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8월 20일 07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투자자와 주주에게 목소리를 내는 자리는 대체로 정해져 있다. 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이나 주주총회 등 공식적인 IR 자리다. CFO는 기업 성장성과 재무 성과를 시장에 어필하는 '세일즈맨' 역할을 수행한다.김남선 네이버 CFO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도 소통한다. 2주 전에는 이커머스 업계 화두인 '티메프 사태'를 분석한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CFO는 이번 사태가 '지극히 평범한 흔히 관찰 가능한 경영 실패 사례'라고 견해를 밝혔다. CFO가 공식적인 자리 밖에서 목소리를 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김 CFO는 이번 사안이 빚어진 구조적 문제를 언급했다. 아마존, 쿠팡, 코스트코 사례를 들어 소매유통 업계에서 지켜야 할 자금 관리 원칙도 설명했다. '낙전 이익'을 중장기적인 소비자 가치 증진에 재투자한 곳들이다. 근시안적이고 단기적인 경영 행위를 부추긴 자본 시장의 잘못도 꼬집었다.
그가 목소리를 낸 이유는 분명했다. '티메프 사태'를 특정인의 도덕적 잘못,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 제도 부재 탓으로 돌려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정부 당국에서는 재발 방지 대책으로 이커머스 기업 정산 기한 도입, 판매대금 별도 관리 등 각종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김 CFO는 규제를 겹겹이 쌓는 게 해결책은 아니라고 봤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고문도 SNS에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다.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대화법부터 그가 체득한 리더십, 자신이 가진 꿈 등을 공유하고 있다. 평소 직원들에게 했던 얘기들이 글감이라고 한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에서 SNS를 시작했다.
지난달 권 고문을 만나 CFO 자리가 갖는 무게감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CFO는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하는 자리라고 했다. CFO가 제 목소리를 내면 최고경영자(CEO)가 심사숙고해 의사결정을 하고 잘못된 길로 접어들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든다. 권 고문이 CFO일 때도 목소리를 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소신을 가지고 자신의 역할을 소화했다.
김 CFO와 권 고문은 소통의 문을 열어 여러 사람과 생각해볼 거리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에게서 CFO가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 현업에서 얻은 값진 경험 등을 들을 수 있다. 이러한 목소리가 사회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길잡이가 될 수도 있다. 두 사람의 SNS가 오래도록 운영되길 바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i-point]'자가면역질환 신약' 이노보테라퓨틱스, 미국 임상 1상 '성공적'
- [i-point]폴라리스오피스, 엔비디아 ‘커넥트’ 공식 파트너 선정
- [i-point]신성이엔지, 한국종합기술·다스코와 연료전지 발전사업 협약
- [i-point]신테카바이오, 'PEGS 보스턴 2025' 참가
- [AACR 2025]첫 구두발표 진씨커, 경쟁사 넘보는 '유전자가위 액체생검'
- [AACR 2025]이뮨온시아 'CD47' 안전성 굳히기 "경쟁약과 다르다"
- [AACR 2025]항암 신약 항체 대신 '페라틴', 셀레메디 플랫폼 데뷔전
- [AACR 2025]근거 쌓는 '루닛 스코프' 빅파마 공동연구 쇼케이스
- [변곡점 선 콜마비앤에이치]변화의 마지막 카드, 경영진 교체 '강수' 두나
- [변곡점 선 콜마비앤에이치]속절없는 주가 하락 '트리거', 주가 부양 의지 없었나
김형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thebell interview]"외국인 주주 인식을 바꾼 건 사외이사 IR"
- [자사주 리포트]미래에셋생명, 지급 여력 비율 하락 대비 보완재
- [자사주 리포트]두산, 3분의 1만 소각하는 이유는
- [자사주 리포트]크래프톤, 올해 최대 처분 물량은 0.2%
- [자사주 리포트]DB손해보험, 매각 계획 접었다…지속 보유도 염두
- 증권신고서 정정의 나비 효과
- [자사주 리포트]셀트리온, 네 가지 활용 방안 제시
- [자사주 리포트]롯데지주, 3000억 규모 매각…지배력 강화 포석
- [Board Change]현대백화점그룹, 사추위·보상위서 사내이사 제외
- [그레이존 이사회 점검]세방전지, 기타비상무이사 출석률 높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