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人 제약바이오]유나이티드 갤러리 작가된 개량신약 중심 '정원태 부사장'자사 임원 첫 전시, 일주일간 '여행' 주제로 태블릿 회화전 개최
정새임 기자공개 2024-08-14 09:42:53
[편집자주]
국내 제약바이오의 성장전략은 결국 '사람(人)'이 핵심이다.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영업, 마케팅, 재무, 투자(M&A)까지 다양한 현장에 위치한 키맨의 역할이 막중하다. 기업마다 필요한 인재를 영입하고 육성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도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더벨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인물들을 만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3일 08: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강남 빌딩숲 한가운데 자리한 유나이티드 갤러리.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 문화재단을 설립하며 미술을 널리 알리기 위해 개관한 곳이다. 언뜻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갤러리이지만 사실은 동네 사랑채처럼 누구나 편한 마음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1년치 전시일정이 꽉 차있는 이 곳 갤러리에 정원태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부사장이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7일부터 12일까지 '여행'을 주제로 태블릿 회화전을 열었다.
◇도화지에서 태블릿으로, 취미로 그린 그림이 회사 갤러리에
보통 회사와 관련된 전시라면 창업주의 업적을 기리는 특별전이 대부분이다. 오너 본인이 직접 그린 그림을 전시하는 경우가 간혹 있긴 해도 임직원이 전시회를 여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도 자사 전문경영인을 작가로 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 부사장은 갤러리 건물에서 근무하면서 갤러리 직원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몇번 보여줬던 것이 전시회로 연결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전시회에서 만난 정 부사장은 "어느날 갑자기 전시회를 열 생각이 있냐고 갤러리에서 연락을 줬다"며 "처음엔 거절했다가 마음을 돌려 해보자고 한게 이렇게 일이 커져버렸다"고 수줍게 웃었다.
이날 전시회는 정 부사장이 도화지에 물감을 묻혀 그리던 30여년 전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채워졌다. '그저 심심해서' 끄적였던 그림이 한 장 두 장 모여 그의 인생 여정이 됐다.
전시회 주제도 '여행'이다. 여행을 다니며 그린 그림이라는 뜻과 인생도 '이 세상으로의 여행'과 같다는 의미가 모두 담겼다.
서울역의 전경과 명동성당, 남산계단 등 우리가 자주 스쳐 지나갔을 풍경부터 오스트리아 비엔나약국, 보스니아 메주고리예 성당 등 각국의 풍경을 태블릿에 담았다. '범 내려온다' 등 민화를 상상해 그린 작품들도 선보였다.
그는 "10년 전 그린 '범 내려온다'라는 작품의 명이 최근에 가사로 크게 유행을 해서 깜짝 놀랐다"고 웃기도 했다.
장소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그의 인생이 묻어난다. 천주교 신자여서 성당을 좋아하고 일평생 제약계에 몸 담으면서 자연스럽게 약과 관련된 작품들이 생겼다.
정 부사장은 "오스트리아에서는 약국을 'Apotheke'라 쓰고 뱀을 A로 형상화한 표식을 사용한다"고 '비엔나약국' 작품을 설명했다. 'TEVA로 가는 길'이라는 작품은 정 부사장이 이스라엘 최대 제약사인 테바로 미팅을 가는 길에 탄생한 작품이다. 테바로 들어가는 길목엔 검문소가 있어 신원이 확인된 자만 지나갈 수 있다.
그는 "테바에 우리 약을 팔러 가는데 검문소가 있다는게 신기해 그 길목을 그려봤다"며 "이날 계약이 성사돼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개량신약 중심에 선 인물, 개발부터 BD까지 총망라
중앙대 약대 출신인 정 부사장이 일양약품, 한미약품 등을 거쳐 한국유나이티드제약으로 온 건 15년 전이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 뚝심있게 밀어붙인 개량신약을 개발하는 일을 주로 했다.
연구개발에만 그치지 않고 정 부사장은 해외 제약사와 수출계약을 맺는 BD 역할도 했다. 잘 만든 약이 잘 팔리지 못하는 사례를 보며 그는 BD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직접 발로 뛰었다.
정 부사장은 "연구개발을 하다보면 개발해 놓고 팔리지 않아 사장되는 품목들을 많이 본다"며 "적어도 우리가 만든 약들이 쓰레기통으로 가는 일은 없게 하자, 그 마음으로 BD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오너 2명 아래 4명의 부사장 중 1명으로 글로벌개발을 총괄한다. 이사회 멤버로 주요 의사결정에도 참여한다. 전무 시절인 2009년부터 그는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당시 재경 담당 임원 외 2명의 사내이사가 모두 개발 임원일 정도로 오너가 연구개발을 중요시 여겼다.
정 부사장은 최근에도 주말에 임원회의를 나가는 등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낸다. 최근에는 자사 의약품 수요가 폭증해 주문 물량을 처리하느라 한동안 그림에 손도 대지 못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그 역시 수십년 자신의 작품과 기억을 되새겨보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정 부사장은 "작품마다 저의 기억이 담겨있지만 또 이걸 보는 사람들이 각자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한다"며 "그림 솜씨가 빼어난 것도 아니고 누구나 모두 그릴 수 있는 수준이지만 방문객들이 좋은 기억을 안고 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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