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키움인베스트먼트]‘상사맨 출신’ 조명수 이사, ‘소부장 주포’로 인생 2막삼성물산서 수출기업 발굴 경험, 테크기업 글로벌 진출 도우미 역할 주력
최윤신 기자공개 2024-08-12 08:45:10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5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키움인베스트먼트는 소부장과 ICT, 바이오를 3대 축으로 투자하는 하우스다. 이 중 소부장 영역에서 가장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그간의 투자 성과를 바탕으로 산업은행의 글로벌공급망 출자사업과 모태펀드의 스케일업 분야 출자사업에서 연승을 거뒀고, 이를 통해 지난 6월 글로벌 소부장 투자 펀드인 '키움뉴히어로8호펀드' 결성에 성공했다.업계의 이목은 1250억원 규모의 펀드 대표펀드매니저를 맡은 조명수 이사(사진)에게 집중된다. 키움인베스트먼트가 역대 3번째로 만든 1000억원대 펀드의 대표펀드매니저를 맡으며 하우스의 새로운 ‘주포’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상사맨’ 출신으로 소부장에 특화된 투자를 통해 뛰어난 성과를 내 온 조 이사는 이번 펀드가 자신의 커리어에 가장 특화한 펀드라고 자부한다. 글로벌 진출 기업을 골라내는 선구안과 지원 역량으로 글로벌 소부장 기업을 지원하는 펀드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나타냈다.
◇성장 스토리: ‘글로벌 비즈니스’ 꿈 품고 상사로 향한 공학도
1981년생인 조명수 이사는 성균관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공학도 출신이다. 그러나 사회생활의 시작은 삼성물산 상사부문이었다.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엔지니어가 아닌 상사맨으로서의 길을 선택했다.
삼성물산에서 근무하며 부품소재사업부에서 디스플레이, 반도체, 휴대폰 부품, 소재, 장비 글로벌 비즈니스를 담당했다. 국내 경쟁력 있는 기업을 발굴해 해외에 진출시키고 해외 우수기술을 국내에 도입하는 일을 맡았다. 국내 기업의 제품을 터키, 베트남, 인도 등에 수출했고, 일본 소재와 장비를 국내에 도입하는 게 주요 업무였다.
전세계를 누비는 상사의 일은 재미있었다. ‘유럽의 공장’으로 불리는 터키에 국내 부품기업들을 다수 수출시켰고,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표면실장(SMT) 장비를 인도에 수출하기도 했다. 국내 디스플레이·반도체 기업들이 독점 업체로부터 비싸게 수입하던 소재·부품의 대체제를 찾는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글로벌화에 따라 상사의 역할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그는 “글로벌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며 비즈니스를 만들더라도 1~2년이 지나면 수요자와 공급자가 직접 거래해 비용을 최소화하는 구조가 심화했다”며 “작은 중소기업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직접 만들어 나가며 소부장 분야에서 상사의 롤이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벤처캐피탈 업계를 바라본 건 이 때부터다. 그는 “단순히 중간자 역할보다는 명확한 펑션(Function, 기능)을 가진 일을 하고 싶어졌다”며 “모험자본을 투자하는 명확한 롤이 있는 VC 심사역의 역할이 의미 있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2014년 미래과학기술지주가 설립될 때 기회를 얻었다. 미래과학기술지주는 미래창조과학부 주도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대(UNIST) 등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의 연구성과를 집중발굴해 세계 수준의 벤처로 키우기 위해 설립한 전문기술지주회사다.
그는 “미래과학기술지주의 특성을 고려할 때 기술과 관련한 영역들을 많이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지원했다”며 “투자를 잘 알지 못했던 시점이었는데, 규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투자를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됐다”고 돌아봤다.
본격적으로 모험자본 공급 역할을 하는 규모있는 투자자의 역할을 하기 위해 VC로의 이직을 검토했다. 때 마침 심사역을 찾던 키움인베스트먼트와 인연이 닿아 입사하게 됐다. 구주 펀드를 주력으로 투자하며 소부장 기술기업의 구주 투자레코드를 다수 확보했다.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사 학위를 취득하며 기술기업에 대한 전문성도 키웠다.
당시 투자한 포트폴리오가 뛰어난 회수 성과를 기록하며 투자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고,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2020년엔 키움뉴히어로2호기술혁신펀드의 대표펀드매니저를 맡게 됐다.
올해에는 1250억원 규모로 설립된 키움뉴히어로8호펀드의 대펀을 맡았다. 키움인베스트먼트가 역대 3번째로 만든 1000억원대 펀드다. 이 펀드의 대표펀드매니저를 맡은 건 김대현 대표이사, 고강녕 투자본부장에 이어 그가 하우스 내 새로운 ‘주포’로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투자철학: 시장 수요에 걸맞는 기술대응 중요시…‘상식’에 부합하는 기업에 투자
상사맨 출신인 조 이사는 시장의 관점에서 기업과 기술을 바라보고 투자한다. 팀이 가진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중요한 건 시장에서 이 기술을 필요로 하는지 여부다.
그는 “기술 기반 창업팀들은 시장의 수요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어떻게든 사업을 만들려고 하는 오류에 많이 빠진다”며 “시장에서 필요한 것을 기반으로 필요한 기술을 찾아내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단순한 기술 수준보다는 변화하는 시장수요에 대응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중요하게 본다. 조직과 R&D 수행역량, 대표이사의 기술투자에 대한 의지 등이 중점 검토사항이다.
단 하나의 기술을 사업화하는 기업보다는 기존 밸류체인에서 비즈니스를 보유하고 있는데, 새로운 기술을 사업화하려는 기업을 선호한다. 그는 “1차적으로는 돈을 버는 회사에 최대한 투자를 하려고 한다”며 “당장 돈을 버는 기업이 아니라면 확실한 미래를 그리고 해당 영역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가진 기업에 투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조 이사가 가장 차별화된 부분은 ‘상사맨’ 출신이라는 점이다. VC업계에 상사 출신 VC는 많지 않다. 그 가운데서도 10년에 가까운 긴 시간동안 상사에서 활약한 인물은 그 이외에 찾아보기 어렵다.
조 이사는 “글로벌로 비즈니스를 확대하거나 글로벌과 관련 있는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을 선별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측면에선 상사에서의 경험이 중요한 자산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사에 근무하며 수없이 많은 비즈니스를 접하고 실행했다. 회사가 커온 과정이나 대표의 비전이 상사맨으로서의 ‘상식’에 부합하는지를 따진다. 그는 “대표이사의 커리어와 사업이 맞닿아있지 않은 경우나 시장의 요구를 잘못 해석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필터링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트랙레코드 1: 적극적 팔로우온…휴비스엔 3차례 투자
상사맨으로 시작했지만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의 경력이 더 길어졌다. 그만큼 투자 성과들이 많이 쌓였다. 미래과학기술지주에서 단행한 극초기 투자부터 성과가 뛰어났다. 클리노믹스는 상장을 통해 30배 이상의 멀티플로 엑시트를 완료했다. 자본금 4억원으로 설립된 반도체 후공정장비 제조기업 크레쎔에 발기인투자 했는데, 현재 400억원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고 있다.
키움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한 초기부터 구주투자를 통해 소부장 기술기업 투자성과를 다수 만들어냈다. 키움인베스트먼트에서의 첫 투자는 세경하이테크였다. 구주 투자로 10배에 달하는 멀티플로 회수에 성공했고, 상장이후에도 메자닌 투자로 추가적인 수익을 거뒀다. 에코프로비엠, 천보, 덕산테코피아 등에도 구주 투자해 훌륭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현재 성장 단계에서 주목할 만한 기업으로는 휴비스가 꼽힌다. 전기차 모터와 2차전지용 레이저 용접기술을 가지고 최적의 용접 솔루션을 제공하는 첨단 레이저장비를 제공한다. 조 이사는 처음 대표펀드매니저를 맡은 기술혁신펀드로 휴비스에 적극 투자했다. 2021년 VC 중 처음으로 투자했고, 지난해 초에도 팔로우온했다. 휴비스는 최근 한국소재부품장비투자기관협의회(KITIA) 소재부품 기술개발 사업 이종기술 융합형 과제를 수주했는데, 여기에도 키움인베스트먼트가 매칭을 지원하며 매칭 투자했다. 휴비스에 투자한 총 금액은 48억원에 달한다.
그는 “휴비스는 R&D 과제를 평가하는 자리에서 인상적이어서 연락처를 받고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 투자한 사례”라며 “고용창출 측면이나 매출 성장 측면에서 의미있게 성장하고 있으며, 내년 IPO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랙레코드 2: 기술창업 기업 선구안 빛난 ‘에이치앤파워’
휴비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조 이사는 적극적인 팔로우온 투자를 해나가고 있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시스템과 수전해시스템을 개발 제조하는 에이치앤파워는 적극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포트폴리오다. 지난 2021년 첫 투자유치 라운드를 주도하며 처음 투자를 했고, 최근 프리IPO 라운드에서도 팔로우온해 총 70억원을 베팅했다.
에이치앤파워는 KAIST 기계과 배중면 교수 랩실에서 개발된 기술이 상업화에 성공한 사례다. 미래과학기술지주에서 경험을 쌓으며 국내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 대한 기술들을 모두 섭렵하고 있었던 조 이사는 딜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게 베팅할 수 있었다.
에이치앤파워 또한 내년 기술특례상장을 통한 증시입성을 도모하고 있다. 그는 “에이치앤파워는 국내 SOFC 연료전시 시스템 시장에서 메인 기업으로 성장 중”이라며 “수전해기술 또한 국내 대기업과 논의하는 등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계획: 8호펀드 운용에 심혈, 글로벌 투자 확대 ‘포부’
조 이사는 올해 키움인베스트먼트가 설립한 1250억원 규모 키움뉴히어로8호펀드의 대펀을 맡았다. 산업은행의 글로벌 공급망펀드 출자사업과 모태 1차 정시출자 스케일업 분야를 매칭해 만든 펀드다. 키움인베스트먼트의 주력 투자 펀드가 될 예정인 만큼 향후 계획은 이 펀드의 성공적인 운용에 포커싱됐다.
조 이사는 “이번 펀드는 ‘글로벌로 진출하는 소부장 기업’에 주력 투자하는 펀드”라며 “상사 출신으로 글로벌 사업 감각을 익히고 기술기업 투자 집중해 온 20년의 커리어에 특화된 펀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앵커LP는 물론 키움그룹에서 약 30%의 출자를 담당하는 등 전폭적인 도움을 줬기에 결성할 수 있었다”며 “현재 다수 기업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며 연내 약 200억원 수준의 투자 소진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첫 대펀을 맡은 키움뉴히어로2호기술혁신펀드의 성공적인 회수에도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조 이사는 “기술혁신펀드는 2년 6개월여만에 투자를 모두 완료하고 투자 후 3년이 지난 현 시점엔 LP에 출자금의 50% 이상을 배분한 상태”라며 “만 4년이 되는 올연말 기준으로 약 70% 수준으로 배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글로벌로 투자를 확대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8호펀드의 주목적 투자 대상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추진중인 기업인데, 이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에의 투자 또한 적극 검토 하고 있다”며 “현재 일본 벤처 시장에 진출을 위한 그룹 차원의 준비가 진행 중인데 여기에도 참여해 역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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