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9월 25일 07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4년은 SK그룹 임직원에 잊지 못할 해로 남을 것 같다. 6~7년간 군림하던 부회장단이 2선으로 물러나고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 최창원 부회장이 최고협의기구(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올랐다. 늘 전문경영인이 앉았던 자리다. 또 다른 오너의 등판은 그 자체만으로 조직에 긴장감을 불러왔다.근간에는 SK그룹의 위기설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8조원에 달했다.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은 배터리 사업은 업황 저하로 끝 모를 부진에 빠졌다. 그룹이 투자한 주요 자산과 지분은 고금리·고환율 등 대외환경 악화로 가치가 급락했다. 빚 부담은 빠르게 늘었다.
최창원 의장은 계열사별로 투자 재검토, 자산 매각, 비용 절감, 차입 축소 등을 세세하게 주문했다. 이후 리밸런싱 작업은 쉼 없이 진행됐다. 성과가 부진한 계열사 CEO 2명이 이례적으로 중도 하차했고 한 CEO는 흑자를 달성하기 전까지 연봉 20%를 반납하겠다고 했다.
가장 큰 과제였던 '배터리 살리기'는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으로 대응했다. 합병법인은 국민연금과 일부 주주들의 반발을 넘어 11월 출범을 앞두고 있다. 다행히 SK하이닉스도 올 들어 인공지능 산업의 호황으로 실적이 우상향하기 시작했다. 2024년이 석달가량 남은 현시점에서 시장은 SK의 체중 감량과 체질 개선 성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의 위기의식과 최 의장 주도의 쇄신으로 큰 파고는 넘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물론 리밸런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식화한 매각 예정 자산만 4조6000억원 규모이며 더 불어날 것이 유력하다. 200여개의 계열사를 통제 가능한 범위 내로 줄이는 작업도 한창이다. 매년 12월 초에 단행하는 정기인사가 11월 초로 앞당겨질 것이란 설도 나돈다.
SK 앞에 놓인 올해 마지막 리스크는 최 회장의 이혼 소송이다. 항소심을 거치며 재산분할액이 600억원에서 1조4000억원까지 불었다. 재계 역사상 전례 없는 액수다. 대법원은 빠르면 내달 심리불속행 여부를 결정한다. 판단에 따라 SK 경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SK는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비자금 의혹, 판결 오류 등을 이유로 항소심 판결 자체를 부정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대법원 상고심은 사실심이 아닌 법리 해석의 잘잘못을 따지는 법률심이라 큰 틀에서 결과를 뒤집기가 쉽지 않아서다. 그간 넘어온 숱한 위기와 다른 점은 통제 권한 밖에 있다는 점이다. 최 회장과 SK는 2024년을 의미 있게 마무리할 수 있을까.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글랜우드PE, 3호 펀드 1조 규모로 내달 1차 클로징
- [i-point]미래아이앤지 "단순 세무조사 진행 중"
- [Deal Story]SK네트웍스, 렌터카 매각에도 공모채 투심 견조했다
- [Deal Story]세아제강, 3년물 회사채 흥행 이어갔다
- [Deal Story]LX인터, 복귀전서 1조 수요…언더금리 확보
- [한화그룹 승계 로드맵 점검]그룹내 자금 에어로 투입, 투자자 달랠수 있을까
- '첫 선' 모태 과기부 AI 출자, 정시 서류탈락자 '북적'
- [윤석열 대통령 탄핵]UAE국부펀드, '토종 헤지펀드' 출자 속도낸다
- [thebell note]리브스메드, 한국의 포드될까
- IPO 개선안에 코벤·하이일드펀드 투자자 불만 고조
정명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석유화학 숨은 강자들]동성케미컬 "친환경소재 시대, 생산체계 선제 구축"
- [상호관세 후폭풍]중국·베트남 생산비중 높은 HS효성, '고관세' 영향 불가피
- [석유화학 숨은 강자들]유니드, 고ROE와 상반된 PBR…중국공장 신설효과 기대
- [석유화학 숨은 강자들]유니드, 오너 3세 이우일 체제 안착…'지분승계'만 남아
- [트럼프발 관세전쟁 대응전략]SK온, 미 공장 '가동률 극대화' 플랜 가동
- [석유화학 숨은 강자들]가성칼륨 강자 유니드, 1년만에 '수익성' 회복
- [상호관세 후폭풍]미국산 원유·LNG 수입 확대 '협상 카드'로 주목
- '첨단소재 전문가' 김양택 SK머티 대표, 한앤코 간다
- 박상규 SK이노 사장 "주가하락 원인, 캐즘-미 정권교체"
- 롯데케미칼, 레조낙 지분 매각…1.7조 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