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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대해부]'난공불락' 일본·북미 어떡하나...중국 의존도 부담?[약점]북미인력 10년간 2배 불구 매출은 지지부진…일본 비중 '3%'

고진영 기자공개 2024-08-01 08:12:26

[편집자주]

국내 게임업계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는 양상이다. 세 회사는 10년 가까이 '삼국지'처럼 국내 게임시장을 삼분하며 각축전을 벌여 왔지만 최근에는 넥슨 홀로 질주하는 모습이다. 더벨은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사 넥슨만의 성장스토리와 지배구조, 성장전략, 키맨 등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9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넥슨은 해외매출 비중이 절반에 가깝지만 중국을 제외한 지역에선 크게 힘을 쓰지 못한다. 중국이 규모는 커도 당국 규제 리스크에 쉽게 흔들리는 시장에라는 점에서 의존도를 고민할 만한 부분이다.

실제로도 넥슨은 일본과 북미지역 공략에 20년 넘게 열을 올려왔다. 그러나 들인 공에 비해 그동안 거둔 성과는 그리 대단치 못했다.

넥슨이 2001년 출시한 <택티컬 커맨더스>

◇일본 상장기업인데…매출 요지부동

현재 넥슨의 지역별 매출을 보면 한국과 중국 수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올 3월 말 기준으로 국내 매출이 53%, 중국이 27%를 나타냈다. 중국의 경우 5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공개한만큼 매출이 더 급증할 전망이지만 문제는 그 외 지역들에 있다.

넥슨 매출에서 북미·유럽 비중은 9% 뿐이다. 2018년 이후 200억엔대 안팎을 꾸준히 내고는 있지만 추세적인 우상향을 만들진 못하고 있다. 작년 기준 북미와 유럽에서 거둔 연간 매출은 277억엔(약 2500억원) 수준이다.


일본 비중 역시 3% 수준에 그친다. 2021년 출시된 <블루 아카이브>가 일본 서브컬처 시장에서 흥행 중인데도 이 나라 매출은 여전히 연간 120억엔(약 1080억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2013년 364억엔을 찍은 이후 더 늘어난 적이 없다. 일본법인을 세운지 20년이 훌쩍 넘은 데다 상장까지 일본에서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초라하다.


넥슨은 설립 초기부터 해외 진출에 관심이 많았다. 경쟁사인 엔씨소프트나 넷마블보다 한발 먼저 바다건너로 눈을 돌렸다. 1999년 대우 출신인 최승우 전 넥슨재팬 대표를 영입해 해외사업팀장을 맡겼고, 성과가 없어도 글로벌시장 문을 꾸준히 두드렸다. 국내가 아닌 일본 상장을 선택한 데도 해외진출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엔 잘 풀리는 듯했다. 2001년 1월 서비스를 시작했던 <택티컬 커맨더스>가 희망을 부추겼다. <택티컬 커맨더스>는 실시간 전략 온라인 게임(MMORTS)이다. 개발 당시 '미국에서 더 잘되겠다'는 내부 평가에 따라 전략적으로 미국을 노려서 기획했다.

실제로 <택티컬 커맨더스>는 공개 후 미국 게임스팟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인터넷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에 뽑혔으며 국제 인디게임 페스티벌(IGF) 에서 대상을 포함해 4개 부문을 휩쓸 정도로 주목받았다. IGF 사상 최다 수상작이었을 뿐더러 국산게임이 국제 시상식에서 인정받은 첫 사례였다.

해외 서비스 러브콜이 쏟아졌고 북미에서 퍼블리싱 계약도 마쳤다. 당시 김정주 회장은 미국 시장을 단숨에 뚫을 수 있으리라 낙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초반 기세는 금세 꺾였다.

튜토리얼을 빠뜨려 신규 유저 이탈율이 높았던 데다 섣불리 유료화를 진행한 탓이다. 결국 택티컬 커맨더스>는 2005년 12월 말 국내 서비스를 종료했다. 북미 서버(쉐터드 갤럭시)의 경우 아직 살아있지만 명맥만 겨우 남았다.

◇현지 개발, M&A 시도…모두 실패로

이후로도 수차례 실패가 이어졌다. 넥슨은 2005~2006년경 북미시장 공략을 위해 다시 드라이브를 건다. 현지법인 넥슨아메리카(옛 NX게임즈), 그리고 개발스튜디오인 넥슨퍼블리싱노스아메리카(NPNA)를 세웠다.

특히 NAPA는 '피파' 시리즈로 유명한 미국 EA(일렉트로닉 아츠) 출신의 개발자 알렉스 가든을 CEO로 영입하고, EA 부사장 출신인 스티브 렉츠셰프너를 데려오는 등 야심차게 출범한 곳이다. 하지만 3년 만에 직원 90여명을 해고하고 청산 절차를 밟았다. 북미에서 게임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서비스하겠다는 전략을 포기했다고 봐야 한다.

2012년에는 일본 모바일게임사 글룹스를 약 5000억원에 인수했다. 일본과 모바일시장을 동시에 노린 M&A였는데 시장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2019년 고작 1엔에 다시 팔았다.

또 미국 대형 게임사인 EA를 인수하기 위해 엔씨소프트와 지분거래로 손을 잡았다가 EA 이사회가 매각 안건을 부결시키면서 실패로 돌아가기도 했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기지개를 켜지 못한 배경이다.

현재 북미 시장의 경우 넥슨 아메리카가 퍼블리싱을 맡고 있으며 픽셀베리 스튜디오가 모바일게임을 따로 담당, 넥슨 US홀딩스가 북미 지주회사로 있다.

이중 픽셀베리 스튜디오는 EA에서 구조조정된 개발사인데 넥슨이 2017년 사들였다. 북미시장 확대를 위해 인수한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였지만 올 초 대규모 정리해고에 들어갔다. 북미 매출이 오랫동안 반등할 기미가 없다 보니 수술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넥슨의 북미지역 정규 인력은 지난해 말 440명에서 올해 311명으로 축소됐다. 돌아보면 2014년 북미에 216명이 있었는데 근 10년간 인원이 배로 늘어나면서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셈이다. 그 외엔 일본에 258명, 중국 190명이 소속돼 있다.


이달 출시된 <퍼스트 디센던트>가 서구권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증권가에서 추산하는 내년 <퍼스트 디센던트> 관련 전체 매출이 1000억원대라는 점에서 국내나 중국 수준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갈길이 멀다. 작년 기준으로 넥슨은 국내에서 연간 2조원대, 중국에선 9000억원대 매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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