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7월 02일 07: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마천루는 '하늘(天)을 문지르는(摩) 다락(樓)'이라는 한자처럼 하늘에 닿을 정도로 아주 높게 솟은 초고층 건물을 말한다. 본산은 미국.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이후 1920년대~1930년대 초에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상당수의 뉴욕 마천루들이 지어졌다. 가장 유명한 것이 크라이슬러 빌딩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다. 뉴욕의 랜드마크와 같았던 쌍둥이 빌딩은 1973년 세워졌다.21세기 들어 경제적으로 성장한 아시아권에서 국력 과시를 위한 목적으로 마천루가 널리 퍼져가고 있다. 1997년 개장한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452m), 2004년 대만 타이페이 101(508m), 2010년 아랍에미리트의 부르즈 할리파(828m), 2017년 대한민국의 롯데월드타워(123층, 555m)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세계 큰 도시들은 각자 고유의 독특한 스카이라인을 갖고 있다.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은 스카이라인 모양을 잠깐만 봐도 어떤 도시인지 구분이 갈 정도로 유니크하다. 하지만 서울은 난개발이 심하고 천편일률적인 모양의 성냥갑 아파트들로 인해 스카이라인이 아름답지도 않고 서울만의 개성을 담아내지도 못한다는 평을 받는다.
요즘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도 마천루 논란이 한창이다. 현대차 GBC 논란 말이다. 당초 현대차는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에 105층(569m) 건물을 지을 계획이었다. 롯데월드타워보다 14m 더 높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계획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2020년 착공에 들어간 이후 다시 설계안을 검토한 후 55층(242m) 2개동으로 방향을 틀었다. 주무부처인 서울시는 "불가하다"며 설계 변경을 원한다면 원점부터 재협상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높디높은 스카이라인을 원하는 서울시 입장 앞에 현대차의 '실리'는 파묻히고 있다.
서울시의 이런 모습은 마치 성형 중독에 걸린 환자같다. 서울은 105층짜리 빌딩 하나로 또다른 성형 변신을 꿈꾸고 있는 듯하다. 롯데월드타워라는 쌍꺼풀 수술을 통해 눈이 예뻐졌다고 코와 입, 골격까지 바꾸려는 과욕같다. GBC가 있는 삼성동 사거리를 비롯해 서울 곳곳은 가림막 천국이다. 일년 365일 내내 성형 수술 중이다. 개발과 정치 업적을 동일 선상에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혹은 아름다운 도시' 따윈 들리지도 않는다.
'맨해튼의 에펠탑'으로 유명한 조형물 '베슬(The Vessle)', 허드슨 강의 인공섬 '리틀 아일랜드(Little Island)' 같은 세계 주요 도시에서 손꼽히는 랜드마크를 만들고 있는 토마스 헤더윅은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영혼없는, 효율성만 따지는 건물들이 우후죽순 지어졌다"고 일갈했다. TV에서나 보던 연예인을 똑닮은 일반인들이 가득한 거리처럼 서울도 인간적이지도, 아름답지도, 독특하지도 않은 평범한 직사각형 고층 빌딩들만 가득하다.
서울시는 105층 빌딩을 고수할 게 아니라 차라리 현대차에게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유니크한 건축물을 요구하는게 나을 듯하다. 글로벌 3위 자동차 회사를 보유한 대한민국을 상징할 수 있는 그런 건축물 말이다. 독일 뮌헨에 있는 BMW 본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4기통 엔진을 형상화한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개장과 함께 뮌헨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BMW Welt(벨트), 박물관 등 BMW를 상징할 수 있는 건물들을 본사와 함께 조성해 관광지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개장한지 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미래 지향적일 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회사인 BMW를 상징하면서도 주변 도시의 경관과 잘 어울린다는 극찬을 받고 있다. 하지만 건물 높이는 99.5m에 불과하다.
오세훈 시장의 작품인 세빛섬도 처음에는 낯선 모습에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서울 야경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이 됐다. 현대차의 GBC도 기존 건축 문법을 복사한 그저 평범한 초고층 빌딩이 아닌 현대차를 상징하는 하나의 예술작품 혹은 모든 서울시민이 함께할 수 있는 랜드마크로 탄생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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