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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통신소부장 기업들] 컨테이너에서 성공신화 쓴 오이솔루션, 새 먹거리 찾기 '전력투구'①수입 기둥 맡았던 광트랜시버…5G 투자 감소로 후계자 '레이저칩' 선택

최현서 기자공개 2024-07-30 11:09:19

[편집자주]

통신사와 소부장기업은 실과 바늘 같은 존재다. 매년 조단위 CAPEX 투자를 집행하는 통신 업계에서 소재, 부품, 장비를 제공하는 협력사들의 역할도 막중하다. 상용화 5년이 지난 5G는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통신사들은 다가올 6G 시대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부장 기업들이 얻을 낙수효과도 분명 존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더해 통신사들이 IT 분야로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면서 소부장기업들도 발맞춰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주요 통신 소부장 기업들의 사업 현황과 재도약을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신사업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9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이솔루션(OE Solutions)의 시작은 미약했다. 박용관 대표, 추안구 전 대표 등 8명이 2003년 광주광역시의 한 컨테이너에서 오이솔루션의 문을 열었다.

IT 버블이 꺼진 직후라 지인들이 창업을 만류했다. 하지만 이들은 성공을 자신했다. 통신 장비 업계의 실력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가진 기술력과 확신은 2008년 세계 최초 광트랜시버 개발로 이어졌다.

광트랜시버는 오이솔루션의 성장을 이끈 엔진이 됐지만 최근 5G 망 투자 감소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오이솔루션은 2014년 코스닥 상장 이후 처음으로 사업 목적 추가,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먹거리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광트랜시버로 영업이익 1000% 수직 상승

오이솔루션은 2003년 8월 광주광역시 북구에 세워졌다. 첫 사무실은 한 차량등록사무소 공터에 마련된 9.9㎡(3평)짜리 작은 컨테이너였다. 박 대표를 포함한 8명이 의기투합했다. '광(Optics)'과 '전자(Electronics)'의 앞 글자를 따 이름을 지었다.

이들은 모두 '브레인'이었다. 미국 유학파거나 삼성전자와 같은 굴지의 기업에서 일했던 이력을 갖고 있었다. 박 대표도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벨연구소 수석 엔지니어를 역임했다. 전기전자학회(IEEE)의 신임 석학회원(펠로우)로 뽑히기도 했다. 펠로우는 IEEE 회원 최고 등급으로 최상위 0.1% 내 지식인을 뜻한다.

다들 실력을 인정받은 인재들이었지만 지인들은 창업을 말렸다는 후문이다. 2003년은 IT 버블이 꺼진 직후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가령 애플 주가는 2000년 초 0.95달러(1312원)로 시작했으나 2002년이 끝날 무렵에는 78.9%나 하락한 0.25달러(345원)를 기록했다. 통신장비 업체인 에릭슨의 경우 같은 기간 81.27달러(11만2234원)에서 3.37달러(4653원)로 곤두박질쳤다. 낙폭은 95.9%에 달한다.

오이솔루션이 본격적인 성장을 이룬 때는 2008년이다. 그 해 오이솔루션은 세계 최초로 양방향 광트랜시버를 개발했다.

광트랜시버는 전기 신호를 광 신호로 바꾸거나 이를 반대로 하는 광 통신장비 핵심 부품이다. 스마트폰 시대의 개막으로 데이터 전송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빠르게 전송해야 했다. 장거리 전송에 유용하면서도 전력 소비량은 적어야 했다. 광트랜시버는 이러한 조건에 맞는 부품이었다.


광트랜시버는 '대박'을 터뜨렸다. 2008년 1억8127만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09년 34억원까지 늘었다. 무려 1777%나 뛴 수치다. 같은 기간 143억원이었던 매출도 301억원으로 도약했다. 광트랜시버 제품군은 오이솔루션의 든든한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5G 망 보급 물결에 힘입어 2019년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연결 기준 매출은 2103억원, 영업이익 583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광트랜시버의 매출은 2101억원으로 사실상 오이솔루션 수익의 전부였다. 전년(802억원) 대비 162% 늘었다.

◇5G 망 투자 감소 직격탄…새 먹거리 '1번타자' 레이저칩

지난해 오이솔루션은 연결 기준 매출 460억원, 영업적자 311억원을 기록했다. 87억원 규모였던 영업적자 규모가 3배 이상 커졌다.

주무기인 광트랜시버가 힘을 못 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광통신용 모듈(광트랜시버) 매출은 441억원이었다. 최고의 한 해였던 2019년의 광트랜시버 매출 규모 대비 79% 급감했다. 전년(750억원)과 비교해도 41.2% 줄었다.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적인 5G 인프라 투자의 감소가 결정적이었다.

오이솔루션은 새 먹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부동산업을 비롯한 △레이저 응용 장비 △반도체 및 관련 제품 △의료기기 △산업·모빌리티 및 인프라용 광학 센서 등 9개 제품군의 개발과 제조, 판매업을 사업 목적으로 추가했다. 2014년 코스닥 상장 이후 처음이다. 이전까지 전자·전기·정보통신 관련 제품의 내용만 사업 목적에 담겨있었다.

오이솔루션은 새로 추가된 10가지 사업 목적 중 레이저 응용 장비에 가장 먼저 시동을 걸었다. 지난 10일 2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레이저칩 기술 개발, 운영 자금 및 원자재 매입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번 CB도 상장 이후 처음이다.

특히 레이저칩은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6세대 이동통신(6G) 기지국에 쓰이는 차세대 광트랜시버에 꼭 필요한 소자다. 오이솔루션 관계자는 "2019년 유상증자 이후로 꾸준히 양산은 진행하고 있었다"며 "올해 하반기나 내년부터는 납품 물량, 매출 볼륨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레이저칩은 주로 중국에 판매하는데 오이솔루션과 같은 광트랜시버 업체들이 레이저칩 고객들로 등록될 것"이라며 "소자 단위 제품이기 때문에 미·중 갈등 리스크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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