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업 슈퍼사이클]한화오션, 1% 이익률의 의미③'반등과 호황' 동시에 올라탔다…뼈아픈 저가 털고 에너지·방산 복합기업으로
허인혜 기자공개 2024-09-02 08:24:37
[편집자주]
조선업계 슈퍼사이클은 늘 반복돼 왔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초호황기 뒤 예고된 불황기를 똑똑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첫 시즌으로 점쳐진다. 수주 확대에만 기댄 호황이 아니라서다. 2007년도, 2024년도 호황기지만 그 사이 우리 조선업계의 태도도 포트폴리오도 변했다. 고부가가치·친환경 선박 기술을 묵묵히 쌓아온 조선업계는 선별수주로 불황기 터널의 등을 미리 밝혀두고 있다. 기업이 어려운 시황을 헤쳐나가는 하나의 길은 쌓아둔 곳간일 터, 조선업계는 어떤 자산들을 비축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을까. 더벨이 초호황기에 들어선 조선사와 유관기업의 현황과 포트폴리오, 재무 상황 등을 살펴보고 앞으로를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30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오션의 실적 개선세는 다른 곳과 비교해도 훨씬 극적이다. 2021~2022년은 조선업계가 공통적으로 마이너스(-) 순·영업이익률을 기록했던 때다. 불황과 주인찾기의 피로도가 겹쳤던 한화오션은 그 낙폭이 훨씬 컸다. 다른 조선사와 손해율로만 비교하면 적을 때는 4배, 많을 때는 10배 큰 순손실률을 보였다.새 주인찾기를 마무리 짓자마자 초호황기까지 만난 한화오션은 지난해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영업이익은 올해 상반기 1%에 근접했다. 한화그룹은 때를 잘 맞춰 좋은 매물을 골랐고 극불황기에는 다시 진입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조선사로서는 불가능하지만 조선·에너지·방산 종합 기업이라면 가능하다.
◇'1% 이익률'의 큰 의미…영점 다시 맞춘 한화오션
한화오션의 상반기 순이익률은 0.49%다. 영업이익률은 0.9%를 기록했다. 절대적인 수치만 보면 1% 미만의 성과고 다른 대형 조선사와 비교해도 4분의 1로 낮은 수치다. 하지만 한화오션의 수익률은 흑자전환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한화오션의 이익률은 2020년 이후 크게 하락했다.
기업 환경도, 수주량과 잔여 수주의 질도 좋지 못했던 상황에서는 순손실 규모가 상당했다. 2021년 순손실률은 -37.89%, 2022년은 -35.90%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마찬가지다. 2021년 영업이익률은 -39.11%, 2022년에는 -33.20%였다. 영업이익률로 보면 지난해에도 마이너스 성과인 -2.65%를 나타냈다.
시장의 컨센서스를 참고하면 올해에는 영업이익률 2.12%, 순이익률 1.75%가 전망된다. 다시 영점을 맞춰 출발선에 선 셈이다.
전 호황기에는 어땠을까. 다른 대형 조선사가 1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던 2007~2010년 호황기에 최대 8.12%의 연수익률을 기록했다. 수주량은 가장 많았다. 이후 수익성이 하락해 결국 두자릿수 수익률을 달성하는 데는 실패했다. 몇 가지 원인이 꼽힌다.
가격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수주를 싹쓸이하던 2007~2009년 시장에서는 한화오션의 제시 가격이 '비상식적'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2008년 금융위기로 수주가격 자체가 저가에 머무른 데다 물량을 많이 가져간 한화오션의 여파가 컸다.
과거 원인들을 소거하면 앞으로 다가올 불황기 이익률 하락도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우선 저가수주부터 선별 수주로 전환했다. 남은 저가수주 물량은 내년 90% 이상 소화한다.
◇'컨선보다 수익성 5% 높은' LNG운반선 대표주자
현대의 조선사는 조선사로서의 정체성 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한화오션이 집어든 카드는 에너지 밸류체인과 방산, 방산 분야의 유지보수(MRO)다. 에너지 밸류체인 전략은 곧 고부가가치 선박 선별수주와도 맞닿는다.
한화오션의 올해 상반기 수주실적(약 6조7700억원)은 이미 지난해 전체 수주실적을 넘어섰다. 규모만 커진 게 아니라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채웠다. 올해 상반기까지 선종별 수주량을 보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6척,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VLAC) 2척, 초대형 LPG운반선(VLGC) 1척,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7척 등의 계약을 따냈다.
LNG운반선은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으로 꼽힌다. 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는 "통상 LNG운반선의 수익성이 약 10~15%, 컨테이너선은 5~10% 수준"이라고 답했다.
1척당 적어도 2억5000만달러를 넘는다. 고점이었던 2015년 이후 2021년 처음으로 2억달러를 넘었고 이듬해 다시 5000만달러가 더 뛰었다. 지난해에는 2억6100만달러, 올해는 7월을 기준으로 2억6250만달러 선에서 선가가 책정되고 있다. 한화오션이 전세계 선단에 속한 LNG운반선의 25%를 건조했다.
에너지 밸류체인은 한화오션이 선박 건조를 넘어 생산, 운송, 활용의 트로이카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달 한화오션의 새로운 수장으로 낙점된 김희철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 대표가 한화오션의 에너지 밸류체인을 이끌 전망이다.
방산은 이제 규모뿐 아니라 수익성을 다투는 시장이 됐다. 글로벌 선사들의 수주량이 줄어드는 시기에도 항상 수요가 있는 영역으로 연착륙 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상선에 비견할 만한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
방산 부문은 과거 조선3사의 실적에 도움이 전혀 되지 못했다. 2010년 이전 조선3사의 방산부문 영업이익률은 0.5%에도 미치지 못했고, 순이익률은 아예 마이너스였다. 이때 조선업계에게 방산 사업이 중요하지 않았냐고 한다면 그렇지 않다. 경쟁이 치열했다. 역시 저가수주 경쟁이었다.
따라서 이번에는 좋은 물량들을 노리고 있다. 기지개는 켰다. 특수선 사업부의 2분기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130%가 넘게 늘었다. 매출 규모가 작아 나타난 착시현상도 아니다. 특수선사업부는 매출 3289억원, 영업이익 734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13%다. 주요 특수선 수주전에서 잇따라 승리하며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한화오션은 특수선 사업부의 2030년 이후 매출액이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자신했다. 첫 발을 뗀 MRO 시장에도 기대감이 크다. 4만톤 규모의 미해군 군수지원함 창정비 사업을 이미 따냈다. 6월 인수한 미국 필리 조선소를 사업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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