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K-금융 빌드업]진출의 성패 가를 숨은 요인 '현지인력 관리 전략'③정부 차원에서 현지인 고용 독려…인재 채용 넘어 이직 방어도 과제
싱가포르=강용규 기자공개 2024-08-09 12:34:01
[편집자주]
싱가포르는 작은 국토의 한계로 인해 제조업 육성이 쉽지 않지만 천혜의 입지 조건 덕분에 일찍부터 무역업이 발달했다. 이러한 '창구'의 역할을 금융으로 넓혀 이제 아시아 최고의 금융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금융사들이 이곳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헤드쿼터로 삼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의 진출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싱가포르 금융의 특성과 현황, 그리고 이곳에 자리한 국내 금융사들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7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지화는 해외 진출기업이라면 당연히 고민해야 하는 과제다. 때문에 과제의 무게감이 종종 과소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경우는 다르다. 정부의 외국인 고용쿼터 축소 정책이 갈수록 강력해지는 가운데 고용시장 역시 피고용인이 우위에 서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때문에 싱가포르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들은 현지 인력의 관리 전략 수립을 영업 전략의 수립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로 여기고 있다. 현지 인력의 양적 확충에서부터 질적 향상, 다양한 문화의 융합, 이직률의 축소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으나 결국은 2가지로 귀결된다. 바로 급여와 시스템이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현지인력 고용
싱가포르 노동부(MOM)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총 고용 수는 직전 분기 대비 4700명 증가했다. 거주자(Resident, 영주권자) 고용이 5500명 증가한 반면 외국인(Non-Residents, 비영주권자) 고용은 800명 감소했다.
눈에 띄는 것은 외국인 고용의 감소다. 싱가포르에서 외국인 고용 수가 줄어든 것은 2021년 3분기의 2만1500명 이후 처음이다. MOM은 사전 발표를 통해 2분기에는 1분기와 달리 외국인 고용 증가가 전체 고용 증가를 견인했다고 언급했으나 이는 제조 및 건설 분야의 생산직 취업 허가(WP) 소지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싱가포르는 정부 차원에서 기업이 현지 인력 고용 비중을 높이기 위해 고용할당제를 시행하는 등 외국인 취업의 문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금융업을 포함한 서비스 분야의 현지인 고용을 강력하게 촉진하는 모습이다. 제조 분야와 건설 분야는 외국인 고용이 우위에 선 반면 서비스 분야는 총 고용 296만4000명 가운데 71%에 해당하는 209만5800명이 거주자 고용이다.
한국계 금융사들은 각 사마다 편차는 있으나 한국인과 현지인의 고용 비중이 대체로 6대 4 수준에 머물러 있다. MOM의 관리 수준에 맞춰 현지 인력의 비중을 7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현지 인력의 고용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싱가포르의 거주자 고용은 코로나19 시기에도 감소 없이 꾸준히 증가하는 등 최근 10년 내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해가 없다. 이미 MOM은 향후 거주자 실업률이 낮아지면서 거주자 고용의 성장도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거주자 노동시장이 피고용인 우위로 안정되고 있다는 의미다.
◇K-금융사 전략은 높은 급여 책정·관리 시스템 구축
현지 인력 고용을 늘리는 것은 한국계 금융사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에 진출한 모든 외국계 금융사들의 과제다. 한국계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하기 위해 글로벌 유수의 금융사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한국계 금융사들은 현지 인력의 급여 책정에서부터 아끼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한 한국계 은행의 인사담당자는 "본사의 직원과 같은 일을 하면서 더 높은 급여를 받는 현지인 직원도 있다"며 "고비용의 인력은 대체로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현지 인력들의 역량에 대해서는 대체로 준수하다는 평가가 많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글로벌 평가가 높은 대학교들이 특화 교육을 받은 인재들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학에서는 주로 금융학이나 금융경제학 등 큰 카테고리의 교육이 실시된다면 싱가포르의 대학에서는 은행학과나 자산관리학과 등 더욱 세분화된 교육이 실시된다.
때문에 한국계 금융사들은 질적으로 뛰어난 현지 고용 인력을 다른 금융사에 빼앗기지 않도록 이직률을 최대한 낮추는 방안도 동시에 고민하고 있다. 한 은행의 지점장은 "한국인 직원과 현지인 직원이 문화적으로 융합될 수 있도록 조직을 단일 국적으로만 구성하지 않는 등 시스템의 구축에 신경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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