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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무신사 IPO '가속 페달' FI만의 희망사항?영업 전선 강화 와중에 이견 속속…현금성자산 4000억대, 상장 시급 '글쎄'

양정우 기자공개 2024-08-23 07:41:51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9일 15: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 기업공개(IPO) 파트에서 조 단위 빅딜이 예고된 무신사를 밀착 마크하고 있다. 근래 들어 IPO 사전 채비가 임박했다는 판단 아래 대형사마다 영업 전선을 강화해왔다.

그러면서도 무신사의 상장 드라이브에 회의적 시각을 가진 IPO 실무진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재무적투자자(FI)를 중심으로 주관사 선정에 관한 신호가 포착됐을 뿐 회사측의 니즈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주요 FI가 건넨 스케줄과 무신사가 다른 행보를 걸은 전력이 있는 것도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는 이유다.

◇대형 증권사, 무신사 영업 강화 초점…회의적 시각 대두, FI와 엇박자 전력

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증권사마다 무신사측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간 무신사를 담당했던 IPO 부서를 재조정하면서 주관사 입찰제안요청서(RFP) 수령시 대응 전략을 세우는 데 한창이다.

증권사 IPO 파트가 이런 긴장 모드에 돌입한 건 무신사의 상장주관사 선정 절차가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하우스가 아닌 업계 전반이 동시다발적으로 영업에 사력을 다하는 만큼 실무 일선에서는 RFP 발송이 유력하다는 결론을 내린 뒤 요청서 수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상반된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IB 인력이 적지 않다. 무신사가 당장 IPO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실무진은 조만간 RFP가 전달된다는 코멘트가 모두 주요 FI에서 나왔다는 데 주목한다. 회사측 경영진이나 고위 재무 담당자가 무게감있게 의중을 건넨 게 아닌 셈이다.

한 IPO 본부장은 "지난해에도 무신사 FI를 중심으로 1~2개월 안에 주관사를 선정하기 위한 RFP를 발송할 것이라는 내용을 전달받았다"며 "하지만 결국 RFP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상장예비기업의 FI가 전달하는 정보는 대부분 정확하지만 유독 무신사의 경우 회사측과 FI가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무신사는 진작부터 조 단위 밸류가 책정된 패션 플랫폼 기업이다. 지난해 시리즈C 라운드를 두 차례 단행해 총 2400억원을 조달했다. 이 때 3조5000억원 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비롯해 웰링턴매니지먼트, 산업은행, IMM인베스트먼트 등이 FI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FI 입장에서는 투자 기업이 상장을 서두르는 게 수익률(IRR) 관리 측면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19년 시리즈 A에서 세콰이어캐피탈과 투자계약(938억원)을 맺을 당시 올해 IPO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상장하지 못할 경우 연이자 8%에 투자금을 물어주는 계약(풋옵션)을 체결했다. 다만 IPO가 조건인 풋옵션 약정은 대체로 즉각 행사보다 협의를 먼저 거친다.


◇막강한 현금 창출력, 사뭇 다른 IPO 니즈…공모주 시장 활황, 수급 여건 최상

그간 무신사가 여느 유니콘 스타트업과 다르게 IPO에 올인하지 않은 건 현금 창출력이 뛰어난 기업이기 때문이다. 성장 잠재력 덕에 몸값은 조 단위로 껑충 뛰었지만 아직 캐시플로우가 기대에 못 미치는 업체와는 입장이 다르다.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 규모의 공모 조달이 간절하지 않은 것이다.

흑자 플랫폼이라는 차별된 경쟁력은 투자 시장에서 무신사에 후한 점수를 부여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수의 이커머스 업체가 대규모 적자만 기록하고 있지만 무신사는 설립 이후 매년 흑자를 이어왔다. 지난해엔 영업적자(86억원)를 거뒀으나 일회성 이벤트(주식보상비용 413억원 등)에 따른 여파다.

지난해 말 기준 무신사의 현금성 자산은 4200억원에 달한다. 자본총계도 6800억원 가량이다. 결제대행업체(PG) 자회사를 둔 국내 이커머스 업체 가운데 단기 상환이 가능한 현금 비중(86%)이 업계 최고 수준이다. 토종 이커머스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불거졌지만 무신사는 현재까지 정산이 지연된 적이 없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비상장사가 IPO에 나서야 한다면 FI의 엑시트와 최적의 시장 여건 등을 감안한 결정일 것으로 관측된다. 오히려 오너나 경영진 입장에서는 상장사로 거듭날 때 짊어져야 할 각종 의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올들어 공모주 시장은 조 단위 빅딜마저 흥행몰이가 가능한 활황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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