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02일 08: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전기차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공포(포비아)다.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 여파다. 충전 중도 아닌 며칠째 주차된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내 완성차업체와 배터리업체들은 한숨 돌렸지만 안전하고 청정한 에너지원이라는 이미지는 완전히 깨졌다.실제 화재 사고 이후 소비자들의 전기차 선호도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청라 사고 차량인 벤츠 모델의 경우 신차 출시 1년만에 44%나 급락한 가격에 중고 매물로 나오고 있다. 화재의 원인이 된 벤츠뿐 아니라 다른 전기차까지 중고차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테슬라 주력으로 신차 가격 4만6000달러대인 모델 Y가 3만달러 이하의 가격에 매물로 나왔다고 한다.
# 지금 전 세계는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고 2050년 이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꼽히는 휘발유·디젤 등 내연기관 차량의 전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은 공통적으로 내연기관 차량을 순차적으로 줄이고 2050년 이전에 전동화 차량으로 대체하겠다는 플랜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2030년까지 전세계에서 30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12%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전기차의 심장 '배터리'를 놓고 '전쟁'이라고 부를만한 경쟁을 벌이는 배경이다. 두 회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수조원의 자금을 투입해 세계 곳곳에서 경쟁적으로 생산설비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SK온은 이 과정에서 모회사까지 휘청일 정도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 청라 화재건은 전기차 케즘(일시적 수요부진)에 기름을 부은 모양새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경기 침체 여파로 유럽과 중국 등에서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됐다. 수요가 부진해지자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투자 계획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2위 완성차업체인 독일 폭스바겐의 구조조정 소식은 우려를 현실로 만들기 충분했다.
게다가 탄소중립을 가장 앞장서 주창해 온 유럽이 슬그머니 탄소중립 정책에서 뒤로 물러나면서 배터리업체들에게 직격탄이 됐다. 영국은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 금지 시점을 2030년에서 2035년으로 연기했다. 세계 최초로 2045년 탄소중립 목표를 법제화한 스웨덴도 슬그머니 속도 조절을 택했다. 모두 정치적인 이유로 타협안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 결국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은 배터리업체들이다. 완성차업체를 고객사로 둔 국내 배터리 업계의 노선 변경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합작투자가 무산되거나 설비 신·증설 투자가 지연되는 등 속도조절이 가시화되고 있다. 수익성 현실화도 당초 2025년에서 훨씬 지연될 전망이다.
문제는 복합적인 이유로 발생한, 그리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위기를 버틸 체력이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중국업체들과의 경쟁은 보다 현실적이다. 치킨게임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그들과의 경쟁에서 버틸 체력은 과연 있는걸까.
화재사건으로 인해 악화된 이미지 개선, 부족한 충전 인프라 구축, 중국산 저가 배터리 등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힘빼지 말고 '공동으로' 대응해야할 이슈들은 여전히 산적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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