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충전 스타트업 줌인]'정민교·최영훈 각자대표 체제 1년' 채비, 초급속 '방점'⑤국내·해외 업무 분담해 경영 효율성 증대 목표…1000kW급 MCS 개발 박차
유정화 기자공개 2024-10-07 09:02:31
[편집자주]
국내에 전기차가 급격히 보급되던 2010년대 후반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들은 저마다의 기술력으로 전기차 충전기 제조, 운영, 플랫폼 각 영역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전기차 캐즘에 화재 우려까지 더해졌다. 그럼에도 전기차 누적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충전 밸류체인 스타트업의 성장 가치는 빛을 발하고 있다. 더벨은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들의 현황과 경영 전략, 향후 비전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2일 09: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 채비는 지난해 10월 정민교·최영훈 각자대표 체제로 변화를 줬다. 정 대표는 글로벌 사업에 주력한다. 최 대표는 CLO(최고 법무책임자), CIO(최고 투자책임자) 역할과 함께 국내 사업을 총괄한다.각자대표 체제 전환 이후 1년간 회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급속 충전기 사업 확대 움직임이다. 올해 채비는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적 경쟁력을 가진 급속·초급속 충전기 제조사를 목표로 제시했다. 전기차 충전 시장이 대용량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급속·초급속 충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초급속 충전기 연구개발(R&D)에도 나섰다. 채비는 2020년부터 매년 30억~4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하며, 전기차 충전 기술을 고도화해왔다. 올해 초엔 국가 주도 초급속 충전시스템(MCS, Megawatt Charging System) 개발 주관 기업으로 선정됐다. MCS는 중대형 상용차 배터리 충전 시간 단축을 위한 1000kWh급 충전기다.
◇완속 보다 수익성 뛰어난 급속 '집중'
2016년 설립된 채비는 지난해 정민교 단독 대표 체제에서 정민교·최영훈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 본격화와 IPO(기업공개)라는 목표를 정하면서, 변화를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비는 분야별 경영 효율성 증대와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각자대표 체제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최영훈 대표는 1983년생으로 1985년생인 정민교 대표와 두 살 차다. 지난 2022년 채비에 합류했다. 이후 2023년 6월 사내 이사로 선임됐고, 4개월여 만에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출신으로 현재 채비의 국내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실제 각자대표 체제 전환 이후에는 공식석상에 최 대표가 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각자대표 체제에서 채비는 완속 충전 보다 수익성이 뛰어난 급속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회사는 내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도전을 앞두고 손익 관리와 매출 증대를 위해 국내 전기차 충전사업자(CPO) 부문에서 속도 조절을 하되, 제조에 집중해 회사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채비의 충전기는 급속 5256기(40%), 완속 7836기(60%)로 구성돼 있다. 국내 보급된 급속 충전기가 4만기, 완속 충전기가 32만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급속 분야에 특히 강점을 보이는 모습이다. 급속 충전기 보급 기준 채비는 환경부에 이어 2위 CPO다.
채비는 올해 들어 급속 충전기 약 1124기를 추가로 확보했다. 지난 2023년엔 2368대의 급속 충전기를 확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완만한 증가세라는 평가다. CPO는 초기 높은 고정비 투자 지출이 높다 보니 단기적인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채비는 최영훈 대표 주도로 급속 충전기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주력 제품군은 'HANK'로, 100~400kW 수준 라인업을 갖췄다. 올해 첫선을 보인 400kW 초급속 충전기는 일체형 충전기다. 이 충전기는 다양한 모듈을 본체 한곳에 담아 기존 대비 작은 공간에 충전기 설치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평균 판매단가 역시 급속 충전기가 완속 대비 10배 이상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보조금 지급 규모도 훨씬 크다. 350kW이상 급속은 보조금이 7500만원, 30kW이상 완속 최대 500만원 수준이다.
채비의 이같은 전략에는 전기차 충전 시장이 급속·초급속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최영훈 대표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전기차 충전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수도권 인구 밀도가 높고 주차 공간이 넉넉지 않아 중국과 같이 급속 충전기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매년 연구개발비 30억~40억 투자…초급속 평가 '긍정적'
채비는 2020년부터 매년 30억~4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해왔다. △2020년 31억원 △2021년 42억원 △2022년 33억원 △2023년 43억원 등을 지출했다. 국내외 특허 36건도 보유하고 있다. 이중 다수는 급속충전기 또는 승용차 및 상용차, 버스 등 여러 차종에 부합하는 맞춤식 충전 기술과 관련한 특허다. 정민교 대표는 설립 초기부터 R&D 역량 강화에 공을 들여왔다.
올해는 1000kW급 초급속 충전기 개발에 나섰다. 채비는 지난 4월 '2024년도 에너지기술개발사업 국가지원 연구개발 과제'에서 '에너지 수요관리 핵심기술·에너지 효율혁신 사업'의 주관 사업자로 선정돼 MCS를 개발하고 있다. MCS는 차세대 충전기술로 1kW의 1000배인 메가와트급 고용량 급속충전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채비는 최대 1.2MW(메가와트)로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일반 승용차 대비 배터리 용량이 10배 이상 큰 대형 전기 트럭도 20~30분 내로 완충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글로벌 사업을 맡고 있는 정민교 대표 주도로 북미 시장이 MCS의 최우선 시장이 될 것이라고 보고 본격적인 사업화도 타진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2016년부터 채비를 이끌면서, 전기차 충전 기술에 대한 이해도뿐 아니라 국내외 전기차 충전 기업 네트워크를 갖춘 인물이다.
시장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이소중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8월 채비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채비는 국가 주도 MCS 개발 주관 기업으로 선정됐다"며 "승용보다는 상용, 물류에서 전기차 전환 수요가 강함을 고려했을 때 해당 프로젝트 수주는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채비는 지난해 미국 전기차 충전 서비스사 '퀵 차저'와 2025년까지 3540대 규모의 400kW 초급속 전기차 충전 인프라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북미 시장 대상 전기차 초급속 충전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플랫폼 개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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