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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S 국산화 외길 30년]"사업은 전쟁, 그룹 매출 3조 성장 페달 계속 밟아야"정기로 APS 회장 "국내시장 정체, 해외 성장성 큰 산업 발굴 주력"

화성(경기)=김혜란 기자공개 2024-09-05 08:50:44

[편집자주]

APS 그룹이 출범 30주년을 맞았다. 1994년 코닉시스템에서 시작해 어느덧 18개의 상장·비상장 계열회사를 거느린 그룹사로 성장했다. 지난 30년간 '기술보국'을 기치로 내걸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2차전지 장비 국산화에 기여하며 APS만의 길을 만들었다. 이제는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 성장성이 큰 산업분야로 관심 영역을 넓히고 있다. 더벨이 오는 10월 1일 창립기념일을 앞두고 있는 APS를 만나 그간 소회와 비전을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2일 15: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의료와 바이오, 헬스케어, 뷰티, 환경, 방산 분야에서 계속 신사업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정기로 APS 회장(사진)은 2일 경기도 화성 APS 본사에서 진행한 더벨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업 전선은 각 사 대표와 임원들에게 맡기고 인수합병(M&A)이나 투자,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4년 코닉시스템으로 출범한 APS가 올해 30주년을 맞이했다. 30년 소회를 묻자 "사업은 전쟁과도 같았고, 몇 년 전부터는 에너지가 거의 소진된 것 같다"면서도 "한국은 좁다. 해외 시장을 바라보며 성장 페달을 계속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30년을 돌이켜보면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이 성장하던 국면이었고 APS가 할 일이 많았다"며 "지금은 국내 시장은 정체된 상태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만 집중하기보다 새로운 사업을 찾아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APS 전신인 코닉시스템은 AP시스템과 APS, APS리서치, 코닉오토메이션으로 분화됐고, 반도체 장비사 넥스틴과 2차전지 장비 전문 디이엔티 등을 인수하며 그룹 외형을 키웠다.

정 회장은 "APS 자체가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통해 성장해 왔기 때문에 (넥스틴과 디이엔티 등처럼) 국산화에 도전하는 기업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출신 DNA, 반도체 장비 국산화 매진

정 회장은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를 졸업한 뒤 10여 년간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근무하며 반도체 장비 제어 소프트웨어를 국산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30년 전 ETRI를 나와 대전에 작은 전세 사무실을 얻을 때만 해도 4개 상장사와 14개 비상장 계열사를 거느린 APS그룹으로 성장할지는 상상도 못했다.

정 회장은 "(창업하던) 1990년대 초중반 당시 국내에 반도체 장비사들이 생겨나던 때인데 장비 제어 소프트웨어는 다 수입해서 쓰고 있었다"며 "ETRI에서 연구한 제어 소프트웨어를 사업화하기만 한다면 '먹고는 살겠다' 싶었다"고 회고했다.

창업한 지 3년 만에 독자적인 반도체장비 제어 소프트웨어 '이지클러스터(EasyCluster)'를 국내 장비사에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회사를 키우기 위해선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했다. 반도체 장비 사업에 진출한 이유다. 그는 "30년 전만 해도 한국 내 반도체 장비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고, 이들 기업에 제어 소프트웨어만 팔아서는 성장에 한계가 컸다"고 말했다.

이후 반도체 급속열처리 장비인 RTP(Rapid Thermal Processing)를 시작으로 미국과 독일, 일본에 의존하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를 잇달아 국산화했다. 액정표시장치(LCD) 액정주입장비 ODF(One Drop Filling)에 이어 2004년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레이저결정화(ELA) 장비도 내놨다.

국산화 외길이 쉬웠던 건 아니다. 그는 "첫 장비인 RTP를 개발해 납품하기까지 3년이나 걸렸다"며 "ELA도 개발해 놓고 4년 동안 한 대도 못 팔았다. 그러다가 당시 OLED 양산에 성공한 삼성SDI가 일본 장비를 대체할 국산제품을 찾기 시작했고, 이미 ELA를 개발해 놓은 우리에게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ELA는 지금까지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등에 공급하며 AP시스템의 효자 매출원이 되고 있다.

◇창업주 요청에 M&A 결정, 알짜기업 성장 위한 안전판 역할

APS는 2010년대 중반부터는 넥스틴과 디이엔티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그는 "(시장 일각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M&A 귀재'는 전혀 아니다"라며 "(두 기업 다) M&A하려고 매물을 찾아다닌 것이 아니라 투자해달라, 대주주가 돼달라는 부탁을 받아 인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 불모지였던 한국에 국산화 장비를 도입하며 사업을 키워나가는 APS의 이력이 다른 기업에는 '귀감'이 됐을 법하다. 정 회장은 "(디이엔티 창업주로부터) 회사를 맡아서 키워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처음엔 부담이 커 계속 사양했다"면서도 "거듭된 요청에 2014년 인수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인수 당시 250억원 규모였던 디이엔티의 매출은 지난해 말 1274억원으로 성장했고, 양극과 음극용 레이저 노칭장비를 양산라인에 납품하는 세계 유일의 회사로 입지를 굳혔다.

이듬해 인수한 게 넥스틴이다. 정 회장은 "미국 KLA가 독점한 반도체 검사 장비를 국산화했으나 넥스틴 규모가 너무 작아 국내 종합반도체기업(IDM)이 믿고 발주를 내기를 꺼려하는 상황이었다"며 "AP시스템을 통해 발주(PO) 주는 형태로 공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넥스틴은 2020년 코스닥에 상장하는 데 성공했다.
APS 사옥 전경

넥스틴의 경우 디이엔티와 달리 창업자가 2대주주로 남아 계속 경영하고 있다. 정 회장은 "제 철학은 창업주가 독립적으로 경영하고 싶다고 하면, 그럴만한 체력이 생겼을 때 경영권을 돌려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선 레이저 미용의료기기 전문업체 비손메디칼과 일본 디스코(Disco)가 장악한 웨이퍼(반도체 원판) 절단 장비 시장에 뛰어든 에스알을 인수했다. 그는 "에스알 역시 과거 넥스틴처럼 대형 고객사가 대량 발주를 맡기기에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하는 상황"이라며 "이제 최대주주가 된 APS가 안전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창업자가 2대 주주로 있는 비손메디칼과 에스알도 충분히 성장해 독립하고 싶다고 하면 그렇게(APS 지분을 매각)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APS는 매각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위기도 수없이 있었다. 정 회장은 "내가 무너지면 다 망한다는 강박과 책임감 때문에 슬럼프도 감정의 사치로 여겨졌다"면서도 "앞으로도 성장 페달은 계속 밟아야 한다. 해외 시장에서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성장성이 큰 산업 분야에 속한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한두 개씩 결과물을 구체화해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30년까지 그룹 매출 통틀어 3조원, 기업가치 3조원을 이뤄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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