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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DB운용 엿보기]경남·부산은행 360억, 펀드 공동투자 나선다미래·신한·BNK운용 등 5곳에 선별 RFP 배포

이돈섭 기자공개 2023-11-21 08:14:10

[편집자주]

기업의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운용 성과는 회사 부채 관리의 문제를 넘어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노후 자금 확보와 맞닿아있다. 따라서 DB 사외적립금 투자 내용과 성과는 자금을 관리하는 CFO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관심이 높을수 밖에 없다. 더벨은 상장기업들의 DB운용 현황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6일 15: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남은행과 부산은행이 DB 적립금을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한다. 지난해 말 검토를 시작한 뒤 약 1년여 만이다. 투입키로 한 적립금은 360억원 수준으로 전체 적립금의 6% 정도 규모다. 애당초 운용업계에 제시한 적립금 규모와 비교해 대폭 작아졌지만, 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면 그래도 고무적인 시도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경남은행과 부산은행은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BNK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5개 운용사에 DB 적립금의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 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다. 투자 규모는 360억원 수준으로 경남은행이 140억원, 부산은행이 220억원을 투입키로 했는데 변동 가능성은 남아있다.

경남은행과 부산은행은 이달 중 프리젠테이션을 진행, 4곳을 선정해 적립금을 투자할 계획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계열사인 BNK운용에 일부 물량을 떼 주고 3곳을 추가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간 원리금보장형으로 적립금을 운용해 온 데다, 현 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고신용도 연수익률 5% 안팎 회사채를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은행과 부산은행은 지금껏 DB 적립금을 정기예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했다. 지난해 말 경남은행의 사외적립자산 공정가치는 2836억원. 이중 99%에 해당하는 적립금을 정기예금으로 운용해 작년 한 해 74억원 수준의 이자수익을 냈다. 확정급여채무 현재가치는 2063억원으로 적립비율은 137.5%, 추가 적립 부담은 없는 상태다.

부산은행의 지난해 말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4297억원으로 역시 99%를 정기예금으로 운용해왔다. BNK금융 관계자는 "DB 적립금의 실적배당형 투자가 시대적인 흐름인 만큼 향후 운용성과 등을 두루 검토해 적립금 투자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처음인만큼 너무 공격적이지 않은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서 DB 제도를 운영하는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은 적립금 운용위원회를 설치하고 연 1회 이상 운용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DB 적립금의 분산 납부를 유도하면서 대형 퇴직연금 사업자에 선제 분산 납부를 독려하자 은행업권이 투자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연내 DB 적립금의 20%가량을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전환키로 한 뒤 분산 투자를 꾸준히 단행하고 있고 농협은행과 하나은행 등도 계열 자산운용사 펀드에 적립금을 투입하고 있다. DGB금융그룹 역시 주력 은행 계열사의 DB 적립금을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고 전해진다.

경남은행과 부산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DB 적립금 실적배당형 투자를 검토해 왔다. 올 상반기에는 BNK금융지주 차원에서 경남은행과 부산은행 DB 적립금 일부를 실적배당형 상품에 시범 운용하기 위해 공·사모 OCIO 펀드 투자 방안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과 삼성, 신한, KB자산운용 등에 DB 적립금 투입을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외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증시 불확실성 확대와 내부 의사결정 혼잡 등의 원인으로 적립금 투자는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경남은행이 이번에 펀드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지난해 말 최초 제안했던 금액의 절반 수준. 부산은행도 비슷한 시기 일부 자산운용사에 운용 솔루션 제안을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뚜렷한 진전은 없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은 1년 종일 상품을 제안하고 검토하더라도 연말 집행이 무산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며 "현 시장 상황 속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를 검토한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DB 적립금을 펀드에 투입하면 고객사에 투자를 권유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 6월 말 현재 경남은행이 맡고 있는 퇴직연금 적립금은 모두 1조7885억원. 이중 DB 적립금 규모가 8935억원으로 전체의 절반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경남은행의 위탁 적립금 규모는 국내 전체 43개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24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부산은행은 2조5504억원 규모 적립금을 위탁하고 있으며 전체 업계 22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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