 확장하는 과정에서도 리스크 최소화라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얘기다.

현재 신약개발과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펀드 간접투자다. 삼성물산과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 그리고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삼성벤처투자가 공동으로 조성한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활용해 유망 기술 및 바이오텍에 투자하고 있다. 지분 투자로 먼저 플랫폼 후보를 선별한 뒤 큰 폭의 사업 전략적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펀드 간접투자를 활용한 접근법은 빅파마들이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화이자, 노바티스, 사노피, 바이엘,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는 자체 벤처 펀드를 조성한 다음 초기 단계 유망한 바이오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사노피의 경우 2013년 출범한 사노피벤처스스를 통해 에버그린벤처펀드를 조성하고 50여곳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유 중이다.


7월 현재 기준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는 총 2400억원 규모로 자금을 굴리고 있다. 2021년 처음 조성한 1호 펀드에 이어 지난해 10월 2호 펀드를 추가로 조성하면서 규모를 키웠다. 펀드 핵심 축인 삼성물산이 약정한 출자액은 1호 펀드와 2호 펀드가 각각 990억원과 499억원이다.

2022년 첫 투자 이래 지금까지 총 7건의 투자를 집행했다. 바이오제약 관련 신기술을 개발하는 해외 업체 5곳과 국내 업체 1곳, 창업형 벤처캐피탈(VC)이 운용하는 펀드가 그 대상이다. 투자액을 전부 세세하게 공개하고 있진 않지만 투자 집행 속도도 빨라지고 규모가 커지고 있다. 올 초 720억원가량의 투자를 단행하면서 1·2호 펀드 자금 대부분이 소진됐을 걸로 보인다.

◇눈에 띄게 증가한 신약 협업…플래그십·인투셀 눈길

바이오신약 개발 움직임이 펀드 간접투자에만 그치는 건 아니다. 최근 들어 해외 VC부터 국내 업체까지 광범위한 분야서 신약개발 협력이 늘고 있다는 데 주목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이하 플래그십)이다. 플래그십은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의 바이오 멘토로 알려진 누바 아페얀 회장이 설립한 창업형 VC다. 경험 많은 인력과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회사를 설립한 뒤 지속해서 밸류업을 시켜나가는 창업 모델을 지향한다.

코로나19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플래그십의 포트폴리오사인 모더나의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 백신의 위탁생산(CMO)을 맡으면서 시작된 인연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라이프사이언스펀드가 2022년 플래그십 산하 센다바이오사이언스에 투자한 데 이어 최근 플래그십 8호 펀드에 투자를 결정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 등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로 운용 규모는 약 26억달러(약 3조6000억원)에 달한다. 올초 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선 첨단 제약바이오의 혁신을 목표로 전략적 협력을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국내 바이오사와 직접적인 협업 관계를 구축하고 신약개발 행보를 본격화했다. 작년 말 국내 항체-약물접합체(ADC) 전문 인투셀과 ADC 분야 개발 후보물질 검증을 위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기업과 원자재 도입이 아닌 공동 연구 계약을 맺은 건 처음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았다. 아직 구체적인 계약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진척도에 따라 추가 협업 여지가 남아있는 걸로 파악된다.

삼성그룹 내부 사정에 능통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신약개발에 나서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국내외 기업을 M&A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항체-약물 접합체(ADC)와 세포유전자치료제(CGT) 개발사가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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