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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앞둔 이노그리드]IPO 위해 달린 4년, 체력 더 남아있나②적자 감수 외형확대로 재무지표 악화…추가차입 난망, IPO 실패시 투자자 피해 불가피

안준호 기자공개 2024-08-09 09:30:15

[편집자주]

토종 클라우드 1호 상장을 노렸던 이노그리드의 예심 취소 재심이 이달 진행된다. 거래소 개장 이후 최초의 '효력 불승인' 사례인 만큼 금융투자업계의 이목이 모일 전망이다. 더벨은 거래소 시장위원회 재심사의 쟁점을 짚어보고, 향후 회사의 대응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7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노그리드는 지난 4년 동안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수익성 확보보다는 실적 확대에 총력을 다했다. 공공 부문 디지털 전환이 확대되는 산업적 변화를 포착해 성장 기회로 삼는 전략이었다. 이를 위해 필요한 회사 운전자금은 외부 투자유치와 은행권 차입 등으로 유지해왔다.

문제는 IPO 도전 과정에 생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점이다. 상장을 염두에 둔 채 외형 확대에 주력했지만 예비심사와 공모 준비 과정에만 1년 이상 걸렸다. 상장으로 신규 자금이 수혈되지 않는다면 다시 외부 투자유치가 불가피할 만큼 체력이 저하됐다.

◇2020년 세운 중장기 사업계획, 적자 감수하고 외형 확대 전략

이노그리드는 지난해 말 매출액 매출액 329억원, 영업손실 1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오른 가운데 영업손실 폭을 4분의 1 수준으로 축소했다. 회사는 지난 2020년 이후 공공 부문 클라우드 전환 시장을 공략하며 매출 확대에 주력해왔다.

회사는 김명진 대표이사 취임 후 장기 플랜을 마련하고 2022년 이후 IPO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처음부터 기술특례상장을 목표로 매출액 확대를 주된 목표로 제시했다. 2020년 이후 4년간은 이를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끊임없이 달려왔다.

짧은 기간 외형 확대를 꾀하려면 외부 투자유치가 필수적이다. 이노그리드 역시 이를 위해 여러 재무적 투자자(FI)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해왔다. 2022년 한국투자증권, 오픈워터인베스트먼트, 우신벤처투자, 라이프자산운용으로부터 약 51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계획된 적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주요 스타트업들이 내세웠던 에퀴티 스토리(Equity story)이기도 했다. 손실을 감수하고 매출액을 주요 성장 지표로 삼는 전략이다. 이노그리드 역시 자체 클라우드 솔루션 확대를 위해 가격 경쟁력을 주된 무기로 몸집을 불렸다.

문제는 마일스톤 달성에 가장 중요한 지표였던 IPO 과정이 장기간 지연됐다는 점이다. 2023년 초 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1년 가량 거래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수요예측 직전까지 도착했지만 예상치 못한 효력 불승인 조치로 상장 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IPO에 돌입한 기업들은 외부 투자유치가 불가능하다. 예심에 돌입하면 지분 구조 등에 변동이 생기면 안되기 때문에 당분간 자력으로 사업을 영위해야 한다. 이노그리드의 경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단기 차입 등으로 운전자금을 충당해왔다.


◇비용 확대와 심사 장기화로 재무 악화…시장위 재심 '승부수' 배경

회사는 IPO를 상정하고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규모를 늘려왔다. 임직원 수는 2020년 88명에서 2023년 말 기준 161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연구개발(R&D) 인력이 110명으로 70% 가량을 차지한다. 최근 IT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탓에 원가 비용도 덩달아 뛰었다.

작년 말 회사의 매출원가는 약 248억원. 이 중 인건비가 약 140억원으로 56.3%를 차지하고 있다. 계획대로 상장에 성공했다면 부담이 크진 않지만, 시기가 밀리게 될 경우 늘어난 고정비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몇 년 사이 회사의 재무 안정성은 악화된 상태다. IPO 도전 이전에도 각종 재무 지표들은 업종 평균치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수주로 인해 증가한 계약부채도 있지만 회사 존속을 위해 수혈한 단기 차입의 증가 등이 영향을 끼친 탓이다.

단기 채무지급능력을 가늠하는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2024년 1분기 70.1%다. 차입금의존도는 36.3%로 지난 2020년(7.9%)에 비해 5배 가까이 늘었다. 부채비율 역시 2567.8%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지난 2022년 이후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현재 단기차입금은 50억원이다. 기업은행과 신한은행으로부터 각각 2022년, 2023년 융통한 자금이다. 모두 회사 운영을 목적으로 빌렸기 때문에 연간 운전자금 규모도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분기 기준 25억원 가량으로, 내년 이후를 바라보기 위해선 외부 자금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례적으로 거래소 시장위원회 재심을 요청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추정된다. 1년 이상 재도전이 연기될 경우 회사와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것은 물론 추가 투자 유치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기 전략을 관철하기 위한 마지막 방안으로 재심을 선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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