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 그후, PE 생태계 점검]활로 찾는 PEF운용사, '패밀리 오피스'에 출자 러브콜⑤성당·태재홀딩스 등 대상, 자체 패밀리 오피스 설립 움직임도
남준우 기자공개 2024-08-23 08:38:17
[편집자주]
라임사태가 터지고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하위규정 개정안'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후 국내 PEF 시장 생태계는 큰 변혁기를 맞았다.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는 출자자(LP) 풀이 축소됐다. 특히 업력이 짧은 중소형 하우스들은 각기 생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더벨에서 라임사태 3년 차에 접어든 지금, 국내 PEF 시장의 현황과 각양각색의 생존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0일 10:5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임사태 방지법과 새마을금고 사태 등으로 프로젝트 펀드 시장이 활기를 잃으면서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성당 등 일부 패밀리 오피스들은 이미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블라인드 펀드에도 출자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웬만한 캐피탈사, 공제회들보다 출자에 적극적인 만큼 많은 중소형·중견 하우스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하우스 자체적으로 패밀리 오피스를 설립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성당 오너일가, 패밀리 오피스로 글로벌 PEF에도 출자
패밀리 오피스는 부호들이 집안의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 세운 개인 운용사를 뜻한다. 록펠러 가문, 로스차일드 가문 등이 운영하는 하우스들이 대표적이다.
다른 운용사들과 패밀리 오피스의 차이점은 고객의 돈을 받아서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계정 자금을 가지고 운영한다는 점에 있다. 이에 당국에 보고할 의무도 없으며 투자 전략도 굉장히 광범위하다.
라임사태 방지법과 새마을금고 등으로 프로젝트 펀드 시장이 혹한기에 들어서면서 이들이 중소·중견급 하우스들에게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력 패밀리 오피스에게 앞다퉈 투자 제안이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성담이다. 국내 최대 천일염 생산 염전 법인인 화성사가 모태인데 한때 서해 염전의 3분의 1을 보유했다고 알려졌다. 성담은 염업을 접고 부동산업으로 확장하면서 본격적으로 패밀리 오피스의 길을 걸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경한 부회장을 비롯한 가족들이 지주사 ㈜성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금융 투자 규모만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에는 블랙스톤이 운영하는 부동산 블라인드 펀드에 출자하기도 했다. 2021년에는 국민연금 출신 인력을 영입하면서 PEF 출자사업도 진행 중이다.
조창걸 한샘 창업자가 설립한 태재홀딩스도 대표적이다. 조 창업자는 IMM PE에 한샘을 매각한 후 1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초대형 패밀리 오피스인 태재홀딩스를 설립했다. 허재명 전 일진머티리얼즈 사장 또한 지분을 롯데그룹에 매각하고 패밀리 오피스를 설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C파트너스, 청호ICT 통해 패밀리 오피스 전환 시도
이외에도 원재연 가이저파트너스 회장이 2013년 설립한 제니타스도 대표적이다. 원 회장은 2009년 유선방송 큐릭스를 티브로드에 3500억원에 매각한 것을 토대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씨디네트웍스 창업 후 2014년 매각한 고사무열 대표도 케이오인베스트먼트를 세웠다. 이후 2017년 개념원리를 450억원에 인수하는 등 투자 행보를 이어갔다.
이들은 시장에서 숨은 '쩐주'로 알려지며 많은 투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성당 등 일부는 이미 글로벌 PEF 블라인드펀드에도 출자하면서 공제회와 캐피탈로부터 자금줄이 막힌 중소형·중견 하우스들의 타깃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다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자체적으로 패밀리 오피스를 설립해 자금을 운영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JC파트너스가 대표적이다. JC파트너스는 최근 포트폴리오 기업인 청호ICT와 함께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 자동화 장비 제조 기업 AMT 지분 45%를 에이비즈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청호ICT 보유 지분 25%와 JC파트너스 보유 지분 20%가 약 800억원 가치에 팔렸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JC파트너스는 청호ICT를 통해 보험권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인 지넥슨 인수를 마무리지었다.
JC파트너스는 청호ICT를 바탕으로 패밀리 오피스를 설립하는 것이 목표다. 청호ICT는 창사 이래 48년간 금융권 자동화기기, 사무기기 공급과 통합유지 보수사업 등을 수행해왔다. 지넥슨을 인수하면서 금융권 및 보험권을 아우르는 통합 IT 솔루션 기업으로 급부상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자체 계정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여러 패밀리 오피스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성당처럼 업력이 오래된 곳들은 웬만한 캐피탈사보다 PEF 시장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며 "이곳에서 마저도 출자를 받기 어려운 하우스들은 자체적으로 자금을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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