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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K-금융 빌드업]현지 금융 수요 적어...은행 경쟁력은 '역외 네트워크'④달러화 조달에 충실한 홀세일뱅크, 투자 중심의 머천트뱅크…대상은 모두 역외

싱가포르=강용규 기자공개 2024-08-09 12: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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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작은 국토의 한계로 인해 제조업 육성이 쉽지 않지만 천혜의 입지 조건 덕분에 일찍부터 무역업이 발달했다. 이러한 '창구'의 역할을 금융으로 넓혀 이제 아시아 최고의 금융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금융사들이 이곳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헤드쿼터로 삼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의 진출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싱가포르 금융의 특성과 현황, 그리고 이곳에 자리한 국내 금융사들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7일 14: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싱가포르는 국토 면적이 크지 않은데다 인구밀도가 높다. 제조업 육성에 불리한 조건을 안고 있어 현지 산업과 연계한 금융의 수요가 많지는 않은 편이다.

싱가포르 금융의 강점은 역외시장이다. 외환거래의 높은 자유도를 바탕으로 인근 국가들의 달러화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 진출해 있는 한국계 은행들 역시 대부분 역외 조달수요 지원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6곳 중 5곳이 홀세일뱅크 지점…달러화 역외중개 강점 극대화

싱가포르 통화청(MAS)에 따르면 현재 싱가포르에서 운영 중인 은행 사업체는 금융지주회사(DBS은행)를 포함해 모두 198개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95개 사업체가 홀세일뱅크 (Wholesale Bank, 도매은행)다.

도매은행은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기업과 공공기관, 다른 금융사 등 소수의 고객을 상대하는 지점 형태의 은행을 말한다. 싱가포르에 진출해 있는 한국계 은행 6곳 중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과 산업은행이 도매은행 허가를 받아 운영 중이다.

싱가포르에서 도매은행을 운영 중인 한국계 지점들의 역할은 모두 싱가포르 내의 자금중개가 아니라 비거주(Non-Resident) 자금공여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비거주자를 상대로 대출해 주는 역외금융(Offshore Banking)이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인근 국가들에 설치된 자사 지점이나 법인을 상대로 하는 달러화의 역외 중개가 주요 업무다. 이는 인근 국가들이 모두 개발도상국으로 개발에 필요한 달러화 수요가 높은 반면 개도국 특유의 보수적인 외화 방어정책으로 인해 현지에서의 달러화 조달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형동 신한은행 싱가포르지점장은 "싱가포르는 낮은 세율과 자유로운 외환거래 등으로 인해 달러화 조달에 굉장한 강점이 있는 나라"라며 "물론 자사의 역외 사업체뿐만 아니라 타사의 역외 사업체들 역시 싱가포르지점 성장의 발판"이라고 말했다.

이 지점장은 "때문에 본사를 중심으로 하는 자사의 역외 네트워킹을 잘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지점을 중심으로 한 자체 지역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자료=MAS)

◇수은만 법인 형태의 머천트뱅크 진출, 이유는

싱가포르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 6곳 중 도매은행 라이선스를 취득한 상기 5곳의 사업체 형태는 모두 지점이다. 지점은 본사의 크레딧을 그대로 적용받아 대규모의 자금 조달에 용이하며 싱가포르 입장에서도 신뢰도 높은 본사가 직접 들어오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인허가를 비교적 쉽게 내주는 편이다.

단 한 곳, 수출입은행만이 현지 법인 형태로 싱가포르에 진출해 있다. 취득 라이선스도 도매은행이 아닌 머천트뱅크(Merchant Bank)다. 머천트뱅크는 환어음의 인수나 채권 발행을 주 업무로 하는 은행을 말한다.

머천트뱅크는 도매은행보다 인허가 취득의 난도가 높다. 싱가포르의 198개 은행 사업체 중 21개만이 머천트뱅크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현지 법인은 자체 자본금을 기반으로 독립적인 운영을 하는 사업체인 만큼 본사의 크레딧을 활용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수은이 이런 형태로 싱가포르에 진출한 것은 역외 달러화 중개가 아니라 한국 본점의 글로벌 영업을 보좌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정책은행인 수은은 한국수출입은행법(수은법)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본점의 지점 형태로는 적시 대응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유광훈 수은 싱가포르법인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분야가 투자인데 본점은 위험 회피를 우선해야 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다"며 "싱가포르법인은 역외펀드 투자에 적극 참여하는 등 독자적인 활동을 통해 본점이 역할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보좌하는 것이 주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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