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토리 모니터]한화오션, 적자탈출 트리거 '고점' 다다른 재고자산반기기준 첫 3조 돌파, 현금화 시작… '고유가' 업황도 턴어라운드 지지
최은수 기자공개 2024-09-12 08:22:21
[편집자주]
제조기업에 재고자산은 '딜레마'다. 다량의 재고는 현금을 묶기 때문에 고민스럽고, 소량의 재고는 미래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또 걱정스럽다. 이 딜레마는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공급망 불안정에 따른 원재료 확보의 필요성과 경기침체에 따른 제품 수요의 불확실성이 샌드위치 형태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4일 14:4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에 편입된 한화오션의 당면 과제는 턴어라운드다. 2023년 한화그룹이 대규모 유동성을 투입했지만 여전히 소폭의 영업적자다.한화오션의 흑자전환을 위한 실마리는 앞서 재고자산의 현금화와 함께 수주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매출채권이 함께 증가한 데서 찾을 수 있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늘어나는 건 모두 조선사에겐 달갑지 않지만 '적절한 회전'만 이뤄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재고자산 첫 3조, 한화그룹 안겼지만 아직 막힌 현금흐름
2024년 상반기 기준 한화오션의 전체 재고자산은 3조2187억원이다. 전년 동기 2조7677억원과 비교하면 약 5000억원 늘었다. 수주와 출하량이 함께 감소했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화오션의 반기별 재고자산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3조원을 넘었다.
이 기간 재공품 재고 증가세가 전체 재고자산을 늘리는 데 가장 크게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한화오션의 재공품은 2조1153억원이다. 재공품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조선산업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늘어나기 시작했다. 다만 2조원을 넘은 것은 역시 올해 상반기가 처음이다.
조선업은 100% 주문제작방식의 산업으로 제품을 미리 만들어 두지 않는다. 정상적으로 영업활동이 이뤄진다면 재공품 재고는 발생하지 않는다. 조선사의 재공품은 이미 건조작업을 시작했으나 발주처와의 계약이 취소돼 갈 곳이 없어진 작업물량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현금화가 어려운 악성매물이자 애물단지로 볼 수 있다.
한화오션이 작년 한화그룹 품에 안기며 약 2조원의 자금을 충당하고도 별도를 기준으로 보면 턴어라운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 시기 현금화가 되지 않고 재고자산이 급증해 3년연속 적자에 영향을 줬다는 의미다. 아직까지는 한화오션이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이어진 부실을 털고 정상화를 마무리했다기보단 그 길목에 서있다.
◇이번엔 다르다 "재고·매출채권 회전 시작, 높아지는 턴어라운드 기대"
한화오션은 조선사 재고가 현금화하는 시기를 올해, 늦어도 내년 상반기로 겨냥했다. 단지 기업 내부에서의 희망만을 담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들의 재고감축 흐름을 살펴봐도 한화오션의 전망이 현실화할 것이란 데 무게가 실린다.
먼저 10년 간 악성재고로 고민하던 삼성중공업 역시 드릴십 재고 리스크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삼성중공업의 재고자산은 당초 드릴십을 발주한 선주사들이 2014년을 기점으로 치솟았다. 글로벌 유가 폭락을 이유로 선주사들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기 때문이다.
장기간 인도되지 않던 드릴십은 2021년 사모펀드(PEF)와 매각 계약을 체결하며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2010년 초반 바닥을 쳤던 국제유가 역시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 현재 추세대로면 삼성중공업은 올해 안에 드릴십 재고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을 오랫 동안 괴롭힌 해양부문 재공품 역시 드릴십이다. 국제유가가 해양유전개발사업의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 배럴당 60달러를 상회해 70달러를 오르내린다. 곳곳에서 수요가 높아지는 배경이다. 세부적으로 드릴십 4기 중 총 3척이 재판매에 성공했고 대금이 완전히 납입되면 한화오션의 재고에서 빠져나간다.
한화오션이 같은 기간 매출채권 또한 증가세를 보인 것도 지켜볼 사안이다. 올해 상반기 한화오션의 매출채권은 5조원에 육박했다. 2018년 이후 최대치다. '헤비테일' 방식으로 일하는 조선사 특징을 고려하면 영업 호조로 수주잔고가 크게 늘었단 의미다.
매출채권은 별도 손상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적절한 시기 회전만 되면 큰 어려움 없이 수익 인식이 가능하다. 최근 전반적으로 조선사들의 수주잔고가 늘고 있는데 앞서 드릴십을 포함한 미인도선박 재고를 곳곳에서 인수하고 있다. 적어도 이제는 재고로 고생하던 최악의 시기를 지났다는 평가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앞서 재고자산과 증가한 매출채권 역시 연내 또는 내년 초 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조선업황이 좋은 상황에서 재고자산 역시 빠르게 감축해 나가면서 연말 턴어라운드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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