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SSG닷컴 결단' 신세계그룹의 속사정

박창현 M&A부장공개 2024-06-14 07:13:04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3일 0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신세계그룹이 참으로 요란했다. SSG닷컴 때문이다. 투자금 상환 조건을 두고 재무적투자자(FI)와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신세계그룹은 2019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SSG닷컴 투자유치를 진행했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매니지먼트가 참여했고 1조원을 투입했다. 그 대가로 SSG닷컴 지분 30%를 취득했다.

투자자들은 안전장치를 걸어뒀다. 2023 사업연도에 SSG닷컴이 총매출요건(GMV) 또는 IPO 가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2024년 5월 1일부터 2027년 4월 30일까지 소유 주식 전부를 매수해 줄 것을 대주주에게 청구할 수 있는 풋옵션 권리를 얻었다.

다만 요건 충족 여부를 두고 신세계그룹과 FI들이 다른 잣대를 들이밀면서 사달이 났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 신세계그룹은 결단을 내렸다. 올해 12월 31일까지 다른 FI를 찾아보고 만약 실패할 경우 매수 의무를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풋옵션을 받아준 셈이다.

신세계그룹은 왜 이 같은 결정을 내렸을까. 이미 자체적으로 풋옵션 요건을 해소했다고 판단해 신세계와 이마트의 2023년 재무제표에 우발채무가 사라졌다고 작성했다. 그 덕에 이마트와 신세계는 재무개선 효과도 봤다.

불과 3개월 만에 이 같은 판단을 뒤집고 FI들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결론적으로 신세계그룹이 이번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FI보다 더 잃은 것이 많다는 점이 결단의 근거로 지목된다.

회계 이슈에 대한 부담과 법적 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등도 분명 영향을 미쳤다. 이보다 더 큰 동인은 바로 신세계그룹이 아직 FI들과 더 많은 거래를 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SSG닷컴 투자유치는 신세계그룹이 조 단위 외부 투자를 받은 처음 딜이었다. 첫 대형 딜에서부터 잡음이 생긴다면 향후 신세계그룹과의 거래에 그 어떤 FI가 참여할 수 있을까. 첫 단추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이다.

와인 사업을 하는 신세계L&B, 자체 브랜드 상품 제조 판매를 담당하는 신세계푸드, 캐시카우 스타벅스, 조 단위 투자로 인수한 지마켓 등이 모두 FI들의 잠재 투자처다. 국내외 FI들과 다음 딜, 후일을 기약해야 하는 입장에서 분쟁으로 치닫는 건 너무 많은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더욱이 분쟁에서 졌을 때 다시 손을 벌려야 하는 곳도 FI다. 그런 FI들과 척지는 건 여러모로 손해가 너무 크다. FI뿐만 아니라 FI에 자금을 댄 출자자들과의 관계도 따져야 한다. 국내외 대형 기관 출자자와의 관계성도 신세계그룹의 의사결정에 제약 사안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말까지 기존 FI를 대신할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야 한다. 이미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다수 투자자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역시 신세계그룹의 계산된 행동이 아닐까.

그럼에도 여전히 SSG닷컴 기업가치를 두고는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여기에 FI들은 더욱 강력한 안전장치를 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근과 채찍, 선택은 신세계그룹의 몫이다. 다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당근이 더 유력한 선택지로 보인다. 단순 시간 끌기로 끝날지, 성공적인 FI 교체 사례가 될지 12월 31일, 이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진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