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캡 리포트]'현금 부자' 케이씨텍, 이자수익으로 반도체 불황 방어①유동비율 770%, 보수적 정기예금 전략 견지…가용 현금 증가 추세
김소라 기자공개 2024-08-05 08:07:51
[편집자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선 상위 100개 기업이 시가총액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반대로 나머지 700여개 상장사의 비중은 10%대에 그친다. 코스피 내에서도 자본의 쏠림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더벨은 이같이 상대적으로 소외된 미드캡 기업을 파악하고 그간 시장의 관심에서 한 발짝 비껴나 있던 중형 상장사의 가려진 재무 체력과 경영 역량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30일 07:1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장비 업체 '케이씨텍'이 든든한 현금 유동성으로 업황 악화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투자 사이클 위축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곤두박질친 가운데 가외 수익을 통해 손실폭을 메우는 모습이다. 금융 상품에 현금을 대거 예치해 두고 이자 수익을 꼬박꼬박 적립한 것이 재무 면에서 '신의 한수'로 꼽힌다.세부 상품 활용엔 일부 변화가 감지된다. 케이씨텍은 대부분 정기예금 위주로 굴렸던 여윳돈을 분산해 자금 운용을 다각화했다. 구체적으로 유동화가 보다 자유로운 금융 상품을 적극 활용했다. 반도체 산업 체감 경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언제든 쉽게 가용 현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술을 정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씨텍은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올 1분기 말 현금 자산은 총 2260억원으로 집계된다. 유동비율은 770%다. 평소 무차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실제 이 기간 별도 은행 차입분은 잡히지 않는다. 해외 영업을 목적으로 금융기관과 외화지급보증을 체결한 것이 전부다.
케이씨텍 관계자는 "영업에서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유동성이 충분히 확보되다 보니 일상적으론 은행 차입 필요성이 낮은 편"이라며 "통상적인 설비 투자 등도 매년 약 100억원 소요되는 정도로 자체 자금으로 소화하기에 무리가 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영업에서 현금을 지속 창출하는 것이 재무적 강점이다. 이는 케이씨텍이 대형 고객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위주의 영업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사 대상 채권 회전율이 높아 매년도 현금 유입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케이씨텍 매출채권 회전율은 8.7배를 기록했다. 당해년도 외상 판매 대금을 9차례 가까이 현금 회수했다는 의미다.
축적한 현금으론 대체로 보수적인 운용 전략을 취하고 있다. 2017년 11월 케이씨(구 케이씨텍)로부터 인적분할돼 설립된 후 자산 운용 패턴을 보면 현금 대부분을 금융 기관에 예치해 두고 이자 수익을 수취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 세부적으론 정기 예금을 가장 활발히 활용해 왔다. 지난 2020년부터 1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해 두고 꼬박꼬박 이자를 수령했다. 지분 투자 등 타 법인에 대한 자체적인 M&A(인수합병) 활동은 설립 후 전무했다.
다만 근래 운용 상품 무게중심을 분산시키며 변화가 감지된다. 정기 예금 대비 현금화가 용이한 금융 상품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구체적으로 요구불 예금이 지난해부터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말 케이씨텍 요구불 예금은 767억원으로 2022년 말(5억원)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정기 예금은 계속해서 줄어드는 양상이다. 비교적 가용성이 높은 준비성 자금을 넉넉히 확보해 두고 대외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코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반도체 산업 경기 악화로 재무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케이씨텍은 지난해 수익성이 단기간 급격히 위축되며 주요 재무 지표들이 일제히 약화됐다. 일례로 기업의 현금 창출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지난해 전년대비 40% 가량 감소한 478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제 현금 유입 추이를 나타내는 잉여현금흐름(FCF) 지표에선 이같은 상황이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지난해 케이씨텍 FCF는 44억원에 그쳤다. 1년새 약 9분의 1 토막 났다.
넉넉한 현금이 방어 기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케이씨텍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0% 수준에 그쳤지만 순익 감소폭을 최소화하는데는 성공했다. 이는 상당분의 금융 수익이 재무제표에 반영된 영향이다. 당해 케이씨텍은 금융 수익으로 총 93억원을 인식했다. 직전년도 대비 약 150% 급증했다. 해당 수익은 모두 금융 상품 운용에 따른 이자분이다.
케이씨텍 관계자는 "반도체 업종은 산업 사이클에 따라 영업 편차가 큰 편"이라며 "지난해는 고객사 투자 지연에 따른 여파가 컸고 고정비를 줄이는 등 재무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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