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업 허들 높인 싱가포르…국내 사업자 면면은 DGB·하나 현지법인 승인, 헤지펀드는 피보나치 '존재감'
조영진 기자공개 2024-08-08 15:36:20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2일 14: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허브로 자리잡은 싱가포르가 급속도로 불어나는 현지 운용사업자를 조절하기 위해 허들을 높이고 있다. 싱가포르 공략에 나선 DGB금융지주와 하나증권, 피보나치자산운용 등은 현지 금융당국의 요구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며 운용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게 됐다. KB증권, NH투자증권은 일찍이 상위 라이선스를 확보해 이번 사태를 무사히 넘어갔으나 뒤늦게 싱가포르에 뛰어든 키움증권에 대해선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통화청(MAS)은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이 싱가포르 현지에 설립한 법인들에게 LFMC(Licensed Fund Management Company) 라이선스 신청 승인여부를 지난 1일 통보했다. 하나증권 100% 자회사인 'Hana Asset Management Asia', DGB금융지주 100% 자회사인 ''Hi Asset Management Asia' 등이 심사결과를 수령했다.
두 회사 모두 LFMC 라이선스를 취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증권과 DGB금융지주의 싱가포르 현지법인은 그간 RFMC(Registered Fund Management Company) 라이선스로 자산운용업을 영위해왔다. 지난해 4월 하나증권은 지주사가 보유한 현지법인을 100% 자회사로 품으면서 싱가포르 자산운용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DGB금융지주는 올해 3월 싱가포르에서 자산운용사를 출범하며 아시아 공략에 나섰다.
그간 싱가포르통화청은 RFMC, LFMC AI(Accredited Investors), LFMC 리테일 등으로 자산운용 라이선스를 구분해왔다. RFMC란 국내 일반사모집합투자업과 유사한 라이선스지만 펀드 총 운용규모가 2억5000만 싱가포르달러, 운용펀드 개수는 15개로 제한된다는 특징이 있다.
LFMC AI는 펀드 총 운용규모와 개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사모펀드를 운용할 수 있다. LFMC 리테일은 국내 종합자산운용사 라이선스 격으로, 취득시 일반투자자에게도 펀드를 판매할 수 있다.
하나증권, DGB금융지주 등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이 싱가포르 현지법인의 라이선스 상향을 추진한 것은 올해 초 싱가포르통화청(MAS)이 운용 라이선스를 LFMC로 통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VCC(Variable Capital Company, 가변자본기업)라는 유연한 투자펀드 구조를 도입한 덕분에 금융허브로 부상한 싱가포르지만, 이를 남용하려는 외국계 투자자들이 우후죽순 유입되자 옥석가리기에 돌입한 셈이다.
싱가포르통화청은 비교적 취득이 어렵지 않았던 RFMC의 승인조건을 지난해 상향 조정한 데 이어, RFMC를 폐지하고 보다 엄격한 조건의 LFMC로 라이선스를 통합하는 가이드라인은 올해 초 발표했다. 미영업·영세 하우스들을 라이선스 통합 과정에서 걸러내려 한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현지 운용업계 관계자는 "LFMC와 RFMC 라이선스를 취득하려는 회사가 너무 많이 늘어나자 MAS가 이를 줄이려 한다는 소문이 연초 파다했다"며 "요구조건을 충족한 회사는 예상보다 빨리 라이선스를 업그레이드하게 되지만 필요자본, 인력, 내부통제시스템 등이 하나라도 기준에 미달될 경우 싱가포르에서 아예 운용업을 접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통화청은 RFMC 라이선스 보유사들을 대상으로 지난 2분기(4~6월) 내에 LFMC 라이선스 상향을 신청할 것을 요구했다. 검토기간인 7월 말까지는 RFMC 라이선스가 유효했으나 이달 1일부터 RFMC 제도는 공식 폐지된 것으로 전해진다.
싱가포르 시장에 난립하던 플레이어들이 일부 줄어들 경우 이번에 검증을 통과한 운용사들에게 보다 나은 투자유치 환경이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의 자회사이자 싱가포르 현지 운용업을 영위 중인 NH앱솔루트리턴파트너스(NHARP)는 일찍이 LFMC 리테일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전해지며, 국내 일반사모운용사인 피보나치자산운용 또한 LFMC AI 라이선스를 지난 1일 취득하며 순항 중이다.
싱가포르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금융투자회사들 중 전문사모운용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현재 피보나치자산운용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한국에 투자하는 VCC를 설정해 머스트자산운용, DS자산운용 등 굵직한 헤지펀드 하우스들로 하위펀드를 꾸린 상황이다. 현재 운용규모는 약 500억으로 추산된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올해 초 피보나치자산운용 VCC에 하위펀드를 설정하고 6개월 트랙레코드 마련에 돌입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에만 5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해외펀딩에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최근 들어 복수의 해외투자자들과 협상 초반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로는 KB자산운용, 키움증권 등이 싱가포르 운용업계를 공략하려 하고 있다. KB자산운용 싱가포르 현지법인은 지난해 4월 현지 진출 6년만에 싱가포르통화청으로부터 LFMC AI 라이선스를 일찍이 인가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말 RFMC 라이선스 인허가를 신청한 키움증권의 승인여부에 대해선 아직 알려진 바 없다.
키움증권이 RFMC 라이선스 인허가를 신청한 지난해 말은 싱가포르통화청이 RFMC 승인에 고삐를 조이던 시기다. 업계에 따르면 MAS가 문을 걸어잠구기 직전 다급히 신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키움증권이 이사회에서 ‘싱가포르 현지 자산운용사 설립’ 안건을 의결한 시점은 지난해 3월이다.
통상 인허가 심사에 소요되는 기간은 약 6개월이다. 허나 올해 초부터 싱가포르통화청이 RFMC를 아예 폐지하기로 가닥을 잡아 키움증권의 현지법인 라이선스 취득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싱가포르통화청이 외국계 회사의 현지유입을 줄이려 하고 있는 만큼, 올해 이후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게 업계의 주된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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