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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SBI저축 인수]1조4000억 들여 이뤄낸 '1위 저축은행', 매각 배경은①지분 50%대 1조 수준으로 인수 전망…12년 만 엑시트, 국내 사업 확대 '이점'

유정화 기자공개 2025-04-28 12:49:45

[편집자주]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의 인수를 추진한다.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을 위한 사전 작업이 본격화한 셈이다. 1위 저축은행의 매각 추진에 업계의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SBI홀딩스의 국내 사업 향방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2025년 목표로 추진됐던 국내 지주사 설립은 안갯속에 빠졌다. SBI저축은행의 매각 배경과 사업 전략 변화, 업계 판도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5일 07시45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본계 금융 대기업 SBI그룹이 국내 저축은행업계 1위 SBI저축은행을 매각한다. 2013년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시절부터 SBI저축은행의 경영 정상화에 투입한 자금은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매각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 업황이 침체된 가운데 SBI저축은행이 나홀로 견조한 실적을 내왔다는 점에서 의문을 더하고 있다.

업계는 SBI그룹이 현실적으로 엑시트할 수 있는 방법이 달리 없었던 만큼 매각은 '시간 문제'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한 SBI그룹이 12년간 배당금으로 받아간 금액은 895억원에 불과했다. 교보생명과의 협력으로 국내 금융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매각 검토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인수 후 경영정상화 위해 1조 추가 투입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과 SBI홀딩스가 지분 매각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SBI저축은행에 대한 실사 작업이 마무리된 단계다. 지분 50% 이상을 매각하는 안이 유력한데, 인수하는 지분 가격은 1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SBI저축은행의 작년 말 자산 규모는 14조289억원으로 업계 1위다. 지난해 808억원 흑자를 냈다. 작년 연체율은 4.97%로 업계 평균(8.52%)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SBI홀딩스가 SBI저축은행 매각 작업에 나선 이유를 알기 위해선 인수 과정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2012년 당시 SBI그룹은 자회사인 SBI파이낸스코리아를 통해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지분의 20.9%를 보유하고 있었다. 재무적투자자(FI)로서 600억원을 출자한 상황이었는데, 회사 상황이 여의치 않자 SBI홀딩스는 추가로 자본을 투입했다.

그러면서 구조조정을 진행하던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2013년 3월 일본 SBI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됐고 상호도 SBI저축은행으로 변경했다. SBI홀딩스는 4개의 SPC(SBI-BF, SBI-CF, SBI-IF, SBI-AF)를 설립한 뒤 이듬해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산하 법인(현대스위스2·3·4저축은행)을 인수·합병했다.

하지만 옛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시절 대출에서 부실은 계속해서 불어났다. 당시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 승인을 내준 뒤에 직접 검사를 해보니 4000억원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SBI그룹은 이후 수차례 증자를 실시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당국 예상치보다도 7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됐다.

결과적으로 SBI그룹이 SBI저축은행에 투입한 총 자금은 약 1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SBI그룹이 SBI저축은행과 금융당국에 물렸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부실자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당초 추정치보다 5배 가까운 돈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SBI저축은행은 2015년 들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속사정을 토대로 SBI홀딩스가 기회만 된다면 엑시트에 나설 것으로 관측했다. 실제 과거 SBI저축은행은 IPO를 검토하기도 했으나, 상장을 하더라도 투입한 자본 대비 적정 밸류에이션을 평가받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무산된 바 있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자본이 사실상 엑시트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매각을 제외하곤 별다른 수단이 없다"라며 "결국 시간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당을 진행하면 곧 국부 유출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어 배당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12년간 단독 운영, 총 배당금 940억 불과

실제 SBI그룹이 12년간 SBI저축은행을 운영하면서 배당에 나선 건 단 한 번이다. 2023년 SBI저축은행이 940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했는데, 당시 SBI저축은행은 배당 일부를 자산운용사 설립이나 인수 등 국내 사업 재투자 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SBI저축은행 2024년 감사보고서. /사진=SBI저축은행

당시에도 국부 유출에 대한 비난이 일었고 SBI저축은행은 이후 배당을 진행하지 않았다. SBI저축은행의 지분 구조를 보면 SBI BF(22.66%), SBI CF(22.66%), SBI IF(22.66%), SBI AF(17.25%) 등 4개의 SPC가 지분 85.23%를 보유하고 있다. SBI저축은행 지분은 14.77%다.

배당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일본 SBI홀딩스가 결국 매각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조 단위 자금을 투자했지만, 배당으로 한푼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8년 SBI홀딩스 연차보고서를 보면 '한국 SBI저축은행에 대한 그룹 입장'에 대한 질의에 SBI홀딩스는 "회사가 보유한 SBI 저축은행 지분 모두 또는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이어 "자산관리 사업의 일환으로 하고 있는 다른 해외 금융 서비스도 마찬가지"라며 부연하며 원론적인 답변을 덧붙였다.

SBI그룹이 교보생명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며 국내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매각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엑시트를 하면서 사업도 확장할 수 있는 이점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앞서 SBI홀딩스는 지난 17일 열린 이사회에서 총 20%의 교보생명 지분 확보를 의결했다. 지난 3월에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9.05%를 매입하며 신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간 풋옵션 분쟁을 해결하는 데 기여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기타오 요시타카 SBI그룹 회장은 오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BI저축은행의 작년 말 자산 규모는 14조289억원으로 업계 1위다. OK저축은행과의 격차는 44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808억원 흑자를 냈다. 연간 기준 2016년 이후 9년 연속 순위 1위 자리를 견고히 지켰다. 연체율은 4.97%로 업계 평균(8.52%)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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