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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DB운용 엿보기]필립모리스 퇴직연금 OCIO 운용 효과 '톡톡'2016년 퇴직연금 제도 도입 후 539억 투입, 2020년 OCIO 사모펀드 투자

이돈섭 기자공개 2024-08-13 08:09:52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8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퇴직연금 DB적립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기업 중 한 곳으로 꼽힌다. 10여 년 전 필립모리스 주력 비즈니스가 호황을 누릴 때 수백억 원 재원을 과감히 출연해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뒤 이를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투자해 꾸준히 성과를 쌓아온 것이 지금에 와서 빛을 발한다는 평가가 시장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필립모리스가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것은 2016년 1월의 일이다. 우리나라에 퇴직연금 제도가 2006년 도입된 이후 10여 년 만이다. 당시 국내에서는 당국 중심으로 퇴직연금 제도 의무 도입화 등이 거론되고 있던 상황. 필립모리스는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 제도를 동시에 도입했다.

2016년은 국고채 금리가 우하향 그래프를 그린 시기다. 국고채 금리는 재정검증 할인률 산출 기준이기 때문에 금리가 떨어지면 적립 부담이 커진다. 필립모리스에는 이 시기 DB적립금을 쌓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금리 추이가 제도 도입 여부를 가늠할 만한 옵션으로 고려되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이다.

2015년 말 퇴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던 필립모리스가 계상한 퇴직급여충당부채는 322억원. 이듬해 초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면서 필립모리스는 539억원을 한꺼번에 적립, 그간의 충당부채를 모두 해소했다. 당시 필립모리스는 2011년 이후 꾸준히 1000억원대 순이익을 유지, 2015년 말 이익잉여금은 2100억원에 육박하고 있었다.

필립모리스는 삼성생명과 국민은행을 사업자로 선정, DB적립금 전체를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태웠다. 시장 관계자는 "당시 필립모리스 측이 은행과 보험업계 상위 사업자를 컨택해 원리금보장형 상품 공급을 주문했다"면서 "모회사에서 IPS가 준비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먼저 안정적 상품을 통해 운용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DB적립금 운용 행태에 변화가 생긴 건 2020년 들어서다. 필립모리스는 스위스 소재 모회사 정책에 기반해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용키로 결정하고 국민은행을 단독 사업자로 선정, 미래에셋자산운용 사모펀드에 적립금 투자를 단행했다. 국민은행은 본사 차원에서 필립모리스 재무 상황을 분석, OCIO 콘셉트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개년 간 필립모리스는 매년 8% 안팎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 적립금 규모를 확대하는 데 일조했다. 지난해 말 사외적립자산은 1047억원으로 150%에 가까운 사외적립비중을 유지했다. 다만 퇴직연금 제도 도입 이후 담뱃세 인상 등 여파로 순이익은 감소 추세로 전환, 2022년에는 453억원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설상가상 필립모리스가 2015년 담뱃세 인상 전 부담금을 납부한 것과 관련 당국이 추가 필립모리스 측에 540억원 규모의 추가 분담금을 부과한 것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최근 나오면서 지출 부담이 커지게 된 상황. 시장 관계자는 "부정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적립 부담이 가중되지 않은 것이 성과라면 성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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