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밸류업 점검]꾸준히 매입한 자사주, 소각 조심스러운 이유는③자율화 이전부터 사들여 12% 이상 확보…오너 지배력 보완 효과도
강용규 기자공개 2024-09-25 12:57:55
[편집자주]
K-밸류업 정책이 본격화 하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냈다. 기업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배구조, 이익창출력, 주주가치 등 여러 방면에서 전략을 공개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는 가운데 현대해상은 아직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시장과 공유하지 않았다. 검토마저도 신중한 모습이다. 현대해상의 기업가치 평가에 기준이 되는 여러 재무·비재무 요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3일 15:2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해상은 주가 관리를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차원에서 빈번하게 자사주 매입을 실시해 왔다. 불가피하게 자사주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는 처분 분량 이상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가 관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그러나 현대해상이 자사주를 소각한 사례는 없다. 때문에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자사주 매입이 오너의 지배력을 보완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현대해상이 자사주 소각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0년 공백 제외하고 꾸준히 매입…주가 관리에 적극 활용
현대해상은 23일 기준으로 1098만5500주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총 발행주식수 8940만주의 12.29%에 해당한다. 보유 자사주의 가치는 직전 거래일의 장 마감가격인 1주당 3만3500원 기준으로 총 3680억원에 이른다.
국내 기업의 자사주 취득이 자율화된 것은 2011년 상법 개정 이후부터다. 다만 현대해상은 그 이전부터 신탁계약 방식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왔으며 1990년대 말에 이미 10%를 웃도는 자사주를 신탁물량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2009년 9월 푸르덴셜투자증권(현 한화투자증권)과의 39억원 규모 신탁계약을 해지한 이후 2020년 4월 246억원 규모 매입을 실시하기까지 10년가량의 공백기가 있었다. 이 기간을 제외하면 말 그대로 꾸준히 자사주를 사들인 셈이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주주환원의 관점에서 볼 때 '주가 관리'의 효과가 있다. 유통주식수를 줄여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대해상이 가장 최근 실시한 2차례의 자사주 매입에서 주가 관리의 의도가 잘 드러난다고 평가한다.
당시 현대해상은 2015년 5월 자회사 현대하이카다이렉트를 흡수합병할 때 일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해 취득한 자사주 67만9052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 이내에 다시 처분해야 하는 물량이었다.
실제 현대해상은 2020년 4월 이 물량을 총액 162억원에 장내에서 매각했다. 이에 유통주식수가 늘어나 주가가 하락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처분금액을 웃도는 246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동시에 진행한 것이다.
현대해상은 2021년 2월에도 보통주 100만주를 예상 금액 207억원에 매입하는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 발표 이후 주가가 상승세를 보여 실제로는 예상보다 많은 227억원을 투입했다. 금액이 예상치에 도달했다는 이유로 매입 주식 수를 낮추지 않고 계획대로 100만주를 매입해 추가 부담을 감수하면서 주주와의 약속을 지켰다.
◇소각 없이 쌓은 자사주, 지배력 3.2%p 보완 효과
이처럼 현대해상이 자사주 매입을 주가 관리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이는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은 단순히 유통주식수를 줄여 주가를 일시적으로 상승시키는 요인에 머무르지만 매입한 자사주의 소각은 총 기업가치의 변동 없이 1주의 가치를 높이는 더욱 실질적인 주주환원 활동이다. 현대해상이 지금껏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은 까닭은 자사주의 대량 보유를 통해 다소 취약한 오너의 지배력을 보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이나 영업 양수도, 이사 해임 등 경영상 중대사안을 결정하는 특별결의에는 전체 의결권의 3분의 1, 즉 33.33% 이상의 지분율이 필요하다. 오너는 이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 적대적 주주제안을 안정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23일 기준 현대해상의 특별관계자 지분율은 정몽윤 회장의 22%를 포함해 22.85%(2043만355주)에 그친다.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오너 입장에서 현대해상의 자사주 대량 보유는 실질 지배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자사주를 제외한 현대해상 특별관계자의 의결권 비율은 26.05%로 단순 유통주식수 대비 지분율보다 3.2%p 높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해상은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는 있으나 이를 소각하는 데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향후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린 새 주주환원정책을 내놓더라도 자사주 소각보다는 배당 등 다른 방식에 더욱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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