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8월 01일 0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그룹을 보면 '위기가 일상'이란 말이 떠오른다. 문제의 근원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다. 글로벌로 나아가지 않으면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사생결단으로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품에 안았다.그로부터 1년하고도 3~4개월이 지난 지금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은 독이 든 성배가 되어버린 모양새다. 인수전을 주도했던 배재현 카카오그룹 CIO가 경영활동에서 물러난 것은 물론 김범수 카카오 쇄신위원장까지 구속됐다.
진짜 문제는 총수의 공백이 아니다. 엔터사업을 향한 시장의 불안감이다. 카카오그룹이 각종 리스크에 못 이겨 엔터계열사를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자꾸만 나온다. 시장의 불안감이 매각설이라는 형상을 띠고 떠도는 셈이다. 매각의 주체도 불분명하다. 엔터 그 자체이기도 했다가 SM엔터테인먼트가 매각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물론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에 카카오그룹이 일일이 대응할 수 없다. 자칫 대응하는 게 오히려 일을 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소문들이 카카오그룹 엔터사업의 펀더멘탈을 서서히 좀먹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수많은 외부 출자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가운데 많은 자금을 유치해 성장한 기업이다.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었던 것도,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자금 덕분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미래가 불투명해진다면 외부 출자자들의 신뢰도 흔들릴 수 있다. 이들이 자금 회수를 고민하는 순간 카카오그룹의 엔터사업을 발판으로 한 글로벌 진격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아직 성장을 위해 대량 투자가 필수적인 엔터사업이 실탄을 잃는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카카오그룹이 이런 위기에 빠지지 않으려면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다. 장윤중, 권기수 공동 대표이사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내부적으로 진행하는 타운홀 미팅에서 벗어나 시장, 투자자, 언론과 접점을 확대하고 엔터사업의 정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선례나 유사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이브도 최근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닥뜨렸다고 판단해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 조만간 새로운 경영전략인 ‘하이브 2.0’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 현 경영진의 주도 아래 투자자에게 비전을 설명하기 위해 유튜브 등을 통해 각종 설명회를 진행했다. 새로 제시한 비전을 해낼 수 있으리라는 완벽한 신뢰는 얻지 못했어도 경영진이 무엇을 어떻게 진행하려는지 알림으로써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은 해소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카카오에게 침묵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있어서 더욱 그렇다. 시장과의 소통으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만 엔터사업의 뿌리를 다지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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